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위원회 모중석 스릴러 클럽 20
그렉 허위츠 지음, 김진석 옮김 / 비채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현 사법 체제를 통해서 정의를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에 답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니 하는 억울한 피의자들의 하소연이 있는 반면에,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이니, 미란다 원칙이니 하는 절차적 측면의 지나친 완비로 범죄인들이 법망을 피해나간다는 피해자들의 하소연도 무시할 수 없기에 그 접점에서 사법정의를 구현한다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라 생각된다.
특히 소송의 천국이며, 배고픈 사자보다 더 무서운 변호사들이 설친다는 미국의 경우 변호사의 역량이나, 인종문제에 따른 정치적 협상으로 법이 제 구실을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사적 복수를 막기 위해 사법체제를 만들고, 범죄억제와 공적 보상의 측면에서 사형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이러한 기능이 법의 역기능에 도리어 이용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렉 허위츠의 소설 <살인 위원회>는 제 역할을 못하는 법을 대신해 사적 복수를 감행하려는 전직 연방 법원 집행관의 활약상을 통해 법과 정의, 복수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연방 법원 집행관으로서 보안관인 아내 드레이, 일곱 살난 사랑스런 딸 지니와 함께 누가봐도 이상적이고 만족스런 삶을 살아가던 팀 랙클리.
지니의 일곱 번째 생일에 그녀가 토막 난 시체로 발견되면서 이 가족의 행복한 삶은 끝나게된다. 게다가 지니를 폭행하고, 살해한 범인 킨델은 미란다 법칙의 맹점을 이용해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나면서 법에 의한 정의 실현을 믿어왔던 팀에게 큰 충격과 좌절을 안긴다.
이러한 그에게 법이 구현하지 못한 정의를 실현하자며, 듀몬이 접근하고 저명한 심리학자 라이너 등이 포함된 자경단인 <살인 위원회>에 팀은 참여하게 된다.

딸을 잃은 절절한 슬픔이 팀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그들이 행하는 테러행위는 일견 정의의 실현처럼 보여 진다. 각각의 상처를 가진 위원회 멤버들은 테러 대상자들이 자신들과 이해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그 살인들이 사적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정의실현의 수단인 것처럼 정당화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죄와 책임, 형량(사형)을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그들의 행위에서 그들이 행하는 테러들도 살인범들의 살인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팀은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소설은 액션 스릴러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강인한 체력과 냉철한 판단력을 지닌 주인공 팀의 고군분투는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시종 흥미진진하다. 연방 법원 집행관으로서 마약상을 습격하는 장면이나, 인구 조사국 테러범 제더디아 레인을 케이콤 방송국에서 처단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딸의 복수를 하기위해 슬픔을 묻어두고, 목표물에 냉철하게 접근하는 팀에 대한 묘사는 숨을 죽이게 한다.
또한 정의를 구현하기엔 현실적으론 너무나 허점이 많은 현 사법 제도와 그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사적 자구행위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결국엔 사적 행위는 정의의 허울을 둘러쓴 또다른 범죄행위임을 말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고도의 문명국가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몇 천 년전 함부라비 법전의 법칙의 아직도 유효하게 인정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과연 복수가 슬픔을 치유할 수 있을지? 사형제라는 것이 범죄억지력과 피해자에 대한 보상행위로서 과연 합당한 것인지? 책을 덮으면서도 답을 얻지 못한 체 생각의 고리를 따라 계속 반복을 거듭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려운 문제에 대한 어려운 답은 우선은 뒤로 미뤄두기로 하고 이 책은 스릴러 소설로서의 재미를 가지고 있다.
쫓고 쫓기는 연방 집행관들과 팀, 그리고 미첼 일당의 추격전. 그리고 지니의 죽음에 대해 드러나는 충격적인 진실과 총기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과 함께 펼쳐지는 팀의 액션이 오락소설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법에 의한 정의 실현이 아니라 총을 집어 들고 사적 복수를 감행하려는 팀 랙클리를 통해 법의 허점과 진정한 정의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볼 기회를 제공하는, 두꺼운 분량에도 페이지 터닝이 빠른 오락성과 메세지를 모두 겸비한 괜찮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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