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여성을 위한 심리학 - 똑똑한 여자로 그치지 않을 심리적 무기
모니크 드 케르마데크 지음, 이정은 옮김 / 생각의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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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읽은 책은 대인관계가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일본의 남성 정신과의사가 집필한 것이었다면 이번 독서는 뛰어난? 잠재력이 높은? 영재? 여성을 위하여 (혹은 모든 부모를 위하여) 유럽의 여성 임상심리학자가 쓴 내용이다. 유관분야이고 정신의학과도 정신분석치료를 배우긴 하지만 정작 심리치료에 대하여 깊이 수련할 시간이 없고 약물처방에 시간을 더 할애한다고 생각하면, 후자인 정신분석가/심리치료사가 조언하고 있는 실질적인 접근이 보다 다가왔다. 제목은 뛰어난 여성, 영재 여성이라고 번역하여 아쉬운 지점이지만 어쨌든 작가는 영재연구가이므로 천재 아동과 성인들을 많이 만나왔다. 나도 정상범주 정규분포상 이외의 양 극상 범위의 사람들을 비교적 만나는 편이지만.. 이분은 특히 오른쪽 방향의(상위 범위) 사람들을 만나온 셈이다.

일단 잠재력이 높은 여성의 특수한 차이점은 목차대로,

초민감성, 다르다는 느낌(이질감?), 강렬함, 흥분성, 완벽주의, 관용성,

그리고 영재성을 사회적 성공무기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잠재력이 높은 여성들은 (능력에 비하여) 자신감이 부족한 특징이 있다고 한다.

고통을 드러낼 권리, 사기꾼 증후군, 거식증

그리고 3장에서는 정체성 혼란과 4장의 대인관계 영역, 5장은 좀더 세부적이고 현실적인 '넘어야 할 심리적 벽' 특히 이쪽에서는 사회적인 맥락을 고려하여 특수하게 영재 여성에게 기대되는 편견들을 뛰어넘어야 함을 설파한다. 그리고 마지막 6장은 어떠한 해결책 혹은 작가가 근본적으로 들려주고 싶은 따뜻한 응원 '야심을 가져라!'로 결론을 맺는다.

'당신을 강하고 독특하게 만드는 것들을 길러라'

그런데 진짜 제목은 함정처럼 <뛰어난 여성을 위한 심리학> 이라고 했지만, 사실 모든 여성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작가가 페미니즘적인 격론이 아니라고 했지만, 사실 너무나도 페미니즘적이다. 왜 요즘 작가들은 부정적인 함의(negative connotation) 때문에 방패를 치는 지 모르겠지만.. 페미니즘은 칭찬이고 좋은 의미의 사안을 바라보는 접근법이다. '나는 성평등주의자가 아니지만..' '나는 성차별주의자이지만...' 이렇게 말하는 이상한 뉘앙스인 것이다. 아니면 번역을 그렇게 했다면(책 전부를 읽어보면 너무 직역투이다) 여튼,

엔텔레케이아 (완벽주의의 고대적 개념: 영혼을 고양시키고 완벽함에 도달하려는 성향)와 니체의 '너 자신이 되어라' 를 빌려, 똑똑한 여성들이 자신과 남들에게 엄격하고 높은 잣대를 들이대어 자신의 가치와 강점을 알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바로 다음장에서는 반면에 평균 여아에 비해 영재 여아는 더 관용적, 높은 자율성, 더 겸손하고 독창적이라고 묘사한다.



유럽도 그렇지만 전반적인 우리 사회에서는 긍정적인 특질들이 남성적, 반대가 여성적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산드라 립시츠 벰이 나오는데, 젠더의 이분법 속에서 양성성이라는 제3의 길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아쉬운 점은 영재 여성의 특질이 나오지만 초반부터 진단적인 기준은 명확히 정의하지 않은 부분이다. 대체 영재 여성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누구를 그렇게 상정할 수 있는 것일까? 여기서 말하는 대상이란 IQ(지능검사) 120이상이란 말인가? 물론 140이상이어도 학업수준/성과는 좋지 않을 수 있다. 어쨌든, 잠재력이 높은 여성들의 특수한 차이점들의 특징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사기꾼 증후군에 무척 시달렸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해서 대부분 공감가는 측면이 있으니, 평범한 여성이라도 책을 펼치며 끄덕일 만한 항목들이 많을 것이다. 혹은 미국에서 석박사 과정때도 동기들이 많이 자신의 성과가 운이나 정황(행정상 실수)로 이루어진 것이라 믿고 있었다. 이것들이 미치도록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하였다.

남자 아동(남아)은 자신의 경험에서 자신감을 얻어서 자신의 가치를 더욱 확신하게 된다. 그래서 실패하면 자신이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여기거나, 주어진 과제가 애초에 잘못되어 있었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여자 아동(여아)은 자신이 실패한 것을 자신이 무능력하다는 증거라고 해석한다.

이런 연구결과를 보니 우리사회에서도 남자들은 보통 자신의 외모가 평균이상이라 여기고 여자들은 평균이하라고 생각하여 너무 열심히 외향을 가꾸게 되는 문화적 풍토가 떠올랐다. 이건 루키즘과 연관되기도 하겠지만 실력의 주관적 인식 면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예를 들어 직장생활에서 업무성과가 있더라도 젊은 여성이 급성장하면 실력외의 다른 요소들로 의심하는 것이 있겠다. 똑똑한데 더군다나 외모가 돋보이기까지 하다면 타인들은 더욱 높은 잣대로 평가하며 당당함을 오만함으로 여기거나(여자연예인들에 대한 태도를 생각해보면 되겠다)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더라도 이미 당사자들이 내재화 되어 있어서 겸손해 하거나 죄책감을 가지거나 한다.

밸러리 영은 사기꾼 증후군 발달요인 7가지를: 가족의 기대, 가족이 아동에게 전하는 메시지, 대학생활과 동료 및 교수의 반응,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는 문화에 속해 사는 것, 혼자 일하는 것, 창조적인 분야에서 일하는 것, 자신을 낯선 존재라 느끼는 것, 자신이 속한 사회적 집단을 대표하는 것. 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프랑스와 미국의 차이점도 작가가 말했지만, fake it till you make it! 으로 자기확신을 매우 강조하는 미국의 사고방식을 권장한다. 또 집단치료도 제언한다. 섭식장애 특히 거식증의 발현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간다. 저자의 '뛰어난 여성들'에 관한 애정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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