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댄 애리얼리 최고의 선택
댄 애리얼리 지음, 맷 트로워 그림,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인생은 선택이다. 정말로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건지 나는 아직까지 스스로 확답을 내릴 수는 없지만, 선택을 잘할 수 있다면 잘 하는 것이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첫 단추가 아닐까 한다. 선택을 잘 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책을 보고 싶던 차에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댄 애리얼리>다. 나에게는 아직 익숙지 않은 저자이름이지만, 저자와 쓴 책을 보면서 신간인 이 책에 대한 기대가 컸다. 더군다나 만화로 선택법을 살필 수 있다니 더 쉽게 선택법을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책 내용은 그런대로 읽어볼 만 했다. 그림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책에는 등장인물로 시장성 요정과 사회성 요정이 나온다. 시장성요정은 시장적 규범을 옹호하는 인물이고, 사회적 요정은 사회적 규범을 옹호하는 인물이다. 그림이 내 반감을 산 게 있다면 시장성 요정을 백인으로, 사회성 요정은 흑인으로 묘사했다. 사회적 규범을 옹호한 요정을 흑인으로 묘사한 것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회성 요정이라고 칭하면 선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드는데, 이 그림은 마치 선한 존재는 흑인으로 악한 존재는 백인으로 표현한 듯한 느낌이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내가 볼 때는 그렇게 보였다. 올해 미국에서 백인경찰이 흑인 용의자를 과잉제압하는 과정에서 흑인용의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전세계적으로 애도의 뜻을 표하기도 했고, 과잉제압한 것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는데 흑인이 다수였다. 그런데 시위는 대규모 방화와 약탈로 이어졌다. 내가 뉴스로 본 바로는 흑인이 많았다.  

 나도 흑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정의와 평등을 외쳤지만 결국에는 방화와 약탈 범죄를 저지르고 시위대들에 대한 강한 반감이 생겼고, 인종들에 대한 편견까지 생기고 말았다.


 이 사고가 벌어진 3주 후쯤인가 시위를 촉발시킨 과잉제압 이전의 동영상도 공개됐는데, 용의자는 연행에 순순히 응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뉴스를 처음 봤을 때 뭔가 좀 조작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사고 전후 동영상을 살펴보고, 용의자의 과거이력, 용의자 혈액에서 사망에까지 이를 수도 있는 마약성분 검출됐고 코로나19 양성반응이 나왔다는 걸 종합해보니, 대중을 선동하기 위한 ‘악마의 편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뉴스 말고 불이 붙은 자동차 속에서 의식 잃은 시민을, 자기 목숨 걸고 구조했던 흑인 뉴스도 본 적 있다.


 여하튼 나는 세계사건사고뉴스를 보면서 인종과 국가별 사람들에 대한 편견은 더 커졌다. 하지만, 어떤 대상을 일반화해서 개별적으로 이해하려 하지 않고, 대상을 단순일반화해서 나의 판단만 쉽게 내버리려고 하는 본능과 사람을 함부로 차별하지 말라는 나의 도덕적 기준은 정면충돌했고 나의 내적 갈등은 더욱 커졌다. 결국 나는 이런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나의 편견을 고요한 곳으로 묻어 두려했다. 편견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런데 이 책에 등장하는 시장성 요정과 사회성 요정 캐릭터는, 애써 누그러뜨린 잠재운 편견을 다시 깨웠고, 기쁘지 않은 웃음만 나왔다. 만약 이 책 캐릭터를 백인들이 봤으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오히려 인종갈등만 부추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림을 보면 흑인 백인 커플이 간간히 등장하기도 하고, 24쪽과 60쪽을 보면 동성 커플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림 작가가 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책 캐릭터를 보면서 등장인물들을 사람이 아닌 동물로 빗대서 나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곰부부, 개와 고양이 요정, 미어캣 등이 등장하든지 해서 이렇게 구성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동물로 표현하면 갈등도 줄일 수 있고 더욱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본다.


 책을 보면 사회성규범을 옹호하는 쪽 같은데,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그렇지만은 않다. 저자는 성선설을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나 역시 어릴 때는 성선설을 믿어왔지만, 내가 살아갈수록 느끼는 게 있다. 나는 인간은 이기적으로 태어나서 문화와 교육을 통해서 개과천선하는 기회를 맞이한다고 생각한다. 인도에서 대낮에 버스 안에서 여자들이 집단강간당한 뒤 살해된 사건이 있었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거친 속담이 있는데, 나는 이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

 때로는 법으로서 사회적 규범이 통하지 않는 이들을 제어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이의 생일에 선물로 줄지 돈으로 줄지 하는 선택의 길이 있기도 했는데, 나는 이 책의 내용에 100% 공감하지 않았다. 사람사이는 이런저런 이유로 틀어질 수 있고 상대방이 줬던 선물을 볼 때마다 그 사람이 생각나서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고, 그런 선물도 보기가 싫어질 수도 있을 것이고, 같은 상품을 쳐다 볼 때마다 트라우마에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가 쓴 이 글을 보고 “웃기네! 소설을 써요!” 하는 반응이 왔다면 그런 사람은 감사하며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인간들을 안 만나본 것에 대해서 말이다. 사람은 자기가 겪어보고 느낄 수 있는 만큼만 보이고 느끼는 것이다. 선물은 부피가 있기에 선물받는 사람이 방이 넓은 곳에 산다면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다. 지구환경을 위해서 선물보다는 현금이 나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물건을 선물로 줄 수 있다면 소비하게 되고, 돈이 돌고 돌다보면 경제가 돌아가는 거니까 현금보다 선물이 경우에 따라서는 나을 수도 있다. 이건 경우에 따라서 다른 것이니 “이것이 정답이고 저것은 오답이다.”라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 역시 한때 학창시절에 봉사부장을 했을 정도로 한 때는 솔선수범했고, 현재는 사회적 규범을 준수할 것을 옹호하는 편이긴 하지만, 이 세상에는 자기만 알고 “미개한” 사람들도 꽤 많다. 미개하다는 이 표현이 거칠고 이런 말을 꺼낸 사람이 오만해보일 수 있기도 하지만, 나 역시 미개한 점들이 있다. 때로는 따뜻한 시선보다는 냉철한 시선으로 세상을 봐야지 균형을 잡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기도 하다. 한 없이 우주보다 작은 지구별에서 100년도 제대로 건강하게 살다가지 못할 고등언어 사용 생명체들이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들을 많이 남기지는 못하고 지들끼리 치고박고 싸우다 죽는다는 게 왠지 모르게 슬프고 안타깝긴 하다.


 최고의 병법서라는 <손자병법>에서 알려주는 대로 어떤 일을 맡은 사람에게 100% 위임하고 맡기면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니라 부실시공(?)으로 곤혹을 겪을 수도 있다. 이론서만 100% 믿고 신봉했다가는 현장에서 고생할 수도 있다 얘기다. 마찬가지로 어떤 걸 결정하는데 있어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다룬 이 책의 내용을 100% 따르는 것이 꼭 좋은 결과를 낫는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아무것도 모르고 무식하게 사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 보인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어찌 좋은 쪽으로 해서 바꾼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지만, 적어도 내 인생에 있어서 어떤 습관이나 행동에는 조금이나마 좋은 변화를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소소한 것을 어떻게 해본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참고하면 좋을 듯 싶다.


내가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어느 정도 도움을 얻긴 얻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았고, 제 나름대로 솔직하게 쓴 주관적인 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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