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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 ㅣ 사계절 1318 문고 68
박선희 지음 / 사계절 / 2011년 4월
평점 :
도미노 쓰러지다
<도미노 구라파식 이층집>이라는 제목은 정감있으면서도 왠지 어렵다. 정확히 무슨 의미일까? '구라파'는 구 유럽 스타일을 지칭하는 말임을 안다. 하지만 '구라파식 이층집'은 어떻게 생긴 것인지 감도 오지 않는다. 책 표지에 그려진 집과 비슷한 형태이려니 한다. 그런데 여기에 또 '도미노'가 붙는다. 대체 무슨 의미일까...
익숙한 말, 어려운 말, 재미있는 말들을 교묘히 섞어 정감있는 제목이 탄생했다. 그 알쏭달쏭함에 끌려 책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주인공 진몽주는 17살, 입시라는 문턱에 발을 내딛은 만큼 도서관과 학원을 의무적으로 가지만, 이제 고1이라는 여유로움에 마술 동아리 활동도 하는, 남자 아이들과 어울리면 유치한 까칠함을 드러내는, 그런 귀여운 사춘기 소녀이다.
어리지만 성숙하려 하는 몽주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그녀의 가족들 이야기. 절대 순탄치만은 않은 여느 일반 가정과 다를 바 없지만 어린 몽주의 눈에는 달리 보이는 그것이 정말 재미있다.
부모님이 결혼하시며 지은 30년된 구라파식 이층집.(표지에 그려진 집이 맞다.) 30년 전만 해도 멋들어진 새집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세월의 흔적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리고 그 흔적들이 결국 몽주의 이번 여름방학 때 손을 들기 시작한다. 마치 도미노가 쓰러지 듯 차례차례 한가지씩.
타일, 마루, 수도 파이프, 보일러, 결국엔 담장과 변기까지.
30년 된 집의 아우성은 몽주네 가족사를 대표하는 듯하다. 조금씩 벌어지는 가족들 사이의 틈이 몽주 눈에도 보이기 시작하고, 결국 다들 나이를 먹어가자 한가지씩 사건을 터뜨린다. 마치 도미노처럼 차근차근 무너지는 집처럼.
하지만 몽주네 가족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절대 큰 일이 아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17살 소녀의 눈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모두 여느 가족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임에도. 힘든 아빠의 사업, 중년 여성이 된 후 부쩍 낭만을 찾고 싶어하는 엄마, 날마다 이어지는 소소한 고부 간의 갈등, 결혼한 오빠네의 자식 문제, 진정한 사랑을 찾으려는 언니, 그리고 몽주 자신의 풋사랑까지.
이런 소소하고 흔하지만 그닥 달갑지 않은 문제들을 몽주의 눈에 비춤으로써 불쾌하지 않게 볼 수 있다. 오히려 귀엽고 즐겁다. 몽주와 시각을 같이 하는 중고생들부터 몽주만한 자녀를 둔 부모들까지 누가 보더라도 공감하며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도미노가 쓰러지면 다시 세우면 된다. 쓰러질 줄 모르는 오뚜기보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도미노가 더 멋지지 않나?
그렇다. 쓰러진 도미노는 바로 세울 수 있다.
제목과 표지까지 마음에 쏙 드는 책이다.
작품을 아우르는 센스있는 제목과 책을 읽은 후 한참동안 바라보게 만드는 섬세한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