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박범신 지음 / 문예중앙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폭력 한 그릇

 

 

 

"기이한 살인에 대한 보고서"

책을 소개하는 문구 중 내 마음을 확 사로잡은 부분이다.

그렇다.

이 소설에는 살인을 비롯한 갖가지 폭력들이 난무하지만, 스릴러 혹은 호러 등으로 치부할 수 없다. 정말 말 그대로 기이한 살인에 대한 보고서인 것이다. 1인칭 시점으로 살인과 폭력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말굽.

손이 말굽으로 변한다는 제목 자체도 흥미롭거니와, 표지의 그로테스크한 일러스트 또한 관심을 대폭 받을만 하다.

반사회적 성향을 띌만큼 충분히 불우하고 어두운 유년을 보낸 주인공. 우연찮게 저지른 살인 한 건으로 인해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폭력성에 눈을 뜬다. 주인공이 싸이코패스가 되는 순간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정의하기도, 구별하기도 힘든 '싸이코패스'라는 것에 대해 작가는 '말굽'이라는 물체를 제시한다. 언제인지도 모르게 손에서 자라나기 시작한 말굽은 점차 몸을 침식해가고, 자아와 말굽을 혼동하기까지 이르는 과정은 주인공이 완벽한 싸이코패스가 되가는 과정을 빗댄 것이리라.

실로 굉장한 발상과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폭력.

소설 속에는 갖가지 폭력이 난무한다. 사람이 드러낼 수 있는 폭력성이 거의 다 나오는 듯하다. 주먹다짐부터 시작해 살인, 언어적 폭력, 성적 폭력, 정신적 폭력까지...

그러나,

폭력이 여실히 드러나고 싸이코패스가 등장하는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전혀 껄끄럽지가 않다. 오히려 이야기는 잔잔하고 순하게만 흘러가는 듯하다. 마치 싸이코패스가 폭력에 무덤덤하듯 읽는 내내 독자들도 그의 이야기에 무덤덤해지는 것 같다. 사람들의 폭력성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 아니라, 작가가 진정 보고서인 마냥 표현해서이리라.

 

진한 설렁탕 한 그릇을 먹은 듯하다.

서민 음식의 대표격인 설렁탕은 흔하긴 하나, 제대로 된 진한 설렁탕을 맛보기란 결코 쉽지 않다.

누구에게나 흔하게 드러나는 폭력성이 이 작품에서는 굉장히 농후하게 담겨 있다.

그리고 마무리는 설렁탕처럼 개운하다.

 

 

 

일러스트. (by 김영진)

책 중간중간 실려 있는 삽화를 빼놓고는 이 책을 이야기 할 수 없을 것이다.

추상적인 표현으로 굉장히 괴기스러운 삽화들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폭력의 이야기들의 실체를 드러내주는 듯하다. 어떤 것은 섬뜩하며 어떤 것은 당췌 이해하기 힘들기도, 또 어떤 것은 해학적이기까지 하다.

책의 무게와 딱 걸맞는 삽화라고 생각한다.

 

삽화가 컬러로 되어 있었다면?... 또 색다른 재미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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