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의 제국
김재석 지음 / 문학수첩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한국 고유의 판타지

 

 

 

<도화촌 기행>과 함께 '2011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이라는 감투가 씌워진 소설이기에 일단 믿음이 가고,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만큼 마음 속에 와닿는 표지의 일러스트가 욕심을 부리게 한다. 인체의 장기를 지형지물로 형상화 한, 그리고 곳곳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인영(人影)들. 누구나 한번쯤 해봤음직한 상상이겠지만, 그 상상을 이렇게 멋진 환상 문학으로 탄생시킨 작가에 경의를 표한다.

 

 

 

어렸을적 과학 만화 시리즈 중 인체의 신비를 다룬 파트를 보면, 꼭 박사님이 조그마한 캡슐 같은 것을 개발하여 꼬맹이 둘과 함께 타고 몸 속으로 들어갔던 것 같다. 몸 속을 자유로이 떠돌아 다닐만큼 작아진 녀석들은 각종 장기에서 일하는 세포들도 만나고, 혈액들과 이야기도 하면서 밖으로부터 처들어온 나쁜 병균들에 맞서 싸우곤 했다.

 

<풀잎의 제국>에서는 종전의 과학책들과 같은 컨셉으로 전혀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발달된 문명으로 몸 속을 탐색하다기보다는 조상신의 은혜를 빌어서. 캡슐을 타고 혈액을 타고 다니기보다는 말을 타고 혈액이라는 강을 건너서.

정말 기발하면서도 매우 멋들어진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소아 백혈병, 즉 혈액암을 앓고 있는 주인공. 골수 이식이라는 최종적이면서도 유일무이한 치료를 앞둔 암담한 상황에서 주인공의 마음가짐에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1차 관해 후 다시 재발한 소년의 병증에 대해 그의 조상들이 발벗고 나서게 되는데...

 

하늘에 빌고, 조상신을 깎듯이 모시는 우리의 전통이 꽤 신선한 모습으로 반영되었다. 또한 질병의 예후에 있어 환자의 마음가짐 및 의지의 중요함이 꿈 속에서 자신의 몸 속의 나쁜 것들과 싸우는 주인공에게서 여실히 드러난다.

건강을 갉아 먹는 것들을 저승의 병사들로, 면역체계를 주인이라는 왕을 보필하는 병사들로 비유함으로써 멋진 전쟁을 연출하였다. 염증반응으로 인한 발열을 전쟁 중 흔히 일어나는 화염에 의한 것으로, 제세동기에 의한 전기충격을 천둥번개로 표현하는 등 이례 없는 멋진 비유이 이어진다.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유명한 우리의 문화재들도 멋진 작품을 만드는데 톡톡히 일조를 한다.

 

 

 

현대의 해부학과 생리학에 기반을 둔 장기의 기능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교묘하게 한의학에 기반을 둔 동양 전통에 빗대어 표현한다.

현실에서 동떨어진 판타지라기보다 동양 사상을 조금더 적극적으로 표현한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고유성과 동시대성을 함께 갖고 있는 환상 문학이라는 심사평에 백분 동의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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