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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상상 -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그리는 마법
하비에르 페레스 지음, 김유경 옮김 / 어바웃어북 / 2016년 5월
평점 :
반복되는 일상에 쉼표를 찍고, 느낌표를 그리는 시간!
멋진 말이다. 가끔은, 일상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여유가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정막 혼자만의 시간이 되었을 떄 그 시간을 잘 보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유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하는 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려보면, 정말 혼자서도 참 잘 놀았다. 특히 그림 한장을 그려놓고 별별 이야기를 다 만들어 재잘거리며 놀았던 기억이 있다. 초등학생 조카의 경우만 봐도, 삐뚤빼뚤 그린 그림 한장에 참 많은 이야기가 담아내곤 한다.
왜 어른이 되면서 그런 상상력을 잃어버렸을까...아쉬움이 들곤한다. 그런 상상력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면, 혼자있는 시간도 결코 심심하지 않을텐데 말이다. [가끔은, 상상]은 그런 어린 시절의 경험을 다시 한번 해볼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 동화책은 아니지만, 어른이 되면서 생각의 틀에 갇혀버린 머리를 좀더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된다.
책은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책은 저자가 어린 아이의 상상력으로 만든 만든 이미지로 채워져있다. 짧은 일상의 생각과 자신만의 세상을 보여주듯,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품들인 테이트, 나뭇잎, 안경, 연필, 커피콩, 삼각자, 수저, 빨래집게....등을 이용해 다양하고 재치있는 그림들을 만들어낸다.
와~ 이 소재들로 이런 그림들을 그릴 수 있구나 ^^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진 그림이 글보다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연필이 해적의 다리가 되고 꽃봉오리가 축음기가 되고, 삼각자가 놀이터가 되고, 포크는 에펠탑이, 전구가 반딧불이가 되기도 한다. 그림을 보고 글을 보면 작가가 전하고자하는 메세지가 더 친근하고 재미있게 읽힌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정말 좋은 책이다.
반면, 어른이 읽기에는 어렵다. 정확하게는 상상력으로 책의 여백을 채우는 것이 쉽지 않다. ^^;;;
작가의 그림과 글을 보면 그렇게 어려워보이지 않는 데, 막상 내가 그려볼려고 하니, 진짜 어렵다. 이유는 그림을 못그려서가 아니라, 예사로 주어진 소재들에 대한 선입견때문이다. 전구는 전구다라는 생각의 틀때문에 전구를 전구가 아닌 반딧불이로 볼 수 있는 생각의 틈이 부족하다. 정말 이렇게까지 상상력이 부족하다니~ 덩그러니 소재만 그려진 페이지를 두고 머리를 굴리는 자신을 보며, 정말 어린아이와 같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눈에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는 능력(?)을 키워야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커피콩을 매력적인 입술로 그린 그림~
오렌지를 보니 초등학교 시절 부채춤을 추던 기억이 나서 완겅한 그림~
책은 얇은 분량이지만 별책까지 다 완성하려면 제법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숙제처럼 데드라인이 정해진 책이 아니니까, 반드시 완성해야한다는 부담보다는 상상력을 동원해가며 하나의 소재에도 이런 그림, 저런 그림들을 만들어 채워가는 재미를 느껴보면 책 한권이 다 완성될 무렵에는 훨씬 넓어진 상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