낡은 침대의 배후가 되어가는 사내 랜덤 시선 15
박해람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시집에 실린 단 하나의 리뷰를 보고 이 글을 쓴다.

이 리뷰를 쓴 동기다.

이틀 걸러 시집을 한 권씩 읽는 나에게 요즘 쏟아져 나오는 시들은  내가

도닥일 수 있는 탱탱한 것들이 못된다. (다시말하면 그런 시들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는

소리도가 더 맞겠지만) 그런 상황에서 박해람의 시는 사물에 대한 직관과 다이아몬드보다

더 많은 면을 가지고 있는 사물들의 이면을 골고루 짚어준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인에게 감사한다. 아주 성급하게 아직 뒤쪽 10편의

시를 읽지 못했지만 ... 그만큼 그의 시가 나의 성급함을 끌어낼 정도로 좋았다는 뜻이다.

가령,

"틀이 휘는 것은 가끔 건조했다는 것.

불어터지는 힘보다 조이는 힘줄이 강했다는 것.

 

위태로운 건 틀이 아니다.

그 안에 갇혀 있는

스스로가 투명하다고 믿는 유리다

안과 밖의 온도에 늘 살결을 맞대고 있어야 하는 유리

어디다 마음을 주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시달려야 하는 유리다.

허공의 임의의 한 점으로 떠 있다고 믿는 유리"

(중략)  '틀' 중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언어들을 보라. 안과 밖의 온도에 살결을 맞대고 있다니!!!!!!!!!!

 

또, 이런 것도 있다.

'실종' 이라는 시를 보자.

그는 먹먹한 실종란 말에 대해서

" 그 어떤 교통편으로도

방문할 수 없는 지명이 있다니

마음에 눈 붙여놓고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 지명이라니

목숨 붙어 있는 이 끔찍한 죽음이라니"

 

냉소적이 아니라 쓸쓸함이라해야 맞을 것이다.

일상을 그대로 다뤘다기 보다 일상의 파편들을 튀지 않게 보듬어 다루었다는게

맞을 것이다.

나는 그렇다. 그리고 2006년도에 나왔던 이 시집을 이제야 읽엇다는 것에 대해서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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