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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가우디 - 흔들리는 나를 위로해 주는 건축 수업
유승준 지음 / 성안당 / 2026년 3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우디의 역작,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마침내 가우디 사후 100주년이 되는 2026년 6월에 외관 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물론 내부 공사와 진입로 계단 공사는 2034년까지 이어진다고 하지만, 한 건축가의 영혼이 담긴 건축물이 한 세기 만에 완성이 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경이롭습니다. 과연 가우디는 어떤 사람이었기에 이토록 위대한 유산을 남길 수 있었을까요? 그 궁금증을 안고 [내 인생의 가우디]를 펼쳐 그의 생애를 천천히 따라가 보았습니다.
책 속에서 마주한 인간 가우디의 삶은 예상보다 훨씬 고독하고 평탄치 않았습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었고, 첫사랑은 실패로 끝났으며, 자식처럼 아끼던 조카마저 먼저 떠나보내야 했죠. 하지만 그 결핍의 빈자리를 채워준 소중한 인연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의 평생지기이자 후원자인 구엘입니다. 구엘은 가우디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덕분에 가우디는 오늘날 우리가 사랑하는 수많은 걸작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우디의 이러한 행보가 당대 모두에게 인정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젊은 시절의 피카소는 가우디가 부유한 이들의 집만 짓는 속물이라며 그를 조롱하는 그림을 그리기까지 했죠. 개인적으로 피카소의 비난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고 솔직히 좀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건축주를 위해 최선을 다해 건물을 짓는 것은 건축가의 숙명과도 같은 일인데, 그것이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 무척 억울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가우디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결코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건축을 시작하며 그가 가장 먼저 지은 것은 성당 건축 노동자들과 인근 취약 계층 자녀들을 위한 무상 교육 학교였고, 그 비용 또한 자신의 사재로 충당했다고 해요.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건축물 너머, 그는 늘 낮은 곳을 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그의 화려한 건축물의 이면에 이런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는 사실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의 진면목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비극적이었던 마지막 순간에 극명히 드러납니다. 전차에 치인 가우디를 사람들은 초라한 행색만 보고 부랑자로 오인해 방치했습니다. 뒤늦게 신분이 밝혀진 후 고위층들이 그를 더 좋은 병원으로 옮기려 했으나, 가우디는 모든 제안을 거절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단지 옷차림만 보고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이 거지 같은 가우디가 이런 곳에서 죽는다는 걸 보여주십시오.
그리고 저는 가난한 사람들 곁에 있다가 죽는 게 더 낫습니다.
가우디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스스로를 낮추며 가장 가난한 이들 곁에 머물기를 원했습니다. 그는 위대한 건축가이기 이전에, 자신의 재능과 삶 전체를 신을 향한 사랑으로 채운 진정한 성자가 아니었을까요? 앞으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관련 기사를 접하게 된다면 성당 속에 깃든 가우디의 영혼을 먼저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몬세라트에서 시작해 레이알 광장, 구엘 저택을 거쳐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까지 가우디의 발자취를 충실히 좇습니다. 덕분에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치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 좋은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건축과 종교, 그리고 한 인간의 고뇌 어린 삶이 하나로 어우러져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흥미로움이 가득합니다. 가우디의 건축을 사랑하는 분들은 물론, 바르셀로나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