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안의 여자
윤정옥 지음 / 문이당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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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an in the lens. 렌즈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women 이 아닌 woman 으로 표현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의 시선이라는 틀에 갇힌 여자의 이야기일까. 혼자만의 수많은 유추를 뒤로 한 채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갔다.


이야기의 주인공을 꼽으라면 꼽을 수 있겠지만, 이 작품에서는 특정 등장인물을 주연으로 택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만큼 평범한 서민들, 쁘띠브루주아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도 잊은 채 회사원으로서 가장으로서 돈 버는 기계로 살다가 권고사직을 하게 된 민규, 소위 실직한 가장이다. 실직한 남편을 대신해 생계에 뛰어든 가정주부 여강, 그리고 그들의 딸 효림. 전혀 자극적이지도, 비극적이지도 않는 설정이다. 지금의 사회가 그러하지 않은가.


여강에 대한 사랑에 빠진 호감형 중년 세진, 그의 성불구라는 단점을 알고도 정신적 사랑을 나누려는 여강이었으나, 육체적 사랑에 집착한 세진을 결국 자살을 하게 되고, 그에 상처 입은 여강을 다시 품어주는 남편 민규. 실직한 남편, 어려워지는 경제력, 헛헛한 마음으로 인한 아내의 불륜, 그리고 발각. 요즈음의 각박한 세상 탓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회상이 된 듯 하다. 이 이야기의 정점은 그러한 여강을 용서해주는 남편 민규가 장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유일하게 실제 현실과 다른 점인 듯도 하다.


성의 쾌락만을 쫒는 현대인들의 정신적 빈곤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여강과 세진이라는 개인을 통해 드러내었다. 작가는 이에 파생되는 여러 사회적 문제들 또는 이 외의 현 사회적 문제들을 계속해서 여러 인물들의 생각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실로 많은 부분에 동감하게 된다.  


다만 작가의 문체가, 언뜻언뜻 보이는 잘못된 어순, 표현 등이 조금은 불편하다. 여러가지의 사회적 문제들은 열거해 놓았으나 딱히 하나로 모아지는 초점이 없는 것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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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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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코지 미스터리라는 어필로 내게 다가온 책이다. 코지 미스터리가 무슨 의미인지 인터넷 서핑을 해보았더니, 유머러스한 추리 소설을 일컫는 일본식 표현이란다. 차리리 '요절복통 추리소설' 쯤으로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아쉽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홍간난 할머니와 그녀의 손녀이자 삼수생 반백수 강무순 양의 갑작스러운 동거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릴적 할머니 댁에서 살았던 5살 강무순,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그 당시 마을의 사건들. 1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우연히 찾아낸 비밀지도(?)와 문명으로부터 크게 동떨어진 시골마을에서 우연찮게 밝혀지는 사건의 비밀들.


​전적으로 강무순 양의 1인칭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의 머리 속을 있는 그대로 사족을 달 듯 글로 표현을 해놓았는데, 그 문체가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읽는 이가 실제로 주인공이 된 듯한 몰입감을 즐기게 된다.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흐름을 그대로 글로 표현했다고나 할까. 드라마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경력에 의한 단순한 습관일까. 무튼 내가 이 책에 푹 빠지게 된 가장 큰 공신이다.

적당하게 챕터를 나누는 것도 좋다만, 챕터마다 붙여 놓은 소제목들이 기가 막히다. 이를테면, "부채질은 하다가 그만두면 더 더운 법이지" 같은? 챕터의 마지막을 읽고 나면 꼭 다시 앞으로 돌아가 소제목을 확인한다. 뜬구름 같기만 하던 소제목의 작거나 큰 의미를 알고 베시시 웃을 수 밖에 없다. 소제목 밑에 달린 조그마한 일러스트 역시 소소한 재미를 배가시킨다.

사건의 진행 역시 빠르다. 주인공의 사고를 그대로 함께 따라가게 되어서 그럴까. 뒷 이야기가 계속 궁금해지는. 한 치 앞도 도무지 모르겠는. 유머러스한 전개 속에 감춰진 사건의 결말은 조금도 예측할 수 없었다. 적어도 나는.

챕터 사이마다 2페이지 분량에 걸친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삽입되어 있는데, 이 짤막한 이야기들이 모여 커다란 사건의 결말을 완성시켰던 것은 아닐까. 추리소설의 반전보다는 구성과 짜임을 중요시 여기는 나로서는 대만족한 작품이었다.

서두에서 아홉모랑이, 말우지고개 등,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산골 오지에 대한 설명이 길다. 스마트폰의 존재조차 모를 것만 같은 몸빼바지들의 향연을 연상케 하는 묘사들이 상당히 재미있는데, 단순히 산골 오지를 신나게 표현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외부로부터 유입이 어려움을 강조한 것이었고 고로 15년 전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내부로터 기인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강한 암시가 아니었을까. 독자들에게 어디 한번 눈 앞의 진실을 찾아보라는 작가의 조롱 섞인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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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방
박완서 지음, 이철원 그림 / 열림원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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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하신 박완서님의 산문집이다. 살아생전 흩어져 있던 그녀의 산문을 모아 생을 떠난 후에 이렇게 책으로 출판된다는 것은 참으로 멋진 일인 것 같다. 성경 관련 에세이가 많은 듯 하여 호기심을 끌었고, 그래서 접하게 되었는데. 세상에, 이럴수가. 박완서님은 나와 같은 천주교도이셨던 것이다.

나 역시 천주교도이다. 세례명은 미카엘. 나의 부인 미카엘라와 함께 매주 교중미사에 참석하곤 했는데, 아내의 뱃속에 딸이 자리잡고 나서는 뜸해졌다. 새 생명을 축복하기 위해서라도 더욱더 열심히 다녀야 할텐데, 딱딱한 의자에 1시간 가량 앉아있기에는 아내와 딸이 힘에 부쳐한다. 성당에 가서 미사를 보게 되면 매주마다 '주보'라는 것을 주는데, 몇몇 신부님들 및 교우들의 글이 실려 있다. 그 주의 성경말씀에 관련하여 필자들의 한 페이지 남짓의 사설을 읽으면 참 기분이 좋았다. 크게 와닿기에는 나의 독실함이 부족하였지만 기분만큼은 좋았다. 독서자의 낭독이 끝나고나면 신부님께서 같은 내용에 관련하여 강론을 해주시는데, 이것 역시 성경말씀을 주관적으로 풀이해주시는거라. 미사에 참석하는 나와 교우들은 잘 이해하려하고 최대한 느껴보려 한다. 감히 신부님을 평할 수는 없겠으나, 강론이 유독 좋은 신부님들의 미사는 즐겁다.

박완서님은 천주교회 측에서 주보에 글을 써달라 부탁을 한 것이다. 그렇지, 그녀만한 필력을 가진 사람에게 이런 부탁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죄이리라. 이 책은 3년여 가량 그녀가 성경 구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 풀어낸 산문집이다. 글재주에 대한 자신감으로 덥석 덤볐던 마음가짐부터 성경 한구절 한구절 뿐 아니라 행간의 의미에까지 빠져들게 되는 그녀의 심적 변화 역시 잘 느낄 수 있다. 산문 하나 하나마다 경건한 의미를 담뿍 담고 있는, 마치 신부님에게 성경에 대한 수업을 받고 있는 듯한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다. 특히 천주교도라면 더더욱 만족할 것이다. 성당 교우들에게 꼭 선물하고픈 책이다. 순식간에 쭈~욱 읽어버리기 보다는 침대맡에 두고서 매일밤마다 펼쳐볼 책이다. 마지막장을 덮고나면 바로 다시 첫장으로 넘어가야 할 책이다. 빈 방을 끝없이 채워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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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롬 0~5세 아이놀자
장새롬(멋진롬) 지음 / 진서원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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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지 어언 반년이 넘어간다. 사랑스러운 아내의 뱃속에는 예쁠 것이 틀림없는 딸아이가 7개월째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어떠한 부모가 될 것인가, 아이들 교육에 대해서는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 이른 고민거리일 수도 있지만 기대 못지 않게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세상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 나 어렸을 적에도 부모님 세대 어르신들이 말씀하시길,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하였는데... 내가 부모가 되려다 보니 어느새 세상이 또 바뀌어 있었다. 이렇게 변해가는 세상이기에 자식 교육에 대한 고민거리는 매세대마다 반복되나 보다.


이런 이유로, 저런 고민으로, 그런 각오로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책은 0세부터 5세까지 연령대별로 나누어 아이들과의 놀이법이 소개되어 있다. 수많은 사진을 함께 첨부하여 상세하게 설명을 하고 있으며, 글 양식은 마치 블로그의 포스팅을 보는 듯 하다. 돈을 들여 구매하는 장난감을 최소화하고, 부모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극대화시키기는, 몹시 이상적인 놀이법들이다. 너무 이상적이어서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뭐~ 여튼 아이가 태어나면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자식들에게 개방적인 교육을 주기 위해 홈스쿨링까지도 생각하는 우리 부부에겐 특히나 고무적인 책이었다. 책 덕에 임신한 와이프와 함께 깔깔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흠, 이를테면, 어렸을 적 동생과 방학숙제로 '탐구생활'을 보던 추억 같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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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유령 - 유령에 대한 회고록
존 켄드릭 뱅스 지음, 윤경미 옮김 / 책읽는귀족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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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8년 출간된, 소위 말하는 19세기 유령소설이다. 작가인 뱅스는 당시 '뱅스 판타지'라고 불리우는 유령에 관한 작품들을 잡지에 싣던 편집가였다.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산문처럼 쓰여졌다. 책 제목에서부터 '유령에 대한 회고록'이라고 일컫지 않은가.

일상에서 보일 법한 현상 또는 상상들을 유령과 교묘하게 접목시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야기는 마치 작가가 직접 우리에게 말하듯이, 어쩔때는 대화를 나누다 삼천포로 빠지듯한 대목들도 더러 있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이 자신이 직접 겪은 귀신이야기를 할 때면 으레 그렇듯 '믿기 힘들겠지만 내 말은 사실 그대로이다' 등의 컨셉으로 계속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데, 그 태도가 사뭇 진지하기에 더욱 웃음을 자아내지 않았나 싶다. 가끔은 정말 사실이었을까 하는 부분도 꽤 있었다.

살아생전 인문학에 조예가 깊었던 작가라는데 글쎄, 이 작품에서 인문학적 요소를 보기는 어려울 듯 싶다. 하지만 인문학 책 못지 않는 세련된 구성과 일목요연한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사실주의적이고 모던한 유령 소설" 이라는 모순적 표현이 붙을 만큼 해학적인 책이다. 잠들기 전 한 챕터씩 읽고 기분 좋게 웃으며 잤던 것 같다.​ 이럴 수 있는 유령 이야기가 얼마나 있겠는가. 미국드라마 '슈퍼내추럴' 같은 드라마적인 연출에도 꽤 어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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