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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불안은 우리를 어떻게 성장시키는가 - 하버드 심리학자와 소아정신건강전문의가 밝혀낸 불화에 대한 혁명적 통찰
에드 트로닉.클로디아 M. 골드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5월
평점 :
살다보면 의도치 않게 불안한 관계로 지내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무리 많이 배웠다고 무의식적으로 자화자찬하더라도 이러한 경우 적잖은 자괴감을 느끼게 되고, 삶의 의욕도 그만큼 저하되고, 뭔가 이루고자 하는 성취욕도 떨어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사는 게 참 재미없어진다. 불안하고 아닌 관계는 끊어버리는 것이 속 편하지만, 사람과의 관계가 말처럼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한탄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세상, 불안한 관계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건 개나소나 사람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도움얻을 수 있는 책을 보고픈 생각이 자주 들던 차에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그렇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나는 너무 슬펐다. 나는 내 나름대로 관계를 좋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한쪽에서만 이해하려고 포용하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다. “이런 책을 본다는 게 과연 내 인생에 효과가 있을까?” 서로 노력해야 그나마 관계가 좋아지든지 하는데, 어째서 한 쪽만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는지 나는 너무 이해할 수 없었다. 세상에는 성당도 있고, 교회도 있고, 절도 있다. 왜 사람들은 그런 곳에 다니면서 성스러운 삶을 살았던 사람들에 대해 존경하고, 사랑의 말씀을 전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거기에서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오해를 풀려고 하지 않고 자기만의 시각으로 사람을 대하고 미워하고 폄하하는 것인지 내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도대체 종교모임은 왜 갖는 것이며, 거기 지도자들은 도대체 어떤 말씀을 전하는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물론 깨우침을 주려는 사람들도 있긴 있을 것이다). 예전에 일했던 곳에서 실습하러 오신 실습생 한 분이, 내 얼굴을 요리조리 계속해서 쳐다보시더니, 신기해하면서 여기 있지 말고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 생각해보니까, 나는 큰 종교모임에서 권세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종알거리면서 깨우침을 주려고 하는 피곤한 팔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권세라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나온 대사처럼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 있듯이, 권세에는 큰 책임이 따르기도 한다. 권세를 가지고 있으면, 알랑거리는 사람들이 진짜 나를 좋아하는 건지, 권세를 보고 좋아하는 건지 분간하는 게 어렵다. 그냥 조용히 사는 게 진짜와 가짜를 분간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 그러나 권세를 좋은 방향으로 사용한다면 사람들을 깨우치게 하는데 그만큼 도움이 된다. 하지만 권세를 가지게 되면 그만큼 모범적으로 보여야 하기 때문에, 행동에 제약이 따르게 되고, 마음이 따르지 않게 될 경우, 위선적인 삶을 살게 된다. 나는 부족한 존재다. 속되게 말해서 나 또한 속물이고, 야한 거 보면 눈이 가고 쳐다본다. 그리고 나는 큰 자리가 부담스럽다. 고로 나는 조용히 사는 게 더 편하다. 하지만, 세상은 권세를 제대로 휘두르지 않고, 부귀영화만 누리려는 리더들 때문인지 몰라도, 겉멋만 들어거나 형식적으로 사랑을 설파하는 헛똑똑이들만 양산하고 있다. 입으로만 사랑사랑거리지, 실제로 그들은 사랑이 뭔지 제대로 깨우치지 못한 인간들이 더 많다. 아닌 건 아니라고 따끔하게 비판할 수 있는 권세를 부리려는 지혜롭고 현명한 자가 이 세상에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데 그만큼 그런 말들은 보이지 않는 적을 만들게 된다. 피곤한 인생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내가 미쳐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아닌 걸 아니라고 하는데, 이걸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나를 더 미치게 만든다.
세상에 너무 화가 나서 글이 자뻑에 빠져버리는 말로 치닫았는데, 다시 책으로 돌와와서 이 책은 읽어볼 만하다. 왜냐하면 사람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다면 포용하고, 아무리봐도 아닌 것에는 응징하는 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삶이고, 각박해진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리더가 아니더라도 삶의 고통을 줄이기 싶다면 피할 수 없는 길이기 때문이다. 피할수록 고통스러워지는 길.
책에 사례를 보면서 세계 사람들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관계의 고통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되돌아갈 수 있는 편안한 자리가 다시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여행에는 끝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 있다. 관계에서의 고통도 어쩌면 끝이 날지도 모른다. 지나가게 하더라도 잘 지나가게 하는 법을 배운다면 인생 되돌아봤을 때 무력감과 후회가 덜 듯 것 같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았고, 제 나름대로 솔직하게 쓴 주관적인 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