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섬 - 주제 사라마구 철학동화
주제 사라마구 지음, 송필환 옮김, 박기종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주제 사라마구는 나의 멘토다.50대라는 늦은 나이에 성공한 그의 늦됨이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문단 부호가 없어서 신선한 충격을 줬던 책 <눈먼 자들의 도시>와 <눈뜬 자들의 도시>,<이름없는 자들의 도시>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없어서 또 한 번 놀랐던 작품이다.그렇게 존재감이 없이 존재감을 드러냈던 주제씨가 전혀 다른 느낌의 철학동화를 섰다는데 다시 한 번 놀랐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구일까? 당연히 자신일 것이다.그런데 자기 자신을 가장 모르는 사람이 또한 자기 자신이기도 하다.그래서 주제 사라마구의 <미지의 섬>은 자기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의 알레고리다.

 



한 남자가 배 한 척만 달라고 왕궁의 문을 두드린다.왕의 성에는 수많은 문이 있고,남자가 두드린 청원의 문은 여러 단계를 거쳐 결국은 가장 하위계급인 청소부 여인이 문을 열게 된다.왕은 망설이다 자신의 체면 때문에 그의 소원을 들어준다.왕은 미지의 섬을 믿지 않는다.그러나 그 남자의 믿음은 확고하다.그 남자는 항해를 해본 적이 없다.함께 떠날 항해사도 승무원도 없다.하지만 단 한 사람 청소부 연인만이 그를 따라 나선다.그들은 떠나기 전 배에서 꿈을 꾼다.그 꿈은 밤에 꾸는 달콤한 꿈이기도 하지만,우리가 찾는 희망이기도 하다.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대작을 썼던 주제 사라마구가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주제사라마구는 포르투갈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가난 때문에 고등학교 때 학업을 중단하고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독학으로 문학 수업을 했고,그의 첫 작품<죄악의 땅>은 주목을 끌지 못했다.이후 19년의 문학적 공백기를 거쳐 <수도원의 비망록>으로 포르투갈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오른다.그의 쉽지 않았던 삶의 흔적은 이 책의 주제와 같다.

 



-멍청한 소리! 이제 더 이상 미지의 섬 같은 건 없어.

-누가 더 이상 미지의 섬이 없다고 말했습니까?

-모든 섬들은 지도에 나와 있다.

-지도에 나와 있는 것들은 이미 알려진 섬들이죠.

-네가 찾고자 하는 미지의 섬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냐?

-그걸 말씀 드를 수 있다면 ,그 섬은 이미 미지의 섬이 아니지 않은가요?

-누군가 그 섬에 대해 네게 알려 준 적이 있느냐?

-아무도 그런 적 없습니다

-간단합니다.왜냐하면 미지의 섬이 하나도 없을 순 없기 때문입니다(p26~27)

 

책은 112쪽 분량의 얇은 그림동화다.어른이나 아이 누가 읽어도 좋다.인간은 누구나 섬이다.외로움은 인간이 타고난 숙명 같은 것이다.그래서 인생은 외로운 여행이다.우리는 편안함에 안주하려 한다.미지의 세계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그런데 인생은 우리 맘처럼 항상 편안하게 안주할 수만은 없다.어쩌면 그는 산다는 것 자체가 미지의 섬으로 떠나는 여행과 같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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