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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 家族
김태영 지음 / 메이킹북스 / 2020년 9월
평점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트콤인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의 노구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이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 남이 왜 남이겠냐? 피가 안 섞인 사람은 언제든지 떠날 수 있기 때문에 남이다."라는 말씀이다. 할아버지의 꼰대스러운 발언처럼 들리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대사였다. 가족의 의미가 점점 희미해지는 시대에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에세이 형식의 '가족'이라는 책이다.
표지 디자인이 눈에 띈다. 파란색 바탕 위에 가족이라는 한글과 한자가 눈에 띈다. 한자로 가족은 '집 가' 자에 '겨레 족'자를 합친 말이다. 저자인 김태영은 많은 사람들의 삶과 가족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분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소홀해진 가족들에게 인생에 한 번뿐인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너무 잊고 지낸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의미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의 의도처럼 이 책에는 저자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있다.다섯 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목차인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에서는 저자의 가족인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를 저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며 그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두 번째인 '당신의 빈자리'에서는 저자의 곁을 떠난 가족들에 대한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 세 번째인 '가족의 마음'에서는 저자를 위한 가족들의 마음을 알 수 있다. 네 번째인 '<아마도 위로가 될 거야> 중에서'는 저자의 첫 번째 에세이인 <아마도 위로가 될 거야>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다섯 번째인 '가족 이야기'에서는 저자의 가족들과의 추억이 담긴 일화들이 소개된다.
에세이 형식의 글답게 어떤 특정한 형식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듣고 본 것, 체험한 것, 느낀 것 따위를 생각나는 대로 적어 놓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예를 들어 글의 처음 문장이 '어머니 당신의 두 번째 이름은 희생입니다'로 시작하는데 끝에도 똑같은 말이 적혀져 있어 읽을 때 약간 혼란스러웠다. 두 번이나 똑같은 말이 반복되어 어수선한 느낌을 받았다. 책 중간중간 글에 어울리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어 글과 함께 보기에 좋았고, 굵은 글씨로 큼지막하게 적힌 문장들이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저자가 가족을 생각하며 쓴 글들을 보며 나의 가족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고 나의 가족과는 또 다른 가족의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족은 모두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만의 이야기 속에서 공통으로 발견할 수 있는 하나의 감정, 바로 사랑이다. 함께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부모님은 우리 자식 어디 가서 고생하지는 않을까, 추운 날 떨고 있지는 않을까, 항상 걱정하는 마음. 자식은 그런 부모님을 보며 내 걱정 말고 살기를, 부모님 건강하시기를 바라는 마음.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가족의 형태는 다양하다. 어떤 모양이든 모두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뭉친 존재들이다.
삶에 치여 가족의 의미를 잊고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