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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 가족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이선민 옮김 / 문학테라피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일곱 살 어린 나이에 완벽한 운율의 시를 써 주변을 놀라게 한 에두아르. 부모는 물론 에두아르 자신도 작가가 될 것임을 믿어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열번째 생일이 다가올 무렵에는 학습 부진아로 유급까지 하게 된다. 문학계의 조드디를 꿈꾸던 자신의 재능은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낙담한 에두아르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말한다. "글을 쓰면 아문단다"
글을 쓰면 아문다고? 하지만 어린 에두아르가 이해하기는 어려운 말이다. 되려 직접적인 위로를 주지 않는 아버지가 야속하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부모님의 이혼으로 기숙학교로 보내진다. 일련의 사건들로 에두아르는 또래보다 조숙한 아이로 자란다. 그리고 자신과 가족들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에두아르가 바라본 자신의 가족은 온통 균혈 투성이다. 할아버지때부터 운영해 온 가게를 이어받은 아버지 덤보. 하지만 가게는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다. 열 여덟 어린 나이에 결혼한 엄마는 여전히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지만, 삶은 아름답지 않다. 거기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남동생까지. 타인이 바라봐도 행복한 가족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상황보다 더 참기 어려운 것은 가족의 상처를 글로써 치유해달라고 하는 가족들의 무언의 압력이다. 물론 좋은 글은 위로를 준다. 에두아르도 글을 쓰고 싶다. 하지만 무작정 쓴다고 소설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에 현실의 답답함이 더해진다.
에두아르는 동갑나기 모나크를 만나 열 여덟에 결혼을 하고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어린 나이에 자신을 가져 결혼하게 된 부모님을 보며 과연 행복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지만, 그 또한 부모님의 전철을 따라가게 된다. 결혼 생활은 행복을 약속하지 않았다.
글을 쓰며 그나마 탈출구를 찾아보며 하지만. 에두아르의 재능은 뜻밖의 곳에서 발휘된다. 광고 카피를 쓰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여러 광고제에서 수상하며 카피라이터로 성공을 거두고, 거액연봉자가 된다. 하지만 모니크는 사치스러운 생활로 돈을 탕진하고, 에두아르에게는 관심이 없다. 두 딸을 낳았지만, 둘째 딸은 자신의 딸이 아니라고 한다. 거기다 여동생은 미혼모가 되고, 정신병원에 입원한 남동생은 자살한다.
그제서야 에두아르는 깨닫는다. 자신 또한 부모님의 불행한 삶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에두아르의 부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싶지는 않지만. 불행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도 부모와 같은 삶을 살게된다는 현실이...안타깝고 답답하다.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정폭력 사건들을 보면 폭력적인 부모 또한 어릴 적 부모의 폭력에 시달린 경우가 많다고 하는 데 에두아르의 가족들도 비슷한 경우다. 물리적인 폭력에 노출되지는 않았지만, 어릴적부터 집안에 드리운 좌절감과 무력감은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전염된 것이다.
불행한 부모들을 보며 나는 저렇게 살지 않을꺼라 다짐했지만, 결국 부모와 같은 삶을 살게되는 것은 그런 정서적인 감정들도 대물림 또한 간과해서는 안되는 문제라는 것을 소설은 극명하게 보여준다.
『개인주의 가족』은 분열되고 불안한 한 가족을 통해 가족들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수 많은 갈등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안에는 사랑과 배신, 용서와 화해 등 인생의 희노애락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리고 아주 극적이지도, 아주 감정적이도 않은 인물들의 감정들이 소설을 읽는 내내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하게 해주었다. 그런 덤덤함이 어떤 문제들을 가지고 있는지 아주 잘 보여주었다고 할까?
가족들간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다. 세상에 문제가 없는 가족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무엇이 문제인지 모를 때, 이들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어떨까.
한발짝 물러나 바라보면, 이전에는 너무 가까워 보이지 않는 문제들. 그리고 해결책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