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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가는 십우도 여행
오강남.성소은 지음, 최진영 그림 / 판미동 / 2020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나훈아의 신곡 '테스형'의 한 구절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을 가사에 담아낸 나훈아의 노래는 코로나로 지친 한국인의 몸과 마음을 위로해준다.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가 남긴 명언이 2020년 현재에도 우리에게 깊은 깨달음을 준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이 왜 이리 어려운지 나훈아 님은 이미 알고 계신듯하다. 나는 나로 살아간다. 나 자신으로 말이다. 그런데 나 자신을 아는 게 가장 어렵다는 말은 무엇일까.. 과연 나는 무엇인가. 나의 외적인 모습을 진정한 나라고 할 수 있을까? 테스형의 가사처럼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내가 어찌 알겠는가. 나 자신을 아는 일이 어렵지만 진정한 나를 알고 싶다는 생각은 살아가면서 모두가 한 번쯤은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 처음인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나침반과 지도일 것이다. 무턱대고 길을 떠나게 되면 길을 가는 도중 혼란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 나를 찾아가는 여행에서 길을 잃지 않게 도와줄 책을 소개하려 한다. 바로 '나를 찾아가는 십우도 여행'이다. 책 제목 중 우리에게 낯선 단어가 보인다. '십우도'라는 단어다. '십우도'란 한자로 '열십'자, '소 우'자, '그림 도'자를 의미한다. 말하자면 10장의 소 그림이라는 뜻이다. 목동이 소를 찾아 나서서 소를 발견하고 다시 사람들에게로 돌아오는 경험을 그리고 있다. 선불교에서 선 체험을 통해 참나를 찾는 과정을 소 찾는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십우도는 모두 동그란 원 안에 그려져 있는데, 그것은 이런 경험이 모두 '지금 여기' 현실 세계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경험이라는 것을 상징한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독자는 이 열 장의 그림을 따라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하게 된다.1단계부터 10단계까지 이어지는 십우도 여행 속 저자는 독자들에게 각 단계 별 나를 의식하고 참나를 찾으려는 마음을 일으키게 해주는 책들을 소개한다. 책은 각 단계별로 2,3권을 추천해 준다. 소를 찾아 나서는 심우 단계에서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와 이 책의 저자인 오강남의 '예수는 없다'가 추천 도서로 등장한다. 이 책을 볼 때 알아두면 좋을 점이 있다면 십우도의 단계를 천천히 이해한 뒤 각 단계에 맞는 책을 십우도의 그림과 매듭지어 생각해본다면 십우도를 더욱 풍부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1단계부터 천천히 따라가보자. '심우'로 일컫는 1단계는 제일 처음 밟는 단계로 스스로 부족함을 자각하고 지금의 자기 삶에 만족하지 못하며 집을 나서는 것이다. 이때 집을 나선다는 의미는 공간적인 의미라기보다 정신적인 의미로 해석된다. 한 마디로 지금의 안락하고 편안한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집을 떠나 진정한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나는 모든 독자들은 이미 반이나 해낸 것이다. '나를 찾아가는 십우도 여행'이라는 책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한다면 이 책 속의 책들은 우리를 바른길로 인도하는 지도의 역할을 한다. 이 책 속의 책들은 책의 내용을 이야기하는 게 아닌 십우도에 맞는 내용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어 책을 안 읽어본 독자라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십우도의 여정을 마치는 일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참된 나를 찾는 과정이 쉬울 수가 있겠는가. 그래도 한 발자국씩 나아가다 보면 마지막 단계인 '입전수수' 단계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소를 찾아 나서는 여러 단계를 거치면 독자는 드디어 소를 얻는 '득우'단계까지 오게 된다. '득우' 단계는 바로 소와 내가 하나가 되는 단계이다. 이 책의 중반부에 해당하는데 드디어 나와 하나가 되는 지점이 온 것이다. 그다음 단계부터는 하나 된 '나'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이 된다. 그렇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면 마지막 단계인 '입전수수'에 다다르게 된다. '입전수수'란 저잣거리로 들어가 도움의 손을 드리우는 것이다. 모든 것 중의 최고는 사랑이라는 말처럼 진정한 나를 만나고 사랑하게 되면 자연히 내 주변 모든 것들을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득우 단계에 소개된 책인 에크하르트 톨레의 『이 순간의 나』중 한 부분이다. 여러 좋은 문장들이 많았지만 이 문장이 그중 가장 인상 깊어 서평에도 쓰게 되었다.'지금'이 가장 소중한 이유는 '지금'만이 우리에게 유일하게 존재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이 존재하는 전부이기 때문이다. 영원한 현재인 '지금'이 인생이 펼쳐지는 공간이고, 변함없는 하나의 실재이다.그렇다. 우리는 지금을 사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을 살지 못한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과거의 나도, 미래의 나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데 말이다. 삶도, 고통에서의 놓여남도, 깨달음도, 행복도 오직 '지금 이 순간'에만 있다. 나의 상황에 대입해보자면 나는 지금 취업을 앞둔 취업 준비생이다. 계속되는 코로나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취업난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고 금세 불안해진다. 미래의 불안감에 사로잡혀 지금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을 살지 못하는데 다가오는 미래는 잘 살 수 있을까. 어차피 내가 미래를 생각한다 해도 내 생각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며 살고자 노력하려고 한다. 내가 미래에 무슨 일을 할지, 뭐가 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내가 무엇을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있다. 나는 지금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있다. 글이 잘 안 써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계속 쓰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서평을 쓰는 나'만이 존재할 뿐이다. 지금 서평을 쓰는 일에 집중하게 되니 머릿속 잡다한 생각들이 사라지며 이 순간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지금 이 순간을 살게 되면 보잘것없는 일이란 없고 쓸모없는 시간이란 없게 된다.
"나는 어디쯤에 있나요?"
나는 어디쯤에 있을까. 이제 소를 찾아 나서는 단계일까, 소를 얻은 단계, 아니면 사람도 소도 다 잊은 단계일까.
십우도 여행은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보이는 것을 진짜라 생각하며 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보이는 것이 진정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눈에 비치는 돈, 여러 기준들과 수치들, 차, 아파트 같은 것들이 우리를 결정짓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되고 될 수도 없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을 좇는다. 돈, 아파트, 차 같은 것이 우리를 우리답게 보는 것을 가린다. 우리는 그렇게 눈이 먼 채 뭐가 진짜인지 모르고 살아간다. 나를 나답게 하고 우리를 우리답게 하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양보, 배려, 친절, 사랑 같은 것들이 그 예다. 나를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무엇이 더 중요한지 보일 것이다. 그렇게 의식을 가진 채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떠난다. 떠나려는 모든 자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럼 이제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