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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이모션
이서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1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감정을 제거하고도 인간을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라는 논쟁 끝에, 결국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건 감정이 아닌 이성이라는 결론을 내린 세계. 이서현 작가의 SF 소설 [노 이모션]은 바로 이 서늘한 배경 위에서 시작됩니다.
책을 펼치면 이야기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전개됩니다. 주인공 강하리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의문의 카드를 보낸 이는 누구인지, 강하리는 과연 감정 무소유자로 최종 판정을 받게 될 것인지, 그리고 베일에 싸인 노 이모션랜드의 실체는 무엇인지 등 뻗어 나가는 이야기 줄기가 매우 다양합니다. 자칫 복잡할 수 있는 설정임에도 저자의 필력 덕분에 몰입감이 대단했어요. 과연 이 세상의 끝이 어떨지 궁금해 앉은 자리에서 금세 책을 완독하였습니다.
주인공 강하리는 감정 소유자인 아빠, 감정 제거자인 엄마 사이에 태어난 감정 무소유자입니다. 감정이 없는 강하리가 비서 지오, 친구 재이, 옆집 부부, 노이모션랜드의 회장 어스 등 다양한 사람들과 얽혀있는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여기서 다 밝힐 수 없으니 책을 통해 확인해보시길 바랄게요.
개인적으로 작품 속에서 극단적으로 분열된 세상을 묘사한 대목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극과 극의 세계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제아무리 좋아보여도 배척으로 일궈낸 곳이라는 것. 단 한 곳만을 보는 욕망은 혐오를 낳기 마련이었다."
노 이모션, p.271
작품 속에서 감정을 제거한 사람들은 감정 소유자를 감정에 취해 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을 하고, 반대로 감정 보유자들은 감정 제거자들이 인간의 자격을 박탈당한 동물이라 간주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은 결국 거울처럼 같습니다. 상대의 존재 가치를 격하시킴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는 그 기저에는 결국 동일한 혐오가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우리에게 질문을 합니다. 효율과 성공을 위해 감정을 제거하거나,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동물 취급하는 세상이 과연 사람들이 꿈꾸는 세상인가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어느 한 쪽으로 쏠리는 순간 우리 모두 혐오의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냅니다.
이성과 감정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나뉘어 혐오가 가득해진 세상은 결국 금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강하리는 이제 모든 걸 무너뜨릴거라 생각했던 그 금 사이로 발을 내딛습니다. 그 끝에 기다리는 것이 무엇일지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그 불분명한 미래가 완벽하지는 않아도 훨씬 더 인간다울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