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문장 쓰는 법 - 못 쓰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땅콩문고
김정선 지음 / 유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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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고 싶어서 글쓰기 책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열 문장 쓰는 법>을 권해주길래 열 문장을 쓰면 한 편을 쓸 수 있는 건가 싶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고 곧 빠져들었지만 200페이지도 안 되어 보이는 작은 책이 진도가 잘 안 나가서 이상하다 싶어 생각하니, 저자가 한 챕터마다 숙제를 계속 내 주고 훈련을 해야 할 듯한 부담감을 준 까닭이었는데 애써 모른 척 글쓰기 숙제를 안 하고 끝까지 읽었더니 내 글쓰기 실력은 그대로이고 저자의 글쓰기 강의 실력만 늘어난 듯하여 괘씸해하다가, 책을 읽으며 한 번씩 받았던 감탄을 더하여 독후감을 써보기로 마음먹고 저자가 알려준 훈련법 중 가장 해보고 싶었던 '길게 이어지는 한 문장'으로 실습하며 책의 리뷰를 시작하게 되었다.



한 문장도 못 쓰는 사람이 어떻게 열 문장을 쓸 수 있을까 싶었는데 김정선 저자는 길게 쓴 한 문장을 끊으면 여러 문장이 된다고 말한다. 길게 이어지는 한 문장 써보기는 처음 시도해 본 글쓰기 방식이라 어색하고 수정할 부분이 계속 눈에 밟혔다. 문장마다 쉬어가며 생각을 하는 타입인지라 한 문장으로 길게 쓰려니 숨을 참고 글을 쓰는 느낌이 들어 중간에 끊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문장을 반복하지 않으며 삼천포로 빠지지 않고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여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다음으로 신선했던 글쓰기 내용은 '글쓰기는 공간이 아니라 시간을 채우는 작업'이었다. 글쓰기에서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긴박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느긋하게 여겨지기도 한단다. 내 글에는 시간이 정체되어 있어서 내가 예상하는 독자의 시선과 실제로 읽는 독자의 시선이 달랐음을 알게 되었다.



김정선 저자는 <열 문장 쓰는 법> 책이 한국어 문장을 쓰는 일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책이라고 말하며 서문을 열었고 나만의 것을 모두의 언어로 정확하게 표현한 글을 쓰려면 훈련이 필요하다고 전하며 끝을 맺는다. 나만의 생각과 감정을 모두의 언어로 번역하는 일은 저절로 되는 일이 아니기에 꾸준히 훈련해야 함을 느낀다. 한 문장 쓰기 훈련을 시작했으니 내가 원하는 의미를 글에 제대로 표현할 날도 외게 되리라.



저자는 이 책에서 한 문장을 길게 쓴 후 열 문장으로 바꾸는 훈련을 하게 함으로써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분량을 맞추는 훈련을 통해 글을 다듬는 방법까지 익히게 했다. 멋진 글을 쓰고 싶지만 글 한 편 쓰는 일이 어려운 사람에게 딱 맞는 눈높이 교육이었다.



나만 알아보는 글이 아닌 모두가 쉽게 읽는 글을 쓰고 싶다면 <열 문장 쓰는 법>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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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순간들 - 박금산 소설집
박금산 지음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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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어떻게 시작되어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지 아는가. 박금산 소설집 <소설의 순간들>에는 발단, 전개, 절정, 결말로 나뉘는 소설의 과정이 담긴 단편 소설 25편이 묶여있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도움이 되는 소설과 소설론이 담긴 작법서라고 해서 소설을 만드는 단계가 알고싶었던 사람으로서 언른 책을 펼쳤다.


<소설의 순간들>을 읽으며 발달, 전개, 절정, 결말의 소설 단계와 소설론이 유익했지만 발달 단계가 가장 도움이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국어시간에 배우고 스스로 정리한 소설의 발달 단계와 내가 읽었던 재밌는 소설의 발달 단계에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고 놀라웠다. 발단은 내가 익히 알았던 것처럼 이야기의 시작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야기 전체에서 하이라이트로 넘어가는 시작단계가 바로 발단이라고 한다. 긴장된 상태에서 출발해야하고 독자의 흥미를 유발시켜야 한다. 


그동안 소설을 읽으며 첫 도입에 대해 신경쓰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사건이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주인공이 언제 태어나고 무엇을하며 컸는지 등 세세한 내용을 처음부터 읇어대면 사건에 들어가기도 전에 나가떨어진다고 한다. 소설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시작점을 몰라서 헤매느라 소설 쓰기는 어렵게만 느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소설의 순간들>에는 발단, 전개, 절정, 결말에 해당하는 초단편 소설들을 읽으며 독자가 이야기의 앞뒤를 상상해 나가도록 이끈다. 필력이 부족한 나는 단편들이 하나의 소설처럼 느껴졌고 막연히 결말만 궁금했지만, 이야기 짓기를 좋아한다면 상상의 나래를 펼칠 기회가 될 것이다.


소설을 단계별로 떼어서 읽고 싶은 분

소설의 시작이 알고 싶은 분

소설을 더욱 재밌게 읽고 싶은 분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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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 대하여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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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마주친 고양이는 많다. 길고양이, 기르는 고양이, 고양이 카페에서 만난 고양이, 위탁된 고양이, 버려진 고양이, 우리 집 담벼락에 종종 나타나는 고양이 등 내 눈을 끄는 고양이들을 만나왔다. 용기가 없어서 집으로 초청하진 못했다. 어쩌면 아직 한 번도 집사로 선택받지 못한 걸 수도 있고.



만남의 인연은 있지만 살 붙이며 같이 사는 인연은 없었기에 나에게 고양이는 늘 연구 대상이었다. 애석하게도 가까운 지인 중에 고양이 집사가 없어서 고양이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는 책으로 접할 수밖에 없었다.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 이야기를 담은 웹툰, 고양이가 주인공인 소설, 종종 들러서 밥만 먹고 가는 고양이에 대한 에세이, 고양이를 떠나보낸 후의 이야기 등 고양이가 주제인 책은 비슷한 듯 달라서 읽는 재미가 있다.



산문집 <고양이에 대하여>의 작가 도리스 레싱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면서 여러 마리 고양이를 길러낸 집사이다. 나는 한 마리도 키우기 힘들어서 아직도 고민하고 있는데 평생에 걸쳐 고양이들과 동고동락하며 그 새끼들까지 돌봤다니, 도리스 레싱은 고양이에 대한 특별한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따뜻한 시선이 궁금해서 책을 펼쳤다.



<고양이에 대하여>에는 도리스 레싱이 키운 여러 고양이들이 나온다. 모성애가 없는 회색 고양이, 모성애가 넘치는 검은 고양이, 병든 채 찾아온 오렌지색 길고양이 그리고 위풍당당한 모습의 검은색과 흰색이 섞인 고양이가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고양이들은 태어나고 자라나고 길러지고 새끼를 배고 새끼를 낳고 키우고 늙어간다.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별다른 일이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고양이들을 바라보는 도리스 레싱의 세심한 관찰력으로 고양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이내믹한 사건들이 드러난다.



고양이들 간의 세력 다툼은 새로운 고양이가 나타나면 늘 일어나는 일이었다. 우위에 있던 고양이가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새로운 고양이가 아프다면 집사는 특별히 관심을 쏟게 된다. 그럴 때 원래 있던 고양이는 질투 어린 시선을 보낸다고 도리스 레싱은 말한다. 도리스 레싱은 고양이의 미묘한 감정까지도 잡아내는 다정한 집사였다.



도리스 레싱은 고양이를 진정한 친구로 여기며 고양이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떠날 때까지 곁에 있었다. 그녀는 너무 많아진 새끼 고양이들을 없애야 할 때와 중성화 수술을 시켜야 할 때는 고민과 죄책감과 고통이 가득했고, 고양이들이 건강해져서 아름다움을 뽐내며 돌아다닐 때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었다.



고양이를 키우기 전까지는 절대 알 수 없는 고양이의 매력을 도리스 레싱의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맛보았다. 고양이 집사가 된다면 고양이 새끼를 처리하고 고양이가 병들었을 때 치료해 주고 고양이가 늙어갈 때 그 곁을 묵묵히 지켜야 한다는 중요한 사실도 알게 되었다.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삶의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았다고나 할까.



아직은 여건이 안 되어 고양이를 들이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 고양이를 데려오게 된다면 여러 고양이 책들 중 도리스 레싱 작가의 <고양이에 대하여>가 생각날 듯하다. 사랑스러울 때뿐 아니라 힘들 때에도 고양이 곁을 지키는 법을 알려준 책으로 말이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은 정말 대단한 호사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충격적이고 놀라운 즐거움을 맛보고, 고양이의 존재를 느끼는 삶.

손바닥에 느껴지는 매끄럽고 부드러운 털, 추운 밤에 자다가 깼을 때 느껴지는 온기,

아주 평범하기 그지 없는 고양이조차 갖고 있는 우아함과 매력 (중략)

우리가 쓰다듬어주거나 턱을 만져주거나 머리를 살살 긁어주면

기분 좋게 목을 울리며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고양이 친구."

<고양이에 대하여>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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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 아줌마 킨더랜드 픽처북스
맛토 가즈코 지음, 황진희 옮김 / 킨더랜드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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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개구리 마을에 두꺼비 아줌마가 살았어요. 아줌마는 매우 심술궂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방해하고, 빨래에 물을 뿌리고, 아기를 재우는 아이 엄마 옆에서 시끄럽게 나팔을 불어대고 이가 아픈 애 옆에서 약을 올리며 과자를 먹었어요. 개구리들은 두꺼비 아줌마를 피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큰 비가 내렸어요. 개구리들이 큰 비에 대비하며 집안을 정리할 때 두꺼비 아줌마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시름시름 앓았어요. 큰 비가 내리고 아무도 찾아가지 않는 두꺼비 아줌마 집에 작은 개구리 한 마리가 찾아갔어요. 뱀에게 잡혀먹을 뻔했던 작은 개구리를 두꺼비 아줌마가 구해줬었거든요. 작은 개구리는 두꺼비 아줌마를 도울 수 있을까요? 두꺼비 아줌마는 왜 아팠던 걸까요?



그 이후에 개구리 마을에 신기한 일이 생겼어요. 두꺼비 아줌마를 멀리하던 개구리들이 아줌마를 찾아왔고, 두꺼비 아줌마는 더 이상 심술을 피우지 않게 되었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

<두꺼비 아줌마>는 따뜻한 말이 건네는 힘을 담고 있다. 저자는 '잘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두 문장이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할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두꺼비 아줌마 이야기를 그려냈다. 우리나라에도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속담이 있듯 상냥하고 친절한 말이 사람을 변하게 한다.



두꺼비 아줌마는 자신의 심술을 고치고 싶어서 마법사 선생님에게도 찾아갔지만 실패했다. 마법으로도 고칠 수 없는 것에 낙담하고 자신이 좋을 대로 심술을 피우며 살았다.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기에 편했겠지만 한편 다가오는 이들이 없어 외롭고 쓸쓸했을 것이다. 기운이 없고 무기력해서 누워있는데 아무도 오지 않으니 얼마나 속상했을까. 두꺼비 아줌마의 심술은 어쩌면 자신을 봐달라는 신호였는지도 모른다. 말썽꾸러기 어린이의 장난처럼 말이다.



두꺼비 아줌마는 심술쟁이였지만 사실은 누군가를 도와주고 칭찬받고 사랑받고 싶은 여린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읽으며 개구쟁이나 사고뭉치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배우게 된다. 심술 피우고 싶을 때의 본심도 알게 된다. 짜증 나서 가시 돋친 말을 하는 상대를 대할 때 이 그림책이 떠오르면 좋겠다. 자신을 보호하는 마음속에 숨겨진 진심을 헤아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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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의자 반달 그림책
황숙경 지음 / 반달(킨더랜드)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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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의자가 있었어."



하얀색 바탕에 고급스러운 빨간 의자가 그려진 그림책 <빨간 의자>의 첫 문장이다. 한 명이 앉기엔 넓고 아무나 앉기엔 위화감이 느껴지는 왕좌의 의자처럼 보인다. 이렇게 불편한 빨간 의자에 누가 감히 쉽게 앉을 수 있을까.


누군가 관심을 보이며 앉아도 되냐고 묻는다. 앉아도 될 거라는 대답에 빨간 의자에 앉고 싶어 눈치만 보던 동물들이 한 마리씩 다가와 앉는다. 토끼, 다람쥐, 돼지, 코끼리, 악어, 사자 등 이 많은 동물들이 앉기엔 좁아 보이는데 의자의 크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 앉는다. 다 같이 빨간 의자에 앉으려고 위로 쌓아가다 자리를 바꿔 꽃 모양, 나비 모양을 만들다가 다른 곳에도 올라탄다. 그렇게 즐겁게 놀고 미련 없이 빨간 의자를 떠난다.



빨간 의자는 숨은 뜻을 발견하기 위해 읽고 또 읽은 그림책이다. 황숙경 저자는 빨간 의자를 우리의 욕망이라고 말한다. 차지하고 싶었던 값비싼 물건이나 쟁취하고 싶었던 사랑, 성공일 수도 있는 빨간 의자는 한마디로 우리가 갖고 싶은 대상을 뜻한다고 한다. 빨간 의자가 멋지고 우아하게 그려진 이유가 바로 여기 있던 것이다.



<빨간 의자> 그림책의 재미있는 점은, 앉아도 되냐고 물어보는 것과 앉고 싶은 이가 많음에도 다툼이 생기지 않고 사이좋게 앉는 방법을 찾아간다는 점이다. 다 같이 즐기고 놀면서 무언가를 갖겠다는 경쟁의식이 희미해지고, 함께하는 기쁨으로 만족하고 행복해한다. 더 갖겠다고 치열하게 싸우며 상처 주고 경쟁하는 사회 속에서 더불어 사는 법을 고민하게 하는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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