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달 안에 이 집안 사람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세 달 앞둔 어느 날,엔저 저택에 새로운 가정 교사가 도착한다.그녀의 이름은 위니프레드 노티.안내받은 방에 짐을 푼 그녀는가방 속 소중한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 놓는다.사랑하는 이들의 머리카락 뭉치,어머니의 브로치,그리고 아버지의 편지.평범한 물건들 사이로설명하기 어려운 음산한 기운이 스며든다..⠀ ⠀⠀때는 빅토리아 시대.이 시대의 문학은 사회적 정치적 모순을 비추며인간의 본성과 계급, 도덕적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던 시기다.버지니아 페이토는 《빅토리안 사이코》를 통해그 시대가 애써 감추려 했던 욕망과 위선, 그리고 폭력을 가장 사악하고 잔인한 광기로 폭로한다.⠀ ⠀⠀❝열여섯살에 나는 내가 두려움을 모른다는 걸 알았다.❞노티는 이 시대가 여성에게 강요했던순종과 헌신, 모성과 품위라는 가면을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파괴하는 인물이다.그녀의 혐오와 살인은특정 계층에만 향하지 않고아기와 노인, 하인과 소년 상류층과 하층민을 가리지 않고 번져 나간다.빅토리아 시대가 낳은 악.노티는 그 시대가 끝내 외면하고 싶었던가장 추악한 얼굴이었을까.⠀ ⠀⠀⠀❝눈가리개의 어둠이 충실히 나와 함께 움직인다.어쩌면 이 어둠이 실제 새상이 아닐까.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다채로운 세상은눈가리개가 아닐까.❞⠀ ⠀⠀⠀이 작품은 통렬한 풍자를 넘어 자극적이고 과장된 호러로 가득하다.잔혹한 공포와 블랙코미디가작품안에 공존한다.읽는 내내 경악하는 소설은 실로 오랜만이다.⠀ ⠀⠀⠀❝프레드는 내 안에 사는 악마 이름이야.❞❝선생님 안에 악마가 살아요? 얼마나 큰데요?❞❝우리는 모두 자기 안에 악마를 하나씩 가지고 있어.❞⠀⠀ ⠀⠀⠀빅토리아 시대의 드레스 속에 숨겨진 것은 우아함이 아니라 분노였다. 《빅토리안 사이코》는 그 분노가 피를 흘리기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다.⠀ ⠀⠀⠀도서제공 @hamhbook#빅토리안사이코 #버지니아페이토 #현대문학
자이언트 북스의 앤솔러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자이언트 픽03 《너를 버리기》.이번 자이언트 픽 시리즈는 ❛회사❜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세 편의 기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회사는 어쩌면 가장 아이러니한 공간이다.나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잘 포장된 능력치와 사회성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곳.하루의 대부분을 보내지만,동시에 가장 벗어나고 싶어 하는 장소.이 책에 실린 세 작품은 각기 다른 방식의 미스터리와 장르적 상상력을 통해 직장인의 현실적인 애환과 불안을 포착한다.⠀ ⠀⠀⠀❝가만히 앉아서 당하던가. 아니면, 발버둥 쳐보든지.❞표제작 〈너를 버리기〉는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희생을 강요하는 조직의 구조를 비현실적인 미스터리로 구현해 낸다.❝건물에만 등급이 있는 게 아니야. 사람에도 등급이 있다고.❞〈당신에게 어울리는 관〉은 서열과 폭력에 얼룩진 사회를 통해개인의 불안과 심리적 긴장감을 극대화 한다.세 작품 가운데 가장 씁쓸함이 남는 단편이다.❝어차피 피할 수 없다. 그러니 즐기자.❞〈소설을 쓰자〉의 수진은가장 현실적인 직장인의 얼굴을 하고 있다.자신의 꿈과 사회적 선택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은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아가는지를 되묻게 만든다.⠀ ⠀⠀⠀배명은의 〈너를 버리기〉범유진의 〈당신에게 어울리는 관〉이사구의 〈소설을 쓰자〉는 서로 다른 결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국 같은 질문을 향하고 있다.⠀ ⠀⠀⠀우리가 익숙한 회사라는 공간의 이면에는 균열과 긴장감이 가득하다.이 속에서 훼손되어 가는 인간의 자아.꿈을 버리고자존심을 버리고옳다고 믿는 기준마저 버린 후 결국 남은 것은 무엇일까.⠀ ⠀⠀⠀비현실적이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소설. 《너를 버리기》.⠀ ⠀⠀도서제공 @giantbooks_official#앤솔러지 #자이언트픽 #너를버리기 #자이언트북스 #배명은 #범유진 #이사구 #너에게어울리는관 #소설을쓰자
무한한 우주에서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사랑이 존재할 수 있다면..❝오랜 지인에게서 정중한 메일을 받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고 결혼을 할 예정인데, 남편과 아내 모두 팬이니 프러포즈용 소설을 써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작가의 말 중에서 -⠀⠀ ⠀⠀김보영 작가의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는소설의 기획부터 특별한 사연을 거친다.프로포즈용 단펼소설을 써달라는 어느 팬의 청탁에서이 작품이 출발 되었기 때문.⠀⠀ ⠀⠀이러한 연유로 이 작품에는 세 편의 연작이 함께 실려 있다.남자의 시선에서 기록된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그리고 그 이야기에 응답하듯여자의 시선으로 쓰인〈당신에게 가고 있어〉마지막으로 두 사람의 다음 세대를 다룬〈미래로 가는 사람들〉이다.⠀⠀ ⠀⠀사랑을 물리학의 언어로 풀어낸 이 소설은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 출발한다.❛물체가 빛의 속도에 가까워질수록 내부 시간은 외부 시간보다 느리게 흐른다❜⠀⠀ ⠀⠀결혼을 약속한 두 연인은서로 다른 항성계에서 출발하고,광속에 가까운 우주 항해와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점점 더 큰 시간의 어긋남을 겪게 된다.몇 달, 몇 년이면 끝날 줄 알았던 기다림은수십 년이 되고,수십 년은 어느새 수백 년이 되어 흐르고그 긴 시간 동안그들이 서로에게 닿을 수 있는 방법은오직 편지뿐이다.⠀⠀ ⠀⠀한 사람의 독백처럼 이어지는 문장들은광막한 우주의 침묵 속에서도단 한 사람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고이러한 서간문 형식은 단연 소설에 몰입감을 더해준다.인간의 삶이 변하고세상이 변하고문명이 변하는 수백 년의 시간.시간과 공간의 비틀림 속에서이들의 사랑은 서로에게 도착할 수 있을까.⠀⠀ ⠀⠀프러포즈를 위해 시작된 작품답게낭독을 전제로 한 음악까지 함께 추천하고 있어작품의 정서에 깊이 스며들게 된다.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영상화 계약,뮤지컬 제작과 영미권 번역 출간 등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광속에 가까운 시간 여행과무한한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거대한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동시에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를 통해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떠나볼까.⠀도서제공 @rabbithole_book#당신을기다리고있어 #김보영 #래빗홀 #SF과학소설
❝왜 언니만 새 옷 사줘?❞둘째라면 한 번쯤은외쳐본 적 있을 것 같아요.이 책은 둘째라는 자리처럼애매한 위치에 놓인 존재에 대한아주 사랑스러운 기록입니다.세상 모든 둘째들을 위한 그림에세이《둘째라는 이름으로》.⠀ ⠀⠀늘 애매한 위치의 둘째.첫째만큼 특별하지도,막내만큼 보호받지도 못하는 자리.그래서 더 많이 비교당하고더 많이 토라지게 되고더 많이 사랑받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이 책의 주인공 두리 역시 그렇습니다.엄친아 언니를 질투하다가도언니를 따라 하고억울하다고 울다가도금세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웃어버리는 두리.투덜거리다가도맛있는 거 하나에 사르르 풀어지는두리를 보면서그냥 웃음이 났어요.이런 모습이 둘째의 차밍 포인트 아닌가요.⠀ ⠀⠀둘째로 자란 사람이라면 물론,형제자매와 함께 자란 사람이라면누구나 한 번쯤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입니다.⠀ ⠀⠀잘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믿었던 어린 시절.누군가와 비교당하며괜히 작아졌던 마음.《둘째라는 이름으로》는그 시절의 우리를 찾아가충분히 사랑스럽다고다정하게 말을 건네 주는 것 같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던어린 시절의 나를더욱 꼭 안아주고 싶어집니다.⠀ ⠀⠀도시제공 @isamtoh#둘째라는이름으로 #주홍사과 #그림에세이 #샘터
도시를 기억하는 방식은 다양하다.누군가는 해변과 숲의 풍경으로누군가는 상징적인 건축물이나 공간으로한 도시를 떠올린다.그리고 여기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적 공간처럼 기억되는 곳이 있다.도시가 곧 거대한 박물관이자 미술관이 될 수 있다는 건얼마나 큰 축복일까.국제 디자인 산업의 중심지 바로 밀라노다.⠀⠀ ⠀⠀건축 문화를 생산하고 주도하며도시 재생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곳.밀라노가 거대한 전시를 품은 도시라면 《밀라노 건축 여행》은 그 사이를 흐르는 시간과 구조를 시각적으로 펼쳐내는 책이다.⠀⠀ ⠀⠀익숙한 도시를 산책할 때우리는 주변의 건물들을 자주 잊고 살아간다.오래된 건축물을 지우고 그 위로 새로운 형태의 시간을 쌓아 가는 우리와는 달리밀라노는 전혀 다른 시공간의 감각을 지닌도시처럼 보인다.이곳에는 역사적 공간에 과거를 복원하면서현대 시민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려는 시도가 있다.과거를 존중하면서도 현재의 삶을 놓치지 않으려는이들의 방식이 인상 깊다.⠀⠀ ⠀⠀《밀라노 건축 여행》은명품과 패션의 익숙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역사 지구에서 산업 재생 지역까지 6개의 도보 코스를 따라가며145개의 건축물을 중심으로 도시가 품은 층위를 걷게 만든다.도시가 쌓아온 맥락 속에서옛 산업 시설이 문화 공간으로 전환되고,쇠퇴하며 단절을 겪었던 장소들이다시 연결되어 가는 흐름은밀라노를 살아 숨쉬는유기적인 도시로 느끼게 한다.⠀⠀ ⠀⠀건축물의 재료와 광장의 형성 과정, 코스로 짜여진 동선,저자가 이끄는 건축의 흐름을 따라 걷다 보면마치 책과 함께 천천히 산책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그리고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느새 조금씩 달라짐을 느낀다.⠀⠀ ⠀⠀❝밀라노 중심가를 걷는 일은 도시가 쓰고 지우고 다시 쓴 정체성을 건축으로 읽는 과정이다.❞건축이란 결국 인간 존재의 흔적을 공간 위에 새겨두려는 가장 거대한 기록 방식인지도 모른다.⠀⠀ ⠀⠀도서협찬 @yeogadosi @thing_book #밀라노건축여행 #조항준 #여가도시 #띵북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