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서 선택한 완벽한 삶
카밀 파간 지음, 공민희 옮김 / 달의시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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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어디에 암이 있는지는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이 순간에 죽어가고 있다는 거다. 이 말을 폴에게 한다면, 폴은 우리는 모두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죽어가고 있다고 말하겠지. 하지만 내가 말했듯, 난 아직 폴에게 핵폭탄급 선언을 할 준비가 되지 않았고 그건 그의 정신적인 안녕뿐 아니라 나의 안녕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소식을 알리기 전에 척박한 사막과도 같은 내 정신을 가다듬을 며칠이 필요하다. ”

“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문제는 존엄성이에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항암 치료를 하면서 낭비하는 대신 자연의 순리대로 흐를 수 있도록 내 권리를 위해 싸우는 중이라고요 .”

“ 난 비행기 사고와 하이킹을 갔을 때 트럭에 치일 뻔한 일을 떠올렸다. 암을 제외하고 이것들이 내가 짧고 특별하지 않은 삶을 살 팔자라는 걸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 ”

" 죽음 " 이라는 다소 불운한 두 자에 제목이 들어가는 바람에 깜빡 속을 뻔 했다. 누군가의 죽음을 소재로 한 무겁고도 진지한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재치넘치고 매우 재미있는 이 책은 동시에 인생에 대한 통렬한 가르침을 일깨워준다. 암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도 이렇게 재미있고 신선한 소설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스토리를 간략 정리하자면, 한 여성이 그녀의 인생에서 최악의 하루를 겪게 된다. 의사에게서 사형 선고를 받게 되고 ( 치료가 어려운 말기암 선고 6개월의 시한부 인생 ) 그래서 불안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남편에게 위안을 얻고자 집으로 달려갔더니, 사랑하는 남편이 자신에게 폭탄선언을 한다.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다시 발견했다고, 즉 남편은 게이였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생애 최악의 소식을 들은 여성이 겪어내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다소 슬프거나 무겁거나 아니면 우울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완전 반대였다. 주인공 리비는 자신에게 주어진 얼마 남지 않은 삶 ( 6개월 시한부 인생 ) 때문에 좌절하고 지난 날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삶을 사는 대신에 그녀는 암 치료를 하느라 남은 나날을 흘려보내기 보다는 우아하게 나머지 삶을 보내기도 한다.

그녀는 모든 것을 참고 수용하기만 한 지난날의 자신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서, 악독한 상사와 스트레스가 기다리고 있는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에게 폭탄선언을 한 남편에게 이별선언을 하고, 집을 판뒤, 따뜻한 태양의 나라 푸에르토 리코로 홀로 긴 여행을 가게 된다. 6개월 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그녀가, 치료를 받지 않고 이런 무모한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그녀가 아이였을 때 그녀 어머니가 암 치료를 받으며 말라 죽어가는 것을 지켜봤었기 때문이었다. ( 화학치료를 받거나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머리가 빠지거나 심한 두통 그리고 탈모 현상이 생긴다 ) 얼마 남지 않은 생을 고생하면서 보내는 것은 자신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한 주인공. 나도 역시 그녀와 같은 입장에 처하면 ( 다른 가족들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 남은 나날들을 즐겁게 보내는 것을 택할 것 같다.

그녀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질병으로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 건강 상태에 대해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푸에르토 리코에서 만난 몇몇 낯선 사람들에게만 암 이야기를 하는데 그것조차 심각하지 않고 조금 코믹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비록 얼마 남지 않은 짧은 기간이긴 하나 훈훈한 남자와 가볍지만 뜨거운 연애까지 할 수 있으니,,, 짧은 삶치고는 괜찮은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밀 파간이 창조한 캐릭터들은 각각 독특하고, 재치넘치고 호감이 간다. 그녀는 매우 유머러스하고 재치있게 글을 잘 써서 읽는 동안 몇 번이나 박장대소를 했고 또 읽다가 자주 킥킥대기도 했다. 사실 그녀가 암에 걸려있고 치명적인 상태라서 때때로 어두운 면이 있는 소설이긴 하나 그래도 여전히 재미있고 사람을 웃겨주는 소설이다. 예를 들자면 휴가지에서 기절한 그녀 앞에 티팬티만 입은 할아버지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들여다보고 있었다든지 하는 그런 에피소드가 허다하다. 엄마에 대한 회상 등으로 진지하게 끌고 가다가도 갑자기 엉뚱한 상황으로 이끄는? 그런 엉뚱한 소설이다.

이 책은 어둡거나 음침한 내용이라기 보다는 재치 넘치고 유머가 가득하지만 가슴 아픈 사연이 또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녀는 어른이 되어서 처음으로 암으로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신 엄마의 묘지를 찾는다. 그리고 자신의 상태를 전혀 모르고 있던 아버지에게 자신의 위중한 병을 알리는데, 이 두 장면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슬펐고 가슴도 찡했던 부분이었던 것 같다. 독자들의 여러 감정의 단추 – 즐거움, 슬픔, 분노, 희망 – 등등을 적시적소에 잘 눌러주는 좋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사람이 암환자가 많나? 싶을 정도로 좌충우돌의 휴가를 보내는 리비.... 과연 리비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질병 이야기가 결코 어둡거나 불운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명쾌하게 보여준 소설 [ 죽음 앞에서 선택한 완벽한 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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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2
유리 파블로비치 카자코프 지음, 방교영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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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을 읽어본 경험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이 전부였다. 도스토예프스키 작가의 특징인 자아 분열과 내적 독백이 이어지는

그의 소설은 읽기가 과히 쉽지는 않았음을 고백한다. 아직 도끼옹의 작품들을 몇 권만 읽어봤기 때문에 섣불리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그가 쓴 작품들 중 몇몇은 정말 넘기 힘든 산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에 한러 수교 30 주년을 기념하는 [ 5+5 ]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의 두 번째 작품으로 발간된 유리 파블로비치 카자코프 작가의 단편 소설집 [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 은 약간 다른 느낌의 러시아문학이다. 1950년대 쯤 쓰여진 이 단편들은, 산문 쓰는 시인이라고 불리는 카자코프 작가만이 가진 서정적인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수십년 전 이야기라서 그런지 다소 어수룩해 보이는 사람들, 자연과 동화되어 자연의 넓은 품에 몸을 맡기는 사람들을 잘 묘사해내어서 읽는 동안 몇몇 한국의 서정적 작품들 [ 소나기 ] 나 [ 봄봄 ] 등이 떠올랐다.

여러 단편들 중에서 눈에 띄는 작품들엔 책 제목과 동일한 단편인 [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 와 스스로 못생겼다고 여기고 사랑을 갈구하는 쏘냐의 이야기인 [ 못생긴 여자 ] 였다. 카자코프는 인간 사이에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인한 인간소외와 고독 그리고 서로에 대한 무관심 등등을 다루고 있다. 당시 러시아 분위기가 그랬던 걸까? 개인의 관심사에만 몰두하고 남을 돌보지 않는 개인주의와 이기심 그로인한 권태와 우울감을 이야기하지만 그래도 남은 희망이 있다면 위로받을 자연이 있다는 것이다.


크리모프는 행복했다!

크리모프는 낚시를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으며 텐트에서 잠을 잤다.

[중략] 낮에는 따듯한 강물에서 수영을 했으며, 저쪽까지 헤엄쳐 가 갈대 숲에 기어올라 늪지 냄새를 들이켰다.

그렇게 두 번의 낮과 두 번의 밤을 보냈고, 셋째 날 저녁 즈음에 배낭에 창꼬지 두 마리를 넣고

가무잡잡하고 홀쭉해진 크리모프는 홀가분하게 고속도로로 나와 담배를 피우며 모스크바행 보스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중략]

그러고서 크리모프는 삼 일 전 새벽 이곳에서 내린 것을 맥없이 회상했다. 버스 옆자리에 앉았던 여자를 생각했고,

담뱃불을 붙이며 심하게 떨던 그녀의 입술과 손을 떠 올렸다.

“아, 나 참으로 비열한 인간이구나!” 숨을 헐떡이고 소매로 땀을 닦으며 크리모프는 중얼거렸다.

“아~아~아!”그리고 크리모프는 아플 만큼 세차게 자신의 무릎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 옆자리의 아름다운 숙녀가 끊임없이 관심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낚시를 할 것에만 들떠서 그녀를 무심하게 대한 크리모프. 그녀에게 한번쯤 관심을 보여줄 수도 있었건만,, 그는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려다 그녀를 사로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얼마나 어리석은 인간인가??? 옛말에 기회의 여신은 뒷머리가 없다고 한다. 기회가 왔을 때 빠르게 앞머리채를 잡아채어야 원하던 것을 손에 넣는 행운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눈 앞의 이익에 취해서 다른 사람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크리모프... 고독과 소외는 자초한 것이다 라고 저자가 말하는 듯 하다.

모두가 즐거웠지만, 오로지 쏘냐만 고통스럽고 우울했다. 쏘냐의 뾰족한 코는 보드카로 빨개졌고,

머릿속은 웅웅거렸으며 그 누구도 그녀를 알아보지 않았고, 모두가 흥겨웠고, 모두가 이날 밤 사랑에 빠졌지만,

아무도 쏘냐에게 반하거나, 춤을 청하지 않았다는 모욕감에 심장은 애처롭게 뛰었다. [중략]

쏘냐는 자신이 결국 여자이며, 어째든 간에 자신에겐 심장이 있고, 영혼이 있고,

이 사실을 알아차리는 사람은 행복해지리라 생각했다.

오! 미련한, 미련한 바보야. 쏘냐는 내면의 힘과 매력을 느끼고, 홀가분하고 또 분노 했으며,

힘차게 발걸음을 앞으로 내디뎠고, 밝게 빛나며 떨어지는 별빛 아래 어둠 속 혼자라도 좋았다.

[ 못생긴 여자 ] 의 주인공 쏘냐는 현재 자신의 외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에만

신경을 쓰고 남자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 외모 때문이라고 생각 - 사실이었을 수도 ) 스스로에 대해 우울감마저 느끼고 있다.

니콜라이라는 남자를 소개받았으나 그는 그녀에게 큰 관심을 주지 않고 도리어 그녀에게 상처되는 언행을 서슴치 않는다.

니콜라이때문에 상처받고 또다시 혼자가 되었다는 느낌에 괴로워하던 쏘냐는, 그러나, 자연과 교감하는 가운데 자연은 인간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위로해주며 인간 내부의 아름다운 본성을 일깨워준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녀는 대자연의 품에 안겨 자신의 내면적 자아를 발견하고 용기를 얻게 된다.



물질적으로는 풍부해졌을지 모르나 정신적으로 빈약해지고 더욱 더 고립되고 외로워지는 현대인들. 그런 현대인들이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자연이라는 것을 카자코프가 일찍 깨달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 [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 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체로 뭔가가 결핍되어 있고 타인과의 소통을 힘들어한다. 그러나 우리는 본질적으로 자연에서 온 존재들이다. 차갑고 무정한 도시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생명력 넘치는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뒤 힐링하는 인간들의 묘사에서 나도 힘을 얻는다. 이 소설은 자연에서 인간성을 회복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소박함과 단순한 인간의 삶을 묘사하여 즐거웠던 독서시간을 안겨준 [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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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의자 SN 컬렉션 1
이다루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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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모든 관계를 포괄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학교에서 하는 공부는 정답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어려울 뿐, 그 원리만 제대로 이해하면 쉽게 접근을 할 수 있지요.


일 또한 순서에 맞추어서 열심히 노력을 하다보면 성과가 내 눈에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인간관계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정해진 답은 당연히 없고 찾아가는 과정 또한 노력을 한다고 해서 성과가 바로 보이는 것 같지 않아요. 이 책 [ 기울어진 의자 ] 를 쓰신 이다루 작가님도 이 책을 통해 인간 관계의 어려움을 토로하시는 듯 합니다.

인간 관계는 둘이서 같이 만드는 것인데, 혼자만 잘한다고 원만하게 이루어지는게 아니더라구요. 또한 각자의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사회 구조적 원인 때문에 인간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도 다반사이구요.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인간 관계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오늘날 대부분의 인간 관계가 이해타산적이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많은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오래가는 인간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내게 해고를 알리던 날, 사정의 표정은 담담했고 또 거만했다.

내게 시간당 8590원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7000원이면 모를까 라고 했다.

나는 딱 7000원짜리 인사를 건네고 편의점 밖으로 나왔다.

“부자 되세요. 구멍가게 사장님.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수정이를 만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다.

간만에 화장을 하고 드라이도 하고 아이를 스쿨버스 정류장에 데려다주었다.

화장한 내 얼굴을 본 아이가 미소를 지었다.

“엄마, 내일 아침에도 이렇게 예쁘게 하고 나오면 안 돼요?”

“예쁘게 봐줘서 고맙긴 한데, 잘 보일 사람이 누가 있겠니.”

“왜요, 많죠. 나도 있고 아빠도 있고 내 친구들도 있고 모두한테 잘 보이면 되죠. 당연히 엄마한테도 잘 보이면 좋잖아요.”웃어넘겼지만 아이의 말은 사실이었다.

[중략] 내가 아이를 키우며 전업맘으로 지내는 동안 수정이는 비서실 팀장으로 승진했다.

[중략] 수정이가 앉았던 의자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의자를 지쟁하는 네 개의 다리 중에서 두 군데나 빠져 있었다.

나는 기울어진 쪽을 손으로 들어 올려서 수평을 맞췄다.

내가 손을 떼자마자 의자는 다시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단체 채팅방 위에 새로운 알림이 울렸다. 새롭게 개설된 채팅방이었다.

[중략] 무리를 지어 하늘을 날아가는 새떼를 본 적이 있었다. 하늘에 수를 놓은 듯 장관이었다.

나는 활성화된 새로운 채팅방을 보면서 새떼의 무리를 생각했다.

무리에 속하지 못한 새들은 낙오된 것일까, 아니면 혼자만의 비행을 줄기는 것일까.

새들이 생존을 위해서 무리를 지어 다닌다면 사람은 무엇 때문에 무리를 만드는지를 생각했다.

이제는 사람고 사람이 가까이서 마주 대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만 같았다.

코로나 19 시대의 새로운 소통법이 탄생한 듯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저항했다.

[중략]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코로나 19시대의 언택트가 달갑지 않았다.

피부로 체감하는 활동 없이 그저 보고 듣는 것만으로 관계를 쌓는 일은

나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세계였다.

이다루 저자의 [ 기울어진 의자 ] 에는 여러 다양한 인간관계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의 문제로 인해서 혹은 뛰어넘을 수 없는 세월의 무게로 인해서 인간관계가 많이 변하는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인간 관계란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쉽지 않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이 어찌 한결같을 수 있을까요?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즐거움과 어려움을 동시에 느낄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전부다 다르고 독특한 고유성을 가지고 있지요. 똑같은 사람이 존재하지 않으니 서로가 가까이서 얽히고 어우러지면서 관계 또한 촘촘하게 맺어질 것입니다. 혹시나 내가 처한 상황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 수 있겠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말아야할 것 같습니다. 너무 가까워도 힘들고 너무 멀어져도 힘든게 인간 관계인 듯 합니다. 각자의 삶을 추구하면서도 서로를 잊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인간 관계라는 나무는 앞으로도 더욱 더 튼튼하고 귀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다루님의 기울어진 의자는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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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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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작가 미야베 미유키 여사, 친근하게 미미여사라고 불리는 이 소설가는 사회파 추리 소설을 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녀의 작품들은 동시대가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이 쌓이고 쌓여서 곪아터지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루었죠 . 우리 나라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원작 [ 화차 ] 의 여주인공은 일본 버블 경제가 한꺼번에 무너지면서 엄청난 가족의 빚을 끌어안게된 한 여성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녀의 작품 중에는 셜록이나 탐정 푸아로 같은 독특한 개성을 지닌 사설 탐정의 모습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는데요. 단편 연작 소설인 이 [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 ] 라는 작품에 본격적으로 개성강한 사설탐정이 등장합니다.


스기무라 사부로라는 이름의 이 탐정은, 사실 셜록처럼 뛰어난 두뇌를 자랑한다거나 딱히 큰 재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탐정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2% 부족한 듯 어수룩해 보이기만 합니다. 이혼을 하여 혼자 살고 있고 부인에게 두고 온 모모코라는 딸을 그리워하는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왠지 동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쓰레기 버리러 나온,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버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 부족함을 채워보기라도 하듯, 열심히 발품을 팔고 끈덕지게 증거를 찾아헤매는 우리의 사설탐정 스기무라 사부로의 활약을 한번 지켜볼까요?


[ 절대 영도 ]


첫번째 단편인 [ 절대 영도 ] 에는 자살 미수 사건을 일으킨 한 여성이 등장합니다. 얼마전 문을 연 스기하라 탐정 사무소에 50대의 품위있어 보이는 여성이 사건 의뢰를 합니다.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은 딸, 사사 유비가 욕실에서 손목을 긋고 정신이 불안한 상태로 병원에 입원해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상한 점은, 딸과 어머니가 평소 사이가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위는 딸의 자살 시도 이유를 어머니인 하코자키 부인에게 돌리면서 강제로 딸을 못만나게 막고 있다는 점입니다. 집안에서 공주처럼 자랐고 결혼 후에도 어머니에게 용돈을 타 갈만큼, 모녀 간에 갈등이 없었는데 왜 갑자기 딸 유비는 자살 사건을 일으킨 걸까요? 그리고 왜 사위 도모키는 거짓말같은 사유를 내세우면서까지 어머니와 유비를 못 만나게 하는 걸까요?


단편 [ 절대 영도 ] 는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부부싸움 끝에 아내가 자살 시도를 하고 남편이 애써 덮으려고 쉬쉬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그 뒤에 엄청난 사건이 숨어있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한때 미투 광풍이 불었었고 얼마 전에는 N번방 사건이 나라를 들썩였지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노리개로 여기는 일부 몰지각한 남성들의 파렴치한 행태가 일본 열도를 들썩인 경우도 있었나 봅니다. 여성을 마지 물건 다루듯했던 추악한 남성들이 최후의 결말을 맞는 이야기입니다.


[ 화촉 ]


이 이야기는 좀 독특합니다. 우리의 스기무라 사부로 탐정이 본격적으로 사건 의뢰를 맡은 경우가 아니거든요. 자신이 탐정 사무소를 낸 주인집 아주머니의 요청으로 낯선 사람의 결혼식에 동반하게 됩니다. 주인집 아주머니인 다케나카 부인과 친하게 지내는 사키코라는 여성의 조카가 결혼을 하게 되는데요, 사키코는 이 조카의 어머니, 즉 자신의 여동생과 일찌기 의절을 한 상태라서 함께 동반하지 않게 되었죠. 그대신 결혼식을 올리는 사촌 언니인 시즈카와 친해진 딸 가나가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면서 일종의 보디가드 (?) 역할을 맡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이죠? 결혼식 당일날 시즈카의 아버지인 미야사키가 " 파혼이야! 시즈카를 데리고 돌아가겠어!" 라고 외치는 분노의 고함소리를 듣게 됩니다. 결혼식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하객들은 허탈감에 가득찬 채 돌아가게 되는데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이 단편은 같은 날 이루어져야했던 결혼식 2개가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필연의 결과인지는 모르곘지만 모두 파토가 나버린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가나의 사촌 언니인 시즈카는 신랑의 잘못으로, 그리고 같은 홀에서, 다른 시간대에 벌어질 예정이었던 결혼식도 신부가 도망가면서 파토가 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야기의 재미는 파토가 난 결혼식 뿐만 아니라 결혼식이 파토가 날 수 밖에 없었던 속사정을, 우리의 평범하기 그지 없는 아저씨 탐정 스기무라가 찾아내는데 있습니다. 모모코를 그리워하면서 매일 훌쩍대기나 하는 이 루저같은 아저씨,,,,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네요.


앞으로도 이 스기무라 사부로 라는 탐정을 좋아할 것 같습니다. 머리가 크게 뛰어나지는 않아도, 꽤 성실한 탐정이거든요. 해야할 일을 목록으로 만들어서 하나하나 체크를 해가며 그날그날 해야할 일을 마무리짓는, 그런 타입의 탐정입니다.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지는 않을지라도, 다른 사람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줄 수 있는 타입이라고 할까요? 새로운 타입의 탐정을 만나게 되어서 좋았던 독서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쭉 스기무라 사부로의 활약상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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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칭 포 허니맨 - 양봉남을 찾아서
박현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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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 서칭 포 허니맨 ]이에요

책을 읽는 여성들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소설을 읽었어요. 우리말로 하면 벌치는 남자, 즉 양봉남을 찾아 나선다는 제목의 소설 [ 서칭 포 허니맨 ]입니다! 한번 밖에 안 봤지만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낯선 남자를 오직 하나의 단서만을 가지고 찾아 나선다는 독특한 플롯의 소설!! 일러스트 도로미, 다큐멘터리 감독 하담 그리고 회사를 다니는 야무진 차경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 소설은, 양봉남을 찾는 장본인 도로미 뿐만 아니라 다른 두 명의 여성들의 러브 스토리도 함께 펼쳐질 것을 예고하며 독자들을 기대감으로 이끌고 있어요.

시작은 소설의 주인공 중 1명인 일러스트 도로미의 발언에서 비롯되었어요. 그녀는 3년 전 행사차 제주도를 갔다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팬이라고 하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요. 그와의 짧은 만남 이후 그는 그녀의 삶에서 사라졌지만 엉뚱 발랄한 도로미는 3년 전 그 남자가 자신에게 관심이 분명히 있었지만 " 기억 상실증 " 같은 이유로 자신에게 연락을 못하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친구 하담은 마침 프로덕션도 그만두었겠다, 알딸딸한 술기운에 기가 막힌 프로젝트를 생각해내었습니다.

외로운 싱글녀 도로미를 위해서 그 남자를 찾아 나서자는 것!! 그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바로 [ 서칭 포 허니맨 : 양봉남을 찾아서 ] 입니다!!

회사에서 이 프로젝트를 발표한 차경의 기획안이 통과되고 하담은 다큐멘터리의 자금을 지원받게 되었어요. 그날로 바로 제주도로 날아간 3명의 여성들. 모험과 사랑을 찾아 떠난 이들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예전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엄청나게 많은 앨범이 팔렸던 무명의 미국 음악가를 찾아 나선다는 취지의 다큐멘터리 영화 " 서칭 포 슈가맨 " 에 대한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었어요. 그 영화 속의 주인공은 미국에 살고 있던 시스토 로드리게즈라는 포크 뮤지션이었는데 미국에서 그의 실체는 거의 알려진 게 없었지만 지구 반대편인 남아프리카에서는 남아공 정부에 대한 저항운동의 상징이 되었을 정도로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었죠.

그 영화와 비슷한 포맷의 ' 서칭 포 허니맨 ". 양봉을 한다는 하나의 단서만을 가지고 무작정 남자를 찾아 나선다는 이 소설은 로맨스와 미스터리의 결합이라는 매우 매력적인 플롯을 가지고 있습니다. 뜬구름 잡기 같은 로맨스를 찾아 나선 일러스트 도로미. 그러나 사랑은 교통사고 같은 거라고 했던가요?

아니면 사랑은 운명인 것인가? 도로미의 인연을 찾아주러 나섰다가 옛날 남자친구인 재웅을 다시 만나게 되면서 묘한 기류를 느끼게 된 하담 그리고 바다같이 부드럽지만 파도같이 강렬하게 다가오는 수언을 만나게 된 차경... 그들의 모험과 사랑도 독자들 심장 쫄낏하게 만들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이 소설이 또 흥미로운 이유는, 그녀들의 꽁냥꽁냥한 로맨스가 펼쳐지는 장면 밖으로 뭔가 음험해 보이는 음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슬쩍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도로미와 그녀의 양봉남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미스터리한 세력들... 그 세력들은 무엇을 꾸미고 있는 것일까요? 도로미와 관련된 일인 것 같기도 하고 세계 양봉대회와 관련된 일인 것 같기도 합니다. 과연 어떤 일이 펼쳐질 것인가? 제주도의 아름다운 경관을 배경으로 한 [ 서칭 포 허니맨 ].


주말을 재미있게 보내고 싶으신가요?

로맨스와 미스터리 그리고 코미디가 아주 절묘하게 버무러진 이 소설을 읽어보세요.

주말이 아마 후딱 지나갈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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