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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의자 ㅣ 반달 그림책
황숙경 지음 / 반달(킨더랜드) / 2020년 5월
평점 :
"빨간 의자가 있었어."
하얀색 바탕에 고급스러운 빨간 의자가 그려진 그림책 <빨간 의자>의 첫 문장이다. 한 명이 앉기엔 넓고 아무나 앉기엔 위화감이 느껴지는 왕좌의 의자처럼 보인다. 이렇게 불편한 빨간 의자에 누가 감히 쉽게 앉을 수 있을까.
누군가 관심을 보이며 앉아도 되냐고 묻는다. 앉아도 될 거라는 대답에 빨간 의자에 앉고 싶어 눈치만 보던 동물들이 한 마리씩 다가와 앉는다. 토끼, 다람쥐, 돼지, 코끼리, 악어, 사자 등 이 많은 동물들이 앉기엔 좁아 보이는데 의자의 크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 앉는다. 다 같이 빨간 의자에 앉으려고 위로 쌓아가다 자리를 바꿔 꽃 모양, 나비 모양을 만들다가 다른 곳에도 올라탄다. 그렇게 즐겁게 놀고 미련 없이 빨간 의자를 떠난다.
빨간 의자는 숨은 뜻을 발견하기 위해 읽고 또 읽은 그림책이다. 황숙경 저자는 빨간 의자를 우리의 욕망이라고 말한다. 차지하고 싶었던 값비싼 물건이나 쟁취하고 싶었던 사랑, 성공일 수도 있는 빨간 의자는 한마디로 우리가 갖고 싶은 대상을 뜻한다고 한다. 빨간 의자가 멋지고 우아하게 그려진 이유가 바로 여기 있던 것이다.
<빨간 의자> 그림책의 재미있는 점은, 앉아도 되냐고 물어보는 것과 앉고 싶은 이가 많음에도 다툼이 생기지 않고 사이좋게 앉는 방법을 찾아간다는 점이다. 다 같이 즐기고 놀면서 무언가를 갖겠다는 경쟁의식이 희미해지고, 함께하는 기쁨으로 만족하고 행복해한다. 더 갖겠다고 치열하게 싸우며 상처 주고 경쟁하는 사회 속에서 더불어 사는 법을 고민하게 하는 그림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