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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에 관하여 -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판사 프랭크 카프리오 이야기
프랭크 카프리오 지음, 이혜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6년 3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유튜브에서 프랭크 카프리오 판사의 판결 영상을 종종 본 적이 있어요. 그중 90대 아버지가 암 투병 중인 60대 아들을 병원에 데려다주다 스쿨존 속도위반으로 법정에 섰던 에피소드를 보았어요. 2주에 한 번, 암에 걸린 아들을 위해 병원에 가야 하는 때에만 운전대를 잡는다는 노부의 사연을 듣고, 카프리오 판사는 자녀를 향한 아버지의 헌신에 깊이 공감하며 결국 사건을 기각했습니다.
법의 잣대로만 보면 분명 속도위반은 잘못이지만, 그는 그보다 먼저 한 아버지의 마음을 바라봤습니다. 그 영상을 보며 법정이라는 공간이 때로는 한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보듬는 자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종종 그의 영상을 찾아보던 중, 25년 여름 그가 우리 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냉정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어떻게 그토록 따뜻한 판결을 내릴 수 있었는지, 그의 성품은 어떤 배경에서 빚어진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그의 자서전 『연민에 관하여』를 읽게 되었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그의 따뜻함이 타고난 성격 하나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다양한 삶의 경험과 고민 끝에 만들어진 삶의 철학이었어요. 그는 본인이 가르치고 싶은 가장 중요한 자질로 연민을 꼽았습니다. 그리고 연민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였어요.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공감과 연민을 구분하는 부분이었어요. 그는 공감이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것이라면, 연민은 타인을 돕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책 속 여러 사례를 따라가다 보니, 막연한 동정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연민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세상을 조금씩 바꾸는 건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누군가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작은 선택에서 시작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그는 언제나 관용만을 택하지는 않았습니다. ‘범죄는 중독성이 있다’는 대목에서는 연민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은행강도로 30년을 복역한 뒤 새 삶을 약속했던 윌리엄이 다시 같은 범죄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는, 선의가 언제든 배신당할 수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프랭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돕는 것을 멈춰 서는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더 관대해진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그들을 믿는다고 말하면 우리는 이 세상을 훨씬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요. 실패할 가능성을 알고도 다시 한번 손을 내미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용기가 아닐까요? 냉소가 더 익숙해진 세상에서 누군가를 믿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지만, 그는 그 어려운 선택을 끝까지 놓지 않았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여러 질문이 남았습니다.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일까. 공감만 하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위선은 아닐까, 그렇다면 타인의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그가 말한 연민에 대해 다시 고민해 보게 되었습니다.
판사 프랭크 카프리오의 철학은 거창하지 않지만 가슴에 오래 남습니다. 타인을 이해하고, 가능하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려는 마음이 필요한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