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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의 여자 친구들 위픽
박솔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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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솔뫼! 박솔뫼! 뫼솔박! 솔박뫼! 뫼뫼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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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걸어가
이상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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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

... 그런데 혹시 당신 한국 사람인지? 맞아요, 그럼 2NE1이랑 친해요? 아니요. 당신은 살만 루슈디랑 친해요? 네, 저희 작은 할아버지예요.


25

... 두 사람은 하나의 시대에서 부여 받은 감각으로 자신을 통과해나가며 아마 서로를 눈치채고 있었을 것이다.


30

... , 정부는 난민들에게 더 나은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하라 소리치며 해가 저물 때까지 행진했다. 가두 행렬 밖의 한 남성이 난민들이 강간을 하고 다니는 걸 알고도 이딴 시위를 벌이냐 소리쳤을 때, 케이와와가 너네들은 난민들이 들어오기 천년 전부터 강간을 일삼고 다녔지만 그동안 단 한 번이라도 너네들이 주도적으로 성폭력 반대 시위를 벌이는 걸 본 적이 없다 받아쳤다.


33

새하얀 벽지를 바른 가게 안으로 아노락 입은 남자애가 포마드 발린 머리를 이마 위로 쓸어 올리며 들어오자 주인은 어디 나치한테서 머리를 깎이고 왔냐 빈정댔고 남자애는 고개 저으며 아버지는 그때 너무 무서워서 태어나지도 않았잖아요,라고 그죠? 할머니의 양 볼에 입맞춤했다. 가게를 나와 숨을 들이마셨다. '이들의 작은 마음들에 은총을.'


76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약간 쌀쌀해져 팔짱을 꼈다가, 푸딩을 입에 물고 오물거리는 비키에게 벗어놓은 카디건을 걸쳐주고, 멀리서 전화 통화하는 사브리나를 발견한 비키와 함께 그녀에게 손 흔들어주다가, 손 흔드느라 입 밖으로 뭉개진 푸딩 조각을 조그맣게 흘리는 비키를 보며 아마 언젠가는 모두 기억나지 않겠지, 비키는 이렇게 물소리가 빛처럼 쉼 없이 흘러오는 정원을 기억해내면서도 지금 곁에 앉아 입가의 푸딩을 닦아주는 사람은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고 언젠가 레즈비언인 백인 양어머니를 원망하고 또 이해하게 되고 자랑스러워하고 보고 싶어 울게 되고 친구들과 아니면 홀로 처음으로 아시아 여행을 하게 되고 그때 잠시 라디오를 켜놓은 택시 안에서 국가 소유의 어느 오래된 별장과 메종 마르지엘라 트렌치코트를 입고 담배를 피우는 양어머니와 부드러운 푸딩 향, 팔등에 닿는 물방울의 감촉을 순식간에 떠올리면서도 기억을 끝내 완성하지 못하는 약간의 답답함은 아주 잠시일 뿐이고 다시 택시로 돌아와 더운 창밖의 하복 입은 아이들을 감상하고 차창 뒤로 멀어지는 목소리들을 들으며 어쩌면 그렇게 두 눈으로 마주하여 바라보지 않고 지나온 것들보다 더 지금의 아이가 결국은 잊어버릴 기억 속에서 새삼 그것은 놀라우리만치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그늘이 물러나는 자리로 햇볕이 물보라로 무너지면서 이렇게나 한 사람의 눈앞에 앉아 있고 동시에 희미해지는 기분이 새로웠다.


81

이 코트에서 오사마와 농구를 해보거나 그의 움직임을 녹음하고 싶었는데 과정이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런 자연스러움을 기다리다 놓쳤던 다른 여러 일이 생각났다. 특히 사람들과의 관계를 두고서 기다린, 돌이켜보면 이미 충분히 자연스러웠던 일들.


88

선량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어떤 이유에서든지 살아오면서 몇 번이고 그럴 기회를 놓친 사람들이 결국 선량함을 증오하게 되는 건 아닌지. 응급실에서 난동을 피우다가도 이내 눈물이 맺힌 채 잠든 이들을 보고 있자면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링이 말해와, 그렇게 타인의 역사와 본성 등을 단순화시켜 이해하려는 건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유리한 일일지도 몰라, 나도 알지 근데 그런 식으로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거야. 어느 때는 하루 종일 그들을 모조리 산 채로 해부해버리는 상상만 하니까.


144

... , 빛 없이 폭파되어 스스로에게 무한하게 빨려 들어가고 있는 젠의 슬픔이 마지막 한 조각까지 소멸되길 참을성있게 기다려줬고, ...


162

공연을 마치고서 샤워기 아래에서 땀을 씻어낼 때마다 그는 매일매일 자신이 조금씩 더 나아져가고 있음을 실감하며 비누칠하는 척 양팔로 자기 몸을 감싸 금세라도 몸 밖으로 쏟아져 내릴 것 같은 행운을 다독였지.


183

더 이상 그들을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단지 내 마음을 위해 죽은 이들을 떠올리는 일은 가장 수치스러운 중독 같습니다.


186

그리고 다음에 함께 자전거를 탄다면 네가 좋아하는 책을 데려와도 좋아. 그럼 안녕.


196

... , 사람들은 그제야 표정을 숨길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채며 어둠을 도둑맞은 듯이 입을 다물었어요.


199

도서관의 로비에 앉아 빈자리 기다리다 자리 나면, 먼저 온 저를 알아주고 자리를 양보해주는 학생들의 고갯짓에서 때때로 빛이 새었습니다. 책을 펼치고 앉은 그들이 지닌 밝은 불안이 창 곁으로 역광을 만들어내어, 고개 숙여 자신의 어스름 속으로 가라앉는 얼굴들을 저는 장례처럼 지켜봤어요. 해가 지면 혼자 걷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천천히 혹은 빠르게, 잊혀가는 속력의 감각만큼 스스로를 잃어버리기 위해 걸음을 옮기다 어디선가에 멈춰 선, 악의가 닳은 이들의 다리 모양새 제각기 다르면서 비슷했지요.


200

석양이 스민 강가의 들판에 누워 페이스타임 하며 웃던 여성이 전화를 끊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서 흐느끼는 모습을 보았지요. 좁은 강물을 따라 물결만큼 몸짓 미세한 오리 떼가 흐르고, 노을이 살며시 물안개처럼 저 멀리 밤이 밀어낸 방향으로 흩어져 떠나갈 동안 들판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계속 흐느꼈지요. 과자와 술병을 들고 각자 다른 리듬으로 경사면을 따라 내려와 등 뒤로부터, 주위를 둥그렇게 감싸고 모여 장난치거나 위로해줄 친구들이 영영 오지 않을 장소에서 어느 한 사람이 한 사람으로서 자신이 두 팔 안아 껴안고 있는 외로움이 어쩌면 그릇된 외로움일지도 모른다고 스스로의 역사를 돌이키며 슬픔의 자격을 버린 채 젖은 손바닥에 구르는 눈물 한 방울까지 모조리 의심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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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예찬 - 데라야마 슈지 가출론
데라야마 슈지 지음, 손정임 옮김 / 미행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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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분노 반드시 실행. 이 책을 다 읽으면 북북 찢고 이렇게 말해도 좋겠다. ˝멍청한 소리를 지껄이네!˝ - 라고 했지만 책이 너무 좋아 차마 찢을 수 없었다. 대신 분노하며 욕했다. 졸래 골때리네 이 책! 1일 1분노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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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름다운 제프 다이어 선집
제프 다이어 지음, 황덕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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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는 글이 할 수 없는 것을 한다지만

그 재즈를 되살려내고 있는 글을 읽고 있자니


이렇게

모든 것이 되살아난다.


술가에 대해 말할 때

아니 인간에 대해 삶에 대해 말할 때

단순 사건 나열이나 비참함의 크기로 끔찍한 글쓰기를 하지 않고

피상적이지 않으면서도

감추려해도 감춰지지 않는 아름다움이 절로 배어 나오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범을 제시하는 듯한 글.


답을 내리지 않고

노래로 들려주듯이.


찌르르지르르 읽고 있으면 선명하고 커서 자꾸 찌르르지르르 하게 되는데

인용하자니 전부를 옮겨야해서 무작위로 하나만 옮긴다.

이 글을 대표하는 부분도 아니고, 가장 좋은 부분도 아니다.

순위를 매기는 게 무의미해 아무거나 골랐다.

사람들은 그의 삶에 비해 그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그에 비해 삶은 미미하고 하찮았으며 그보다 몇 사이즈 작은 재킷처럼 움직일 때마다 찢어져 버릴 듯했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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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 안데르센의 영화 편집 수업
닐스 파그 안데르센 지음, 조효진 옮김 / 보스토크프레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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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모두 바빴겠지요. 요즘 세상에 바쁘지 않은 사람 어딨겠습니까.

그러니까 이 책을 만드신 분도 비록 이 책이 편집에 대해 말하고 있다지만-영화와 책, 장르는 다르지만 읽다 보면 결국 모든 편집에 훈훈한 마음이 일거든요- 완벽한 편집을 하지 못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셨을 겁니다.


시작부터 비꼬는 거냐구요? 아뇨. 절대 아닙니다.

비록 습니다. 합니다. 체로 다정한 교수님처럼 독자에게 말을 거시다가 돌연 다. 로 끝나니 어라 이 교수님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었나 당황하고 멋쩍은 기분이 들게 하는 부분이 꽤나 많이-7번까지 세다 말았습니다- 나오지만요. 아 혹시? 어쩌면? 그건 오히려 오탈자를 곳곳에 배치해 편집의 중요성을 더욱 극대화하려는 효과 아니었을까요? 흠...


책이 참 좋습니다. 길쭉하니 예쁘고요. 표지의 눈알 색이 핑크와 보라로 다른 것도 무척 맘에 들었습니다. 내지 디자인은 더욱 마음에 듭니다. 형광 핑크라고 해야 하나요 형광 코랄이라고 해야 하나요. 어릴 적 여러 색의 에이포용지를 사서 인쇄하면 맘이 그렇게 설레곤 했었는데. 어린 아이가 한 것처럼-절대 욕이 아닙니다 진실로- 은근히 눈이 아픈 색을 곳곳에 배치했는데 저는 그게 참 예쁘더라고요. 불량식품 같은 색! 그것입니다. 그게 제 맘을 계속 두근거리게 했어요.


아무튼 저는 오타가 몇 개고, 어쩌고 저쩌고 이러니 저러니 수근수근 쏙닥쏙닥 해도 이렇게 출판되어 한국어로 만날 수 있음에 참 감사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겨울엔 따듯하게 여름엔 시원하게 책만 읽는 저 같은 게으른 독자는 누가 내주지 않으면 어디서 이런 글을 읽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사람들은 책을 읽고 나면 이게 이래서 별로고 저게 저래서 별로다 말 하기 전에 애쓴 작가와 편집자와 인쇄소와 등등 굴비처럼 줄줄이 엮인 사람들에게 초콜릿을 주면 어떨까요. 별점보다 초콜릿을 주면 참 좋지 않을까요. 성적표 대신 사과를 달라는 발저의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아주 좋은 책이면 킨더를 주고, 좋진 않았지만 수고하셨다는 의미로 키세스 하나를 주는 겁니다. 킨더는 매우 맛있고 키세스는 무인도에서나 맛있게 먹을 맛이죠. 별점 하나 받았을 땐 화내는 사람이 무척 많겠지만 키세스 초콜릿을 받으면 화를 내 말아 알쏭달쏭 고민하지 않을까요. 그러다 타이밍을 놓쳐 화내기를 깜빡하고 주머니에 넣어뒀다가 어느 날 약속시간에 늦은 친구를 기다리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 웬 키세스가 나타나서 어디서 났더라 궁금하지 않으면서도 궁금해하며 초콜릿을 먹고 참 달다 하지 않을까요. 그럼 늦어서 허겁지겁 뛰어오는 친구도 기다리는 친구도 모두에게 해피엔딩이 아닐까요.


아무튼. 책을 다 읽고 나면 화가 납니다. 안 날 수가 있나요. 왜 아직도 영화는 감독의 이름만 적어두나요. 아무리 대장이래도요. 편집자의 이름도 적어줘라! 엔딩 크레딧에 이만큼씩 이름을 적어두면 뭐합니까. 지인의 이름이 나오길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면 앞다퉈 달려나가기 바쁘지요. 넷플릭스였나 다른 ott에서 영화를 보는데 세상에 엔딩크레딧이 나오기 시작하자 기다려주지 않고 금방 다른 영화의 광고를 틀어버리지 뭡니까? 왜 다들 고소를 안 합니까. 틀어주는 자본이 이만큼 행패를 부려도 되는 것입니까. 감독 혼자 만드는 것도 아닌데 만든 사람들 이름 끝까지 틀어는 줘야 할 것 아닙니까. 화장실이 급하신 분은 나갔다 다시 오십시오.

화난 건 아닙니다. 저는 영화인도 아니고요.


아무튼. 편집의 중요성에 대해 영화나 책, 다른 어느 분야든 참 중요하구나 라는 걸 새삼 느낍니다. 그림자처럼 숨어있는데 무지 중요해요. 인간도 그림자가 없으면 귀신 취급 받지 않습니까. 그림자는 그만큼 중요한 것이지요.


그래서 결론은

1. 늘 다정하다가 갑자기 정색하는 교수님을 떠올리게 하는 오타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3. 당연한 소리지만 영화는 감독 혼자 만든 것이 아니다 간단하지만 모두 잘 잊는 사실.

(감독의 이름이 놓이는 자리에 스태프 몇 백명의 이름 중 하나가 무작위로 들어가면 어떨까.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외 xxx명 으로 축약되는 거지. 대신 클릭하면 스태프 전부의 이름과 하는 일이 명시된 리스트가 주룩 나오고. 감독의 이름 자리엔 편집자의 이름이거나 조명부 막내 이름 등등 다양하게 정말 말 그대로 무작위로 나오는 거지.)

4. 가나 초콜릿을 드립니다.


오늘날 뉴스는 전쟁의 공포에 관한 이미지로 채워져 있고, 이 이미지들은 휴대폰과 인터넷을 통해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대부분 우리를 슬프게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를 냉담하게 만들고, 전쟁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는 체념을 남길 가능성이 더 큽니다. 전쟁이 먼 곳에서 일어나는 한, 우리 현실의 일부가 되지는 않습니다.
<우울한 방 세 개>는 정확히 반대의 일을 합니다. 보는 이에게 슬픔을 자아내고, 도덕적인 입장을 취하도록 촉구하는 것입니다. 영화는 전쟁의 끔찍한 면들을 보여주는 대신, 관객이 자신만의 공간에서 그런 감정들을 느끼도록 만듭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것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며 우리가 머릿속에서 경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행간(行間)‘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상간(像間)‘이라는 말도 존재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 인간은 스스로 연속성을 만들면서 빈 곳을 채울 수 있습니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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