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 동화집 7 안데르센 동화집 7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빌헬름 페데르센 외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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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친근하게 지낸 안데르센일 것이다. <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 <미운 오리 새끼>, <벌거벗은 임금님> 등. 성인이 되어서도 그 이야기와 그때 그 느낌이 또렷이 생각나는 작품들이다. 내가 어렸을 적 가장 좋아했던 작가들은 안데르센과 톨스토이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간단한 이야기로 교훈을 자꾸 주려 했던 톨스토이였던가 하면, 안데르센의 작품들은 교훈보다는 슬픈 느낌이 있었다. 어른이 되어서야 그가 사회를 지적하고 풍자를 슬픔으로 표현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본다면 안데르센의 동화들이야말로 어릴 때와 어른이 되어서 접했을 때의 차이를 느끼는 매력이 있지 않나 싶다.

시공주니어 출판사에서 안데르센의 수많은 원작들을 최대한 그대로 엮어 보았다. 엮는 것에만 멈추지 않고 원작과 동일한 삽화를 넣어 주었으며, 부록으로 각 작품들에 대한 해설까지 주는 섬세함에 감사한다. 하지만 동화로서 각색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어릴적에 읽었던 동화들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상당히 각색되었던 탓일까. 첫 한두 작품들을 접할때 밀려오는 어색함이 당혹스럽다. 문체? 기승전결의 부재?... 정확히 콕 집어 어떤 이유에서 어색했고 무엇때문에 집중이 힘들었는지 표현하기 어렵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부록으로 달려있는 해설에 다시 한번 감사한다. 작품을 읽고 곧바로 해설을 함께하니 안데르센의 마음까지 보이는 듯 하다.

안데르센이 살던 시대적 배경은 아마도 현대문명의 이기가 점차 사람들의 삶에 정착하던 덴마크였던 것 같다. 현대문명을 비판하지도 옹호하지도 않는 모호한 입장에서 저술한 은유적 작품들이 보인다. <거대한 바다뱀>이나 <나무의 요정 드리아스> 등. 그러고 보니 <성냥팔이 소녀>도 비슷한 맥락에서 탄생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나에게 매우 귀중하고 색다른 경험이 되었다. 비단 안데르센의 작품이어서가 아니다. 동화의 원작을 읽음으로써 어린이들이 읽는 각색된 동화와의 사이에 존재하는 매력, 어딘지 모르게 비밀스러운 곳을 보고 온 기분이랄까. 앞으로도 어른들이 볼 수 있게 나온 동화들을 찾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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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의 제국
김재석 지음 / 문학수첩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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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유의 판타지

 

 

 

<도화촌 기행>과 함께 '2011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이라는 감투가 씌워진 소설이기에 일단 믿음이 가고,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만큼 마음 속에 와닿는 표지의 일러스트가 욕심을 부리게 한다. 인체의 장기를 지형지물로 형상화 한, 그리고 곳곳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인영(人影)들. 누구나 한번쯤 해봤음직한 상상이겠지만, 그 상상을 이렇게 멋진 환상 문학으로 탄생시킨 작가에 경의를 표한다.

 

 

 

어렸을적 과학 만화 시리즈 중 인체의 신비를 다룬 파트를 보면, 꼭 박사님이 조그마한 캡슐 같은 것을 개발하여 꼬맹이 둘과 함께 타고 몸 속으로 들어갔던 것 같다. 몸 속을 자유로이 떠돌아 다닐만큼 작아진 녀석들은 각종 장기에서 일하는 세포들도 만나고, 혈액들과 이야기도 하면서 밖으로부터 처들어온 나쁜 병균들에 맞서 싸우곤 했다.

 

<풀잎의 제국>에서는 종전의 과학책들과 같은 컨셉으로 전혀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발달된 문명으로 몸 속을 탐색하다기보다는 조상신의 은혜를 빌어서. 캡슐을 타고 혈액을 타고 다니기보다는 말을 타고 혈액이라는 강을 건너서.

정말 기발하면서도 매우 멋들어진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소아 백혈병, 즉 혈액암을 앓고 있는 주인공. 골수 이식이라는 최종적이면서도 유일무이한 치료를 앞둔 암담한 상황에서 주인공의 마음가짐에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1차 관해 후 다시 재발한 소년의 병증에 대해 그의 조상들이 발벗고 나서게 되는데...

 

하늘에 빌고, 조상신을 깎듯이 모시는 우리의 전통이 꽤 신선한 모습으로 반영되었다. 또한 질병의 예후에 있어 환자의 마음가짐 및 의지의 중요함이 꿈 속에서 자신의 몸 속의 나쁜 것들과 싸우는 주인공에게서 여실히 드러난다.

건강을 갉아 먹는 것들을 저승의 병사들로, 면역체계를 주인이라는 왕을 보필하는 병사들로 비유함으로써 멋진 전쟁을 연출하였다. 염증반응으로 인한 발열을 전쟁 중 흔히 일어나는 화염에 의한 것으로, 제세동기에 의한 전기충격을 천둥번개로 표현하는 등 이례 없는 멋진 비유이 이어진다.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유명한 우리의 문화재들도 멋진 작품을 만드는데 톡톡히 일조를 한다.

 

 

 

현대의 해부학과 생리학에 기반을 둔 장기의 기능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교묘하게 한의학에 기반을 둔 동양 전통에 빗대어 표현한다.

현실에서 동떨어진 판타지라기보다 동양 사상을 조금더 적극적으로 표현한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고유성과 동시대성을 함께 갖고 있는 환상 문학이라는 심사평에 백분 동의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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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백동수 - 조선 최고의
이수광 지음 / 미루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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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지낙화세 萬地落花勢

 

 

 

TV 드라마로 제작된 <무사 백동수>의 방영이 시작될 무렵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평소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아니한 나이기에, 또한 <조선 명탐정 정약용>으로 유명하신 이수광님의 작품이기에 선뜻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 '무사'라는 칭호는 흔치 않는 것 같다. 무예와 관련되어 얼른 생각나는 것은 전쟁 시에 앞장서 공을 세우신 많은 장군님들과 신라의 화랑도 정도?... 여튼 내가 아는 우리의 역사 속에서 무예의 고수들은 별달리 각광을 받지 못한 듯하다.

때문에 '백동수'라는 인물이 실존인물일까 하는 의구심부터 들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백동수 그는 조선 후기 정조의 영에 따라 <<무예도보통지 武藝圖譜通志>>라는 훈련 교감을 만든 이였다. 이 사실 외에 소설에 실려 있는 백동수에 많은 행적들이 어디까지가 사실에 근거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후세에 재조명 받을 만한 인물이었음은 자명한 듯하다.

 

 

 

시대는? 아니나 다를까, 영조, 사도세자, 그리고 정조에 이르는, 역사소설의 단골 시대이다. 백동수는 사도세자와 정조에 의해, 그의 스승 김광택은 영조에 의해 무예의 탁월함을 인정 받아 조정의 부름을 받은 이들이다.

시작은 백동수의 조선 뒷골목 협객전으로 시작하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조정으로 들어가고 나니, 노론 벽파의 피비린내 진동하는 권모술수들이그득하다.

조선 최고의 무사가 등장하는 소설인만큼, 국내에서 좀처럼 나오기 힘든 무협 소설의 탄생을 기대했건만... 흔하디 흔하게도 조정 대신들의 당파 싸움의 보고서가 되어버렸다. 무협 소설까지는 아니었어도 백동수에게 많은 초점이 맞추어져야 하지 않았을까? 백동수에게 빛을 비추기 위해서는 거론되어야 할 그 시대 사건들이 너무 많았음을 감안한다 손 치더라도 조금 심하지 않았나 싶다.

 

길고 긴 영조의 정권부터 정조의 개혁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고 다사다난했던 시대적 배경 탓에 마치 역사 교과서마냥 일련의 사건들이 열거되었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만지낙화세 萬地落花勢.

입신의 경지에 이른 무사 백동수의 온 땅에 꽃잎이 자욱히 떨어지는 듯한 검세.

꽃잎이 모두 떨어지기 전까진 보이지 않는 백동수의 모습은 마치 소설 속의 백동수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단순히 이야기거리가 많던 조선 후기의 재미난 역사를 듣고 싶다면 좋은 책이 될 것이다. 간간히 등장하는 섬광 같은 무사 백동수는 그 재미를 배가 시켜 줄 것이고, 빠르게 진행되는 시대적 상황은 지루함 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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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예보
차인표 지음 / 해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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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꼭 필요한 하루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배우 차인표님께서 펴낸 작품이다. 실은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차인표가 작가로 데뷔했다는 사실을 몰랐었는데...

무튼 기대 반 궁금증 반, 실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보기 시작한 책은 훌륭했다.

 

 

 

인생의 밑바닥에 처한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하여 유머와 풍자, 시사적인 면까지도 모두 갖춘 듯하다.

갖은 종류의 실패로 노숙자가 된 후 자살을 결심하는 나고단씨.

하루 벌어 하루하루를 근근히 이어가는 보조출연자 이보출씨.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밝은 삶으로 가는 길목에서 좌절을 맛보는 박대수씨.

작가는 여러명의 후보들 중에 이 셋을 선택하여 책을 썼다고 한다. 우스꽝스럽게도 상황과 맞아 떨어지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인상적이다.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절망의 순간을 맞이한 이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겪고 있는, 겪게 될지도 모르는 어려움을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작가의 즐겁고 가벼운 문체 덕분에 무거운 소재 속에서 깨알 같은 즐거움이 찾아든다.

 

사회 도처에 있을만한 힘든 하루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굴러다니는 돌맹이 마냥 스쳐 지나갈 하루들. 그 하루들을 살아가는 당사자들의 입을 통해 그들의 절절한 현실과 다시 일어서기 위한 피나는 노력들을 마주 한다.

그들의 어려움에 나의 행복을 느낄 수 있고, 그들의 노력에 힘입어 나를 반성하고 채찍질 할 수 있다.

 

 

 

자칫 흔한 이야기, 흔한 스타일, 흔한 구성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옴니버스로 나열한 세 사람의 이야기의 맨 앞과 맨 뒤에 DJ 데블의 라디오 진행을 넣음으로써 신선함을 더했고, 세 사람의 힘든 하루에서 아름다운 미래로 훌쩍 건너 뜀으로써 통쾌한 즐거움까지 준다. 책의 막바지에 등장하는 꽤 자연스러운 연결점들이 유쾌하고, 앞선 이야기들에 숨어 있던 복선들의 존재에 짜릿함마저 느낄 수 있다.

특히 비중이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할만큼 존재감 없는 DJ 데블의 등장이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오늘예보"라는 멋진 제목으로 연결된다는 점이 놀랍다.

 

 

 

오늘은 그동안 살아온 하루하루가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오늘을 보면 그 전까지의 삶을 볼 수 있고, 미래를 약속할 수 있다. 어떤 하루가 우리들의 인생에 꼭 필요한 하루일지 예측할 수 없는 이상 매일,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야 할 것이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채워가는 것이다."

내가 가장 아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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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박범신 지음 / 문예중앙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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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한 그릇

 

 

 

"기이한 살인에 대한 보고서"

책을 소개하는 문구 중 내 마음을 확 사로잡은 부분이다.

그렇다.

이 소설에는 살인을 비롯한 갖가지 폭력들이 난무하지만, 스릴러 혹은 호러 등으로 치부할 수 없다. 정말 말 그대로 기이한 살인에 대한 보고서인 것이다. 1인칭 시점으로 살인과 폭력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말굽.

손이 말굽으로 변한다는 제목 자체도 흥미롭거니와, 표지의 그로테스크한 일러스트 또한 관심을 대폭 받을만 하다.

반사회적 성향을 띌만큼 충분히 불우하고 어두운 유년을 보낸 주인공. 우연찮게 저지른 살인 한 건으로 인해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폭력성에 눈을 뜬다. 주인공이 싸이코패스가 되는 순간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정의하기도, 구별하기도 힘든 '싸이코패스'라는 것에 대해 작가는 '말굽'이라는 물체를 제시한다. 언제인지도 모르게 손에서 자라나기 시작한 말굽은 점차 몸을 침식해가고, 자아와 말굽을 혼동하기까지 이르는 과정은 주인공이 완벽한 싸이코패스가 되가는 과정을 빗댄 것이리라.

실로 굉장한 발상과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폭력.

소설 속에는 갖가지 폭력이 난무한다. 사람이 드러낼 수 있는 폭력성이 거의 다 나오는 듯하다. 주먹다짐부터 시작해 살인, 언어적 폭력, 성적 폭력, 정신적 폭력까지...

그러나,

폭력이 여실히 드러나고 싸이코패스가 등장하는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전혀 껄끄럽지가 않다. 오히려 이야기는 잔잔하고 순하게만 흘러가는 듯하다. 마치 싸이코패스가 폭력에 무덤덤하듯 읽는 내내 독자들도 그의 이야기에 무덤덤해지는 것 같다. 사람들의 폭력성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 아니라, 작가가 진정 보고서인 마냥 표현해서이리라.

 

진한 설렁탕 한 그릇을 먹은 듯하다.

서민 음식의 대표격인 설렁탕은 흔하긴 하나, 제대로 된 진한 설렁탕을 맛보기란 결코 쉽지 않다.

누구에게나 흔하게 드러나는 폭력성이 이 작품에서는 굉장히 농후하게 담겨 있다.

그리고 마무리는 설렁탕처럼 개운하다.

 

 

 

일러스트. (by 김영진)

책 중간중간 실려 있는 삽화를 빼놓고는 이 책을 이야기 할 수 없을 것이다.

추상적인 표현으로 굉장히 괴기스러운 삽화들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폭력의 이야기들의 실체를 드러내주는 듯하다. 어떤 것은 섬뜩하며 어떤 것은 당췌 이해하기 힘들기도, 또 어떤 것은 해학적이기까지 하다.

책의 무게와 딱 걸맞는 삽화라고 생각한다.

 

삽화가 컬러로 되어 있었다면?... 또 색다른 재미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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