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 최초의 의심 기묘한 이야기
그웬다 본드 지음, 권도희 옮김 / 나무옆의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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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애청자라면 다 알고 있을 그 시리즈 [ 기묘한 이야기 ] 입니다.

주인공 일레븐의 무시무시한 정신적 능력과 초자연적인 세계에 끌려가서 

고초를 당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비밀스러운 실험을 하는 과학자들의 모습이 인상적인 미드이지요.

세상이 뒤집어 지면서 다른 세계에 있어야할 괴물들이 출현하는 모습도 장관이랄까?

하여간 재미있는 시리즈입니다. 첫번째 시리즈는 재미있게 봤었는데

그 후엔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못 본 아쉬운 시리즈랍니다.

이번에 읽게 된 책 [ 기묘한 이야기 - 최초의 의심 ] 은 제가 예상했던 스토리를 담고 있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일레븐의 엄마에 대한 배경 이야기가 재미있게 펼쳐지고 일레븐이 어떻게 브레너 박사의 관리를 받게 되는지 그리고 브레너 박사의 광기어린 실험이 어떻게 시작되는지에 대한 내용이 나와요. 말하자면,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미드인 [ 기묘한 이야기 ] 에 대한 우리의 궁금증을 채워주는 이야기라고나 할까요?

[ 기묘한 이야기 - 최초 의 의심 ] 은 인디애나주의 호킨스와 1969년 여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테리 아이브즈라는 여대생을 만나게 되는데요.

그녀는 자신의 친구 스테이시 대신에 한 미스터리한 실험을 하는 연구소에 가게 됩니다.

스테이시는 실험이 매우 소름끼친다고 생각하고 그만 두게 되는데 테리는 호기심이 많아서 스테이시를 대신하게 되어요. 그녀가 실험에 참여하게 되는 이유는 또 하나 더 있는데 그건은 바로 보수가 많다는 점이었어요. 그뿐만 아니라 뭔가 위대하고도 중요한 실험의 주체가 되었다는 으쓱함을 가지게 되는데요. 그러나 그것도 잠시, 테리는 실험에서 뭔가 이상한 점과 큰 희생이 뒤따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는 와중에 그녀는 연구소에서 그녀의 인생에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들을 만나게 돼요 : 앨리스, 글로리아, 켄 그리고 칼리 ( 에이트 ) 그리고 마틴 브레너 박사이지요.


독자들의 예상대로 테리의 새 친구들은 이 미스터리한 실험에서 각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실험체입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테리는 이 실험이 겉으로 보이는 부분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왜 브레너 박사가 실험에 대해서 아무 것도 언급하려 하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됩니다. 결국, 테리와 그녀의 친구들은 힘을 합쳐서 브레너 박사의 비밀을 밝히려는 노력을 하게 되지요. 개인적으로 테리와 친구들의 우정이 돋보이는 책이었고 그들이 브레너 박사의 어둡고 비밀스런 실험에 걸려들게 되었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전체적인 감상평을 이야기하자면, 이 소설이 매우 어둡다는 면이 좋았습니다.

미드 기묘한 이야기는 아이들이 등장해서 그런지 어둡게 끌고 가다가도 어딘가 모르게 가벼운 면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기묘한 이야기 - 최초의 의심은 젊은이들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조금 달라요. 아마도 일레븐의 어머니가 참여하는 실험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TV에서 다루기에는 너무 어두워서 책에서는 다루고 TV 에서는 뺴버린 듯한 느낌이 있네요.

그리고 이 소설 속엔 정부에 대한 음모 이론도 있어서 그 부분도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그 뿐 아니라 저자 그웬다 본드는 이 책을 통해서 괴물로 인한 공포 뿐만 아니라

권력이 사람들을 향해 어떤 무자비한 일을 할 수 있는가?를 예로 들면서 공포심을 자극한다는 면에서 대단히 글을 잘 쓴 것 같아요. 실험과 프로젝트의 성공이라는 목표 앞에서 브레너 박사는 눈이 멀고 맙니다. 한 똑똑한 사람이 실험이라는 이름 아래 정말 많은 이들의 정신적, 육체적 파괴를 자행하다는 면에서 넘넘 안타까웠습니다. 이 책은 테리의 관점에서 주로 서술이 되는데요. 가끔은 다른 등장인물로 관점이 옮겨지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입체감이 있고 존재감이 뚜렷하다는 면도 굉장히 좋았어요.

소설 [ 기묘한 이야기 - 최초의 의심 ] 은 사실 TV 시리즈보다 질적으로 우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좀 더 깊이있게 들어간다고 할까요? 실험을 둘러싼 정부의 음모가 소름끼치도록 공포스럽게 잘 그려졌고 각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특색있게 잘 묘사되었고 역할이 잘 주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웬다 본다의 탁월한 필력 덕분에 독자들은 책을 들자마자 이야기에 빨려들어갈 수 밖에 없어요. TV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본 시청자라면 반드시 읽어봐야할 명작이라고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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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여성들 -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12인의 위인들
백지연 외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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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있노라니 예전에 한 개그프로에서 유행했던 코너가 기억났습니다. 사회 활동과 외출을 하고 싶어하는 며느리에게 무뚝뚝한 시아버지가 툭 하고 내뱉습니다.

" 그럼 소는 누가 키워? "

조신하게 집안 살림을 잘 꾸리고 육아에 전념하길 여성들에게 강요했던 에전의 사회 분위기를 살짝 꼬집고 비틀어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했던 코너가 아닐까? 싶습니다.


생각해보자구요. 여성들이 " 소 " 를 키웠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녀가 얼마나 " 소 " 를 잘 키웠는지에 대한 언급은 온데간데없습니다. 천재적인 그림 실력을 발휘하든, 외국 유학을 다녀와 조국의 발전에 투신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든 아니면 얼굴도 예쁘고 발명 실력도 좋든,, 어떻든 간에 여성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동안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봅니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여성들은 분명히 있었지만 시대는 주로 남성들의 업적을 재조명해왔죠.


시대와 역사가 잊어버린 여성들, 그들은 과연 누구이고 우리는 어떤 부분에 주목해서 봐야 할까요? 이 책 [ 잊혀진 여성들 :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12인의 위인들 ] 에 나와 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여성 위인들 중에 인상 깊었던 몇몇을 꼽아보자면, 우선,



1. 미투 운동의 시초 :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내 딸의 그림 솜씨는 “ 내 딸의 그림 솜씨는 견줄 만한 화가가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나다 ”

오라치오 젠틸레스키 -

아르테미시아는 이탈리아 출신인 화가 오라치오 젠틸레스의 딸이자 천재적인 화가였어요. 그러나 그녀가 활동하던 시대엔, 폭력 남편을 죽인 모녀의 화형이 공개적으로 있었을 만큼, 마녀사냥이 빈번했어요. 그런 시대에서는 여성들의 천재성이 인정받지 못했음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인정 받지 못한 괴로움에, 설상가상으로 제노아에서 온 화가 타시는 아버지인 오라치오와의 인연을 빌미삼아 그녀를 모델로 삼고 성폭행을 하는 등 인면수심의 범죄를 저지릅니다. 아르테미시아가 타시를 유혹했다는 오해까지 받으며 법정 공방을 이어간 끝에 그녀는 9개월만에 승소를 하지만 타시의 처벌은 고작 1년이었어요. 그래서일까요? 아르테미시아가 그린 그림 [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에서 적장 홀로페네스의 얼굴은 타시를 닮았고

목을 베는 유디트의 얼굴은 아르테미시아 그녀를 닮아있다고 합니다. 상처뿐인 승리였겠지만 어쨌든 그녀는 자신을 억압하는 사회 분위기에 맞서서 싸워 당당히 승리를 거두었어요.

여성들에 대한 온갖 편견과 선입견이 난무하는 가운데에서도 진정한 ‘ 주체 ’ 로서의 삶을 살았던 그녀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미투운동도 있지 않았을까요?



2. 조선의 불꽃 : 최영숙


남녀평등권이 실현된 그들의 생활, 여성들이 행복하고 자유스러운 사회 활동이 참으로 부럽습니다.

최영숙


일제 강점기에 유년시절과 청년시절을 보낸 최영숙은 독립투사들이 체포당하는 것을 지켜보며 조선이 처한 현실을 바꿔놓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합니다. 그녀는 중국과 러시아를 거쳐 우여곡절끝에 스웨덴에 가서 대학원에 입학하고 사회 민주주의 시스템을 지켜보게 됩니다.

거기서 그녀에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사람들이, 특히 여성들이 걱정없고 억압없는 생활을 누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각 회사마다 노동조합 세력이 커서 여성 노동자의 삶이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보장받는다는 것이었어요.

그녀는 스웨덴에 자리잡고 편안히 살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조선으로 다시 돌아와 경제 운동과 노동 운동을 동시에 펼쳐보려 합니다.

그러나 이미 가세가 기울어진 집안 때문에 여의치 않게 됩니다.

그 뿐 아니라 여성의 사회 생활을 탐탁치 않게 여겼던 그 당시 사회의 선입견 떄문에 좋은 학력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갈 수 있는 직장은 없었습니다.

가족들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감에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일하던 그녀는

일하다 쓰러지고 그대로 세상을 등지고 맙니다.

이 책 [ 잊혀진 여성들 :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12인의 위인들 ] 에서는

주체적인 사고로 자신의 삶을 이끌고 남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친 여성들이 등장합니다. 비록 남성 중심적인 시대와 역사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그들의 업적을 아는 누군가는 재평가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젠더에 대한 관심이 촉발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 시대가 이런 책을 요구한게 아닐까? 하고 생각될 정도로 말이죠. 몰랐던 훌륭한 여성들의 사례를 알게 되어 너무 좋았던 책 [ 잊혀진 여성들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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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선 - 하드보일드 무비랜드
김시선 지음, 이동명 그림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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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하루는 영화를 닮아 있다

뭔가를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은 빛을 뿜어내고 긍정의 아우라를 풍깁니다.

이 책 [ 오늘의 시선 ] 의 저자 김시선 씨의 얼굴도 그런 빛을 뿜어내지 않을까 싶어요. 그는 영화를 세상 그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사실 나는 주로 책을 통해 문화적 욕구를 채우는 편이지만, 책과는 다른 영화만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이 각 개인의 자유로운 상상력에 의존하는 매체여서 책에서 느끼는 감동이 천차만별이라면, 영화는 책을 이미지로 구체화했다는 면에서 좀 더 보편적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겠죠?

유튜버로 유명한 김시선 저자는 약간 삐딱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 합니다. 삐딱한 시선이 나쁘다는 의미가 전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는 영화를 단순히 평론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니, 연인을 너무 사랑해서 더 넓게 그리고 더 깊이 알고 싶어하는 목마름이 엿보인다고 할까?

아무튼 그랬습니다. 이 책에는 받아적고 되풀이하고 싶은 인상적인 문구들이 너무 많았어요. 영화를 통해, 나오는 대사를 통해, 감동을 전달해주는 김시선 저자의 표현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요?

98쪽

 계속 같은 질문을 들으면 질릴 만도 하지만, 막상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나도 좋은 영화를 보면 모르는 사람을 붙잡고서라도 ” 이 영화 죽이지 않아요? 어땠어요? “ 라고 묻고 싶으니까.

그 기분을 아니까. 세상에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다. 좋은 걸 보면 나누지 않고선 병에 걸릴 것 같은 사람. 좋은 음식을 이웃과 나눠 먹듯. 좋은 영화가 있으면 나누고 싶은 사람 .”

김시선씨는 영화를 사랑하는 상훈이라는 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덧붙입니다. 영화를 비판하기에 급급한 사람들 가운데서 상훈이 형은 영화의 ‘ 빛 ’을 찾는 아름다운 사람이기에 그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면 그 전에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영화의 모습을 발견한다고 말입니다.

상훈이 형은 좀비 영화 속 특징 없던 한 장면을 언급하며 우리가 생과 사를 오가는 다급한 상황에 처할 때 ‘ 당연하다 ’ 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 특별해지는지 ’를 이야기합니다. 엄청 공감이 가는 대목이었어요.

163쪽

 영화를 사랑하는 척하는 이들은,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의 마음을 끊임없이 꺾는다. 틀렸다고, 바나나는 절대 예술이 될 수 없다고 깔보고 무시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방법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영화를 “ 사랑하는 척 ” 하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지 말길 바라며 쓴 대목입니다. 어떤 영화를 몇 번 보고 어떻게 평가를 잘 해내는가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 영화와 진정한 사랑에 빠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일러둡니다. 예전에 나는 “ 이터널 선샤인 ”을 보고 너무 감동을 받아서 펑펑 울고 그랬는데 그 당시에는 한국에 별로 유명하지도 않고 알려지지도 않았었는데 후에 한국에 다시 재개봉하고 사랑받는거 보고 너무 기뻤어요.

내가 느낀게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는 것 만으로도 기뻤다고 할까요?

176쪽

“ 아름다운 것들은 관심을 바라지 않지. ”

영화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는 2007년 인터넷의 영향으로 폐간한 잡지 [ 라이프 ] 지에 관련된 일을 다루고 있어요. 주인공 월터는 마지막 호 표지를 장식할 사진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전설적인 사진작가 숀 오코넬을 만나 아이슬란드에 사는 눈표범이라는, 매우 희귀한 동물의 사진을 담으려고 하는 중입니다. 


며칠을 기다린 후 드디어 눈표범이 나타나고 월터는 숀이 그 동물을 찍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만 매우 답답하게도 숀은 그냥 렌즈의 뷰파인더를 들여다보고만 있죠. 왜 사진을 찍지 않냐고 닥달하는 월터에게 숀은 이렇게 한마디하죠.


“ 아름다운 순간을 보면 어떨 때는 안 찍어.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저 그 순간 속에 머물고 싶지.”

우리 현대인들은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 사진 찍기기에 급급하여 그 순간을 못 즐기는 듯 합니다. SNS 가 등장하면서 좋은 점들이 많아졌지만 단점도 많이 생긴 게 사실인 것 같아요. 영화 속에도 아름다운 순간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이 책 [ 오늘의 시선 : 하드보일드 무비랜드 ] 은 영화의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운 영화를 사랑하는 김시선 저자의 아름다운 마음을 보여줍니다.

뻔하지 않았던 영화에 대한 이야기 [ 오늘의 시선 ]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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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미터O
이준영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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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비행기 안에서 [ 프로메테우스 ] 라는 영화를 보았어요.

우주의 엔지니어들이 인간을 만들었고 또 그들이 에이리언을 만들어 인간을 죽인다는 내용이었어요. 왜 자신이 창조한 창조물을 허망하게 죽음으로 몰아넣는가? 하며 잠시 슬픔에 젖었지만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조물주는 자유의지를 심어준 창조물이 즉, 우리 인간이 서로 평화롭게 살지 못하고 전쟁을 일으키고 서로를 죽이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에요.

저렇게 폭력적인 창조물이었다니... 실망한 엔지니어들은 인간을 파괴하기에 이릅니다.

이준영 저자의 본격 SF 소설 [ 파라미터 O ] 는 매우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디스토피아라고 해야겠죠? 이미 환경 오염으로 거의 전 인류가 전멸하였고 더 이상 바깥에서 살지 못하는 지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엔지니어들이 구축한 시설 속에서 쾌감기라고 불리는 기계에 의지하여 살고 있어요.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지만 나름대로의 시스템을 만들어서 살고 있어요. 그 중 조슈라는 엔지니어는 설비 내의 산소를 만들어주는 나무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보수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쾌감기 속에서 살며 인생을 허비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죠. 그녀는 삶의 의미, 삶의 목적을 찾아헤맴니다. 하지만 그녀의 엄마 가야와 친했던 의사 선생님 지호는 삶에는 의미라는 것은 없다고 못 박습니다. 매우 현실적인 인물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실종된 엄마가 보낸 전파 신호라고 여겨지는 곳을 찾아가서 “ 이브 ” 라는 기계종을 만납니다. 기계종이라는 것은 지금 우리가 흔히들 이야기하는 A.I.입니다. 그들이 사는 설비 안에서 기계종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하고 있으므로

이 “ 이브 ” 가 쓰임새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 조슈는 이 기계종을 시설로 데려옵니다.

한 가지 좀 웃겼던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성경 속에서 하느님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이 “ 이브 ” 는 자신을 발견해준 “ 조슈 ”를 창조주라고 부르고 믿고 따릅니다. 명령어에 따라 감정 없이 움직이는 다른 기계종과는 다르게 이 이브는 애착이라는 감정을 표현합니다.. 희한하게도.


이브를 시설로 데리고 왔을 때 반기는 모습을 보였던 의사 선생님인 수호 아저씨와는 달리,

목사님인 게이브는 창조주는 인간을 만들어준 한 분 밖에 없다면서 매우 불경스럽다며 “ 이브 ”를 시설 밖으로 쫓아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감정을 느낄 줄 알고 생각을 할 줄 아는 이 이브에게 애착이 생겨버린 조슈는 있는 힘을 다해서 이브를 보호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 가치가 있을까요? 끝까지 읽어봐야 합니다.

저자 이준영 씨가 그려내는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합니다. 장애아가 태어나고 ( 씨앗탱크에서 자라난 건가요? ) 어른들은 생식 능력이 아예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조슈는 마치 자신의 아이들처럼 이브들을 돌봅니다. ( 이브는 아기 낳듯 또 다른 이브를 낳아요 ) 이 이브들은 전력 공급도 하고 일도 열심히 하고 무엇보다 평화를 중요시하는 기계종입니다.

스티브와 함께 영화를 보는 장면도 나온다니 말 다했죠... 하지만 시설의 몇몇 사람들은 이브가 머무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 사람들은 항상 집단적 이기주의를 표방하는 종류같아요. 목사님이나 ( 세상의 목사님들이 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

마약 중독자같이 쾌감기에 중독된 사람 등등요.

이 소설을 읽으니 계속 마더라는 영화도 생각나더군요. 마더라는 영화는 A.I. 가 진짜 엄마를 대신하는 영화인데 로봇이 감정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니까 좀 소름이 끼쳤는데 사실 이브를 보면서도 비슷한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도대체 로봇인가? 인간인가?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동시에 로봇이라고 사랑받을 권리가 없는 것은 아니잖아? 라는 생각도 들었네요. 인간이 재생산할 수 없는 시대에 로봇의 재생산이라는 아이디어도 참 참신하다고 느꼈어요.

무게도 있고 생각도 많이 유도하는 소설인 파라미터 O. 아주 즐거운 독서 시간이었습니다.

*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솔직하게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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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의 시간
해이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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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에는 다만 한 사람이 있을 뿐이죠. 나를 버릴 수 있는 한 사람 ]

그런 책들이 있다. 얇지만 읽고 나면 그 전보다 꽤 무게가 무거워졌다고 느껴지는 책들이. 해이수 작가의 탑의 시간은 나에게 그런 느낌을 주는 책이다.

무겁다못해 나를 우울감으로 한동안 짓눌렀던 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굳이 표현하자면. 마지막에 주인공들은 탁 털어버리는 기쁨을 표현하는데 비해서 나는 왜 소설이 다 끝난 마당에 이렇게 비틀거리고 있는 걸까?

생각해보니 과거의 털어내지 못한 인연들이 하나둘 스멀스멀 마음 속에서 올라와서였던 것 같다. 나의 20대와 30대는 유치찬란하고 어설픈 사랑의 기억들로 그야말로 초토화되어있다. 떠올리기도 싫을 만큼 서로에게 잔인했고 서툴렀던 사랑의 표현들은 내 몸과 마음에 찌꺼기처럼 달라붙어 있다는 생각이

문득 이 책을 읽고 나니 들었다. 주인공 연과 명처럼 어딘가로 떠나서 버리고 와야하는 걸까?

20년전 연인의 죽음 소식을 듣고 그와 가기로 했던 미얀마의 바간 지역으로 떠나는 연. 지키지 못한 약속과 부치지 못한 편지 속에서 무언가를 확인하기 위해서 떠난 그녀. 20년전 사랑했던 연인이 바간 지역의 한 절에 있는 불상에 감추어 두었다는 목걸이를 찾으러 왔지만 그 목걸이는 온데간데 없다.

그녀를 버리지 못해 가족을 버릴 결심까지 했던 그와 결국 함께 떠나지 못한 여행을 이렇게 혼자 오게 된 연.

5년간 사귄 약혼녀와 파혼을 하게 만든 그녀. 1년이 넘게 사귀었지만 아직도 버겁게 다가오는 그녀. 지적이고 냉철했던 약혼녀와는 결이 다른 그녀를 사랑했다고 생각했는데 화해의 제스츄어로 떠나기로 한 바간 여행에

그녀는 끝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자신을 열정적으로 사랑한 그녀를 위해 약혼녀와의 파혼까지도 감행했던 명은 허탈감과 우울감을 접기 위해서 탑돌이와 절로 마음을 다스리지만 좀체 오지 않는 잠 때문에 불면의 밤을 보낸다.

이 소설은 미얀마의 바간 지역을 배경으로 쓰여졌다. 20년전 사귀었던 연인의 죽음을 계기로 그와 헤어지게 된 장소인 바간을 찾아오는 한 50대의 여인 연과 화해하기로 한 장소에서 이별을 맞게 된 한 30대 남자 명의 이야기.

불교에서 탑의 의미가 도대체 뭘까? 탑돌이를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불교에서 얘기하는 윤회나 인연법이 떠올랐다.


삶은 비슷한 모습을 띈 채 다른 사람들이라는 연극 무대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 아이를 버리지 못해 힘들어하던 그를 도무지 볼 수 없어서 헤어짐을 고한 연이나 약혼녀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연인을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명의 이야기가 마치 평행이론처럼 그려진다면 좀 억지스러운가?



이 책에서 기억에 남았던 부분 2가지.

명과 연 그리고 최와 희 커플이 함께 동반여행을 하는 장면에서 악어와 원숭이 이야기를 꺼내는 마부. 일종의 설화인데 원숭이하고 친하게 지냈던 남자 악어에게 원숭이를 죽이고 심장을 꺼내오라고 다그치는 여자 악어.

하지만 친구의 심장을 훔치려다 남자 악어는 우정을 잃게된다. 지독하게 연인의 사랑을 확인하려는 여자들의 모습.... 연인을 외롭게 했던 명의 얼굴과 남자 악어가 겹쳐보였다.

두번째는 미얀마에서의 경험을 통해 그녀를 좀 더 잘 알게 되었다는 명. 비행기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그의 주름살은 굵고 깊었는데 삶에 찌들어가면서 생긴 보통 사람들의 주름과는 달랐다는 것이 명의 표현이다.

환상처럼 그에게 다가온 그 중년 남자와의 일종의 현시와도 같은 경험은 그에게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든다.

명은 그의 얼굴이 일반적인 중년의 얼굴과는 약간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르는 외로움에 늙어간 자와 사람을 사랑해서 겪는 서글픔으로 늙어간 자는 얼굴의 주름과 표정이 다를 수 밖에 없었다

탑의 시간 중 160쪽

필사하고 싶은, 처연하고 아름다운 문구들로 가득한 이별 이야기 

[ 탑의 시간 ] 타로카드에는 [ 죽음 ] 카드가 있는데 시작은 반드시 끝이 나야 된다고 하는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연과 명의 여행은 일종의 [ 죽음 ] 카드와 같은 것이 아니었을지...

탁탁 털어버린 마음 속에서 또다시 사랑의 새싹이 피어날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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