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
박완서 지음, 이철원 그림 / 열림원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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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하신 박완서님의 산문집이다. 살아생전 흩어져 있던 그녀의 산문을 모아 생을 떠난 후에 이렇게 책으로 출판된다는 것은 참으로 멋진 일인 것 같다. 성경 관련 에세이가 많은 듯 하여 호기심을 끌었고, 그래서 접하게 되었는데. 세상에, 이럴수가. 박완서님은 나와 같은 천주교도이셨던 것이다.

나 역시 천주교도이다. 세례명은 미카엘. 나의 부인 미카엘라와 함께 매주 교중미사에 참석하곤 했는데, 아내의 뱃속에 딸이 자리잡고 나서는 뜸해졌다. 새 생명을 축복하기 위해서라도 더욱더 열심히 다녀야 할텐데, 딱딱한 의자에 1시간 가량 앉아있기에는 아내와 딸이 힘에 부쳐한다. 성당에 가서 미사를 보게 되면 매주마다 '주보'라는 것을 주는데, 몇몇 신부님들 및 교우들의 글이 실려 있다. 그 주의 성경말씀에 관련하여 필자들의 한 페이지 남짓의 사설을 읽으면 참 기분이 좋았다. 크게 와닿기에는 나의 독실함이 부족하였지만 기분만큼은 좋았다. 독서자의 낭독이 끝나고나면 신부님께서 같은 내용에 관련하여 강론을 해주시는데, 이것 역시 성경말씀을 주관적으로 풀이해주시는거라. 미사에 참석하는 나와 교우들은 잘 이해하려하고 최대한 느껴보려 한다. 감히 신부님을 평할 수는 없겠으나, 강론이 유독 좋은 신부님들의 미사는 즐겁다.

박완서님은 천주교회 측에서 주보에 글을 써달라 부탁을 한 것이다. 그렇지, 그녀만한 필력을 가진 사람에게 이런 부탁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죄이리라. 이 책은 3년여 가량 그녀가 성경 구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 풀어낸 산문집이다. 글재주에 대한 자신감으로 덥석 덤볐던 마음가짐부터 성경 한구절 한구절 뿐 아니라 행간의 의미에까지 빠져들게 되는 그녀의 심적 변화 역시 잘 느낄 수 있다. 산문 하나 하나마다 경건한 의미를 담뿍 담고 있는, 마치 신부님에게 성경에 대한 수업을 받고 있는 듯한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다. 특히 천주교도라면 더더욱 만족할 것이다. 성당 교우들에게 꼭 선물하고픈 책이다. 순식간에 쭈~욱 읽어버리기 보다는 침대맡에 두고서 매일밤마다 펼쳐볼 책이다. 마지막장을 덮고나면 바로 다시 첫장으로 넘어가야 할 책이다. 빈 방을 끝없이 채워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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