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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미터O
이준영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12월
평점 :
외국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비행기 안에서 [ 프로메테우스 ] 라는 영화를 보았어요.
우주의 엔지니어들이 인간을 만들었고 또 그들이 에이리언을 만들어 인간을 죽인다는 내용이었어요. 왜 자신이 창조한 창조물을 허망하게 죽음으로 몰아넣는가? 하며 잠시 슬픔에 젖었지만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조물주는 자유의지를 심어준 창조물이 즉, 우리 인간이 서로 평화롭게 살지 못하고 전쟁을 일으키고 서로를 죽이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에요.
저렇게 폭력적인 창조물이었다니... 실망한 엔지니어들은 인간을 파괴하기에 이릅니다.
이준영 저자의 본격 SF 소설 [ 파라미터 O ] 는 매우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디스토피아라고 해야겠죠? 이미 환경 오염으로 거의 전 인류가 전멸하였고 더 이상 바깥에서 살지 못하는 지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엔지니어들이 구축한 시설 속에서 쾌감기라고 불리는 기계에 의지하여 살고 있어요.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지만 나름대로의 시스템을 만들어서 살고 있어요. 그 중 조슈라는 엔지니어는 설비 내의 산소를 만들어주는 나무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보수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쾌감기 속에서 살며 인생을 허비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죠. 그녀는 삶의 의미, 삶의 목적을 찾아헤맴니다. 하지만 그녀의 엄마 가야와 친했던 의사 선생님 지호는 삶에는 의미라는 것은 없다고 못 박습니다. 매우 현실적인 인물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실종된 엄마가 보낸 전파 신호라고 여겨지는 곳을 찾아가서 “ 이브 ” 라는 기계종을 만납니다. 기계종이라는 것은 지금 우리가 흔히들 이야기하는 A.I.입니다. 그들이 사는 설비 안에서 기계종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신하고 있으므로
이 “ 이브 ” 가 쓰임새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 조슈는 이 기계종을 시설로 데려옵니다.
한 가지 좀 웃겼던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성경 속에서 하느님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이 “ 이브 ” 는 자신을 발견해준 “ 조슈 ”를 창조주라고 부르고 믿고 따릅니다. 명령어에 따라 감정 없이 움직이는 다른 기계종과는 다르게 이 이브는 애착이라는 감정을 표현합니다.. 희한하게도.
이브를 시설로 데리고 왔을 때 반기는 모습을 보였던 의사 선생님인 수호 아저씨와는 달리,
목사님인 게이브는 창조주는 인간을 만들어준 한 분 밖에 없다면서 매우 불경스럽다며 “ 이브 ”를 시설 밖으로 쫓아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감정을 느낄 줄 알고 생각을 할 줄 아는 이 이브에게 애착이 생겨버린 조슈는 있는 힘을 다해서 이브를 보호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 가치가 있을까요? 끝까지 읽어봐야 합니다.
저자 이준영 씨가 그려내는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합니다. 장애아가 태어나고 ( 씨앗탱크에서 자라난 건가요? ) 어른들은 생식 능력이 아예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조슈는 마치 자신의 아이들처럼 이브들을 돌봅니다. ( 이브는 아기 낳듯 또 다른 이브를 낳아요 ) 이 이브들은 전력 공급도 하고 일도 열심히 하고 무엇보다 평화를 중요시하는 기계종입니다.
스티브와 함께 영화를 보는 장면도 나온다니 말 다했죠... 하지만 시설의 몇몇 사람들은 이브가 머무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 사람들은 항상 집단적 이기주의를 표방하는 종류같아요. 목사님이나 ( 세상의 목사님들이 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
마약 중독자같이 쾌감기에 중독된 사람 등등요.
이 소설을 읽으니 계속 마더라는 영화도 생각나더군요. 마더라는 영화는 A.I. 가 진짜 엄마를 대신하는 영화인데 로봇이 감정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니까 좀 소름이 끼쳤는데 사실 이브를 보면서도 비슷한 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도대체 로봇인가? 인간인가?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동시에 로봇이라고 사랑받을 권리가 없는 것은 아니잖아? 라는 생각도 들었네요. 인간이 재생산할 수 없는 시대에 로봇의 재생산이라는 아이디어도 참 참신하다고 느꼈어요.
무게도 있고 생각도 많이 유도하는 소설인 파라미터 O. 아주 즐거운 독서 시간이었습니다.
*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솔직하게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