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역사 다이제스트 100 ㅣ New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1
이강혁 지음 / 가람기획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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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야 문명의 유적지와 문화를 탐험하는 예능을 참 재미있게 보았다. 몇 년 전에는 마야 문명의 전시회를 다녀와 뭔가 귀여우면서 뭔가 가짜같은(?) 옥수수 신을 형상화한 토템에 푹 빠져 한참 그림을 찾아보곤 했었다. 서양미술을 공부할때면 유구한 역사의 유럽 출신 작품들 사이에 당당히 명함을 내미는 프리다 칼로의 그림에 눈길이 멈추기도 하였으며, 혁명가와 투쟁의 역사에선 언제나 체 게바라의 이야기를 손에 꼽곤 한다. 경제가 어렵다는 뉴스를 볼 때면 왠지 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가 떠오르고 내가 좋아하는 축구 얘기에선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많은 국가들의 스토리가 빠질 수 없다. 뭔가 단편적인 키워드로 꽤 많은 정보의 라틴아메리카가 내 곁에 있곤 했다. 그렇지만 하나의 맥이 관통하지 않은 채 조각난 키워드로 방치된 남미의 역사와 지식을 한 번 쯤은 꿰어 보고 싶다는 희망이 있었는데 딱 적당한 책을 발견하였다.

책의 내용은 방대하다. 한 나라에 관련한 책도 아니라 더욱 그럴 것이다. 기원전에서부터 시작되는 역사와 전통만큼이나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부터 격변과 전쟁의 역사가 아직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는 느낌이다. 시간을 거슬러가며 또 다시 조각난 정보를 만들고싶지 않아 이 책 만큼은 꼭 순서대로 읽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이 책의 처음이자 끝은 목차이기에 한 챕터씩 읽을 때마다 다시 목차로 돌아와 라틴아메리카의 흐름을 파악하면서 읽어나가고 있다. 급하게 읽지 않고 챕터별로 궁금한 점이 생길 때마다 내용을 찾아가며 읽어볼 생각이다. 간만에 공부를 해 가며 읽을 재미난 책을 발견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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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 당부 - 마지막까지 삶의 주인이기를 바라는 어느 치매 환자의 고백
웬디 미첼 지음, 조진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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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도록 담담한 책을 읽었다. 본인이 치매에 걸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내 머릿속에서 잊히기 전의 나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저자는 어떤 심정일지 책을 읽으면서도 쉽사리 와닿지 않았다. 마치 남의 이야기인듯 담담한 어조로 처음부터 끝까지 써내려가는 환자 본인의 독백이라. 나는 이렇게 글을 쓰고 살 수 있을까.

우리는 항상 건강한 지금을 중요하게 여기지 못하거나 건강을 잃었을 때 뒤늦은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먼 친척 혹은 부모님이 편찮으신 경우에 한 번 큰 충격을 받고, 내 나이 또래의 친구나 주변인이 크게 아프다는 소식을 접하며 하루하루 나이들어가는 나를 실감하게 되는 것 같다. 며칠 후에 찾아올 새해가 되면 시덥잖게 또 다시 올해의 목표가 되고 사라질 주제, 건강. 그러나 이 책은 건강해라, 건강할 때 지켜라 같은 '살아있음'에 주목하는 책이 아니다. 언젠가는 죽게 될 우리이기에 언제나 '죽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죽음에 주목하는 자세가 죽기 위해 살아간다는 뜻이 아님을 알아차리는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 상상도 해 본적이 없다. 그만큼 금기시되어 온 주제를 이토록 담담하게 외치고 있는 책은 처음이라 한 챕터 한 챕터 와닿는 새로움이 많았다.

일전에 안락사에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난다. 일상생활이 어려운 불치의 병을 가진 사람은 결국 죽기를 스스로 결정하고, 가족들과 함께 스위스에서 마지막 대화의 시간을 가지며 자기의 인생을 정리하고, 조력자의 도움으로 주입된 약물을 스스로의 움직임으로 혈관에 주입하여 내가 선택한 죽음에 이르는 결정을 온전히 마무리하는 모습이었다. 많은 나라에서 삶의 주인으로서 죽음을 선택하는 과정을 법제화하는 논의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찬반이 많다. 찬성이다 반대다 편하게 의견을 던질 수 있는 주제가 아니기에 많은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과연 이 책의 작가가 말하는 나의 죽음을 대비하는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조력 사망, 호스피스, 연명치료와 같은 단어들을 어떤 깊이로 생각해봐야 할지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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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 숲속의 우드 와이드 웹
수잔 시마드 지음, 김다히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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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년 전 아바타라는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이 바로 한 종족의 근간이자 뿌리이자 기둥이자 구심점 그 자체인 영롱한 나무였다. 머리칼 끝에서 마치 촉수가 뻗어나오듯 나무와 연결된 나비족은 그 하나의 구심점을 통해 모두와 연결되고 모두와 소통을 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당시에는 매혹적인 영상미와 처음 느껴보는 3D 영화의 시각적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가끔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장면이 인상깊은 이유는 어머니와 같은 나무를 통해 모든 생명체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컨셉 그 자체에 매료되었었다고 느껴지곤 했다.

이 책은, 놀랍게도 소설이 아니다. 아바타와 같은 판타지 픽션이 아닌 지극히 과학적인 연구 결과와 과학자의 경험의 산물이다. 울창한 숲속엔 그들 중에서 어머니의 역할을 하는 나무가 있고, 땅속 뿌리와 진균의 줄기를 통해 하나의 거대한 그물이 형성되어 있으며, 무려 그 네트워크를 통해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아바타가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책을 읽어가며 중간중간 나오는 어머니 나무, 혹은 할머니 나무의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건 단순히 나무 한그루가 아님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그 숲의 대표이자 나무들의 조상이며 그 품에서 한 인간의 마음도 성장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장엄함이 느껴진다. 언젠가 한 번쯤 대자연이 있는 곳으로 가서 어머니 나무를 바라보며 온전히 자연의 품에서 대화를 해 보는 경험을 꼭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 발 아래엔 진균의 줄기가 연결되어 있지 않을지언정, 어머니 나무를 휩싸고 도는 그 공기의 숨결을 통해 숲속의 역사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 이것은 지구상에 실재하는 판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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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저글링
김영안 지음 / 새빛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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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하게 사는게 삶의 목표인데, 그 행복이 무엇인지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지켜나갈 수 있을지 평생을 통한 고민과 숙제가 될 것 같다. 이 책은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 꼭 살펴야 할 다섯 가지 큰 범주인 일, 돈, 관계, 건강, 자아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행복이나 사랑과 같이 우리가 언제나 갈구하지만 그 실체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것들을 하나씩 구체화하다 보면 언젠간 그 목표에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일을 통해 행복을 얻는다는건 꽤나 모순적인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 우리의 삶에서 일이 차지하는 시간이 굉장히 길기 때문에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이 행복의 큰 요소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최소한 그 일을 할 때 행복함을 느끼게라도 할 수 있어야 행복한 삶을 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한 나의 자세와 마음가짐 혹은 그럴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점인지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다.

행복한 내가 되기 위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건강이다. 아무리 좋은 직업을 가진들, 아무리 돈이 많고 친구가 많아도,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건강상태라면 무슨 소용이랴. 건강에 대한 설명에서 눈길을 확 사로잡은 문구가 있었다. '건강하게 산다는 건 일관성 있게 산다는 것이다'. 루틴을 지키면서 일관성있게 살아가기 위해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건강일 줄이야. 하긴 우리가 아플 때면 일상의 모든 것들이 일시정지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회사도 나가지 못하고 밥먹을 기력도 없어 꼼짝않고 누워있다 보면 기분도 처지고 모든 것을 잃는 기분을 느끼게 되니, 매일매일 지루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이 행복한 때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것도 건강한 자의 욕심이 아닌가 싶다.

일상이 지루하고 권태를 느낄 때마다 꺼내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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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를 담아 씁니다 - 오늘의 향기를 만드는 조향사의 어제의 기억들
김혜은 지음 / 시공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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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를 창조해 내는 조향사의 에세이에서 미지의 영역을 대하는 나의 자세를 돌이켜 본다.
인간이 아무리 오래 산다 한들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살 수는 없다. 새로운 영역을 발견하고 알아가는 것은 우리가 살아있는 한 계속되는 일일 것이다. 나에게도 그러하듯, 향수와 향기의 세계는 다소 미지의 영역이다. 어릴 적 엄마 화장대에서 향수를 처음 접하기 시작하여 조금 커서는 올리브영에 혼자 들어가 이 향수 저 향수 뿌려보기도 했으며 가끔 고급 향수를 생일선물로 받기도 하지만 여전히 나는 향수에 대해 잘 모른다. 그것 뿐이랴, 내가 좋아하는 향수 브랜드가 무엇인지, 나는 어떤 분위기의 향을 좋아하는지조차 아직 모른다. 언젠가 항상 알아보고 싶었지만 왜 그다지도 향수의 세계를 탐험하기가 어려웠을지, 이 책을 보면서 조금씩 그 이유를 발견하게 되었다.

우선, 나 말고도 향수 브랜드 가게에 발걸음을 하기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인지 향수 가게는 마치 명품 브랜드 매장처럼 마음을 먹고 찾아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들어가서 뭘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고 시향을 해보려고 해도 왠지 눈치가 보이는 그런 상황. 시향 몇 번 하고 직원과 대화라도 나눴다간 미니어처 하나라도 사서 나와야 하는건 아닌가 싶은 부담감까지 몰려든다. 사실 옷가게에 들어가 몇 벌을 시착해본들 나의 스타일이 아니거나 어딘가 사이즈가 맞지 않으면 당연히 사지 않고 나와도 되는 것인데 왜 그렇게 향수 가게는 발걸음이 어려웠던걸까. 나만이 그런 느낌을 느끼는건 아니라는 사실에서 한 번, 그리고 조향사인 작가의 말처럼 시향을 부담스러워 할 필요가 전혀 없으며, 직원들도 시향하러 들어오는 사람들이 일단은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두 번 위로를 받는다.

에피소드 한 편이 끝날 때마다 향수를 하나씩 소개하고 있다. 해당 에피소드에서 언급한 향수인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 보였다. 문득, 내가 좋아하는 향수와 가장 비슷한 느낌의 다른 브랜드 향수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탑노트, 미들노트, 베이스노트의 조합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물론 향알못인 내가 각 노트별 설명만 보고 그 향을 유추해 낼 정도의 능력은 당연히 없지만, 왠지 마음에 끌리는 조합 몇 개를 찍어 두었다. 향수 가게에 발걸음하기 어려웠던 내가 이 조합 몇 개를 들고 '이거 시향해 보고 싶어요' 하며 들어가 볼 수 있게 컨닝페이퍼를 확보한 셈이다. 시향 투어를 어느 정도 하면 향수 만들기 체험 공방에도 가봐야지. 향수에 대한 나의 문턱을 한껏 낮추어 준 이 책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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