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 필사북 - 이동진 평론가 추천! 무진기행, 서울 1964년 겨울, 역사, 건
김승옥 지음 / 스타북스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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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자모 카페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손끝에서 피어오르는 무진의 안개


분명 문학시간을 아주 좋아했었는데

왜 내 기억속에는 작가도 작품도 생소할까

한참을 생각해도 내 나이탓 외에는 안 떠오르네요^^

필사북이 워낙 많이 나오다보니

주로 고전이나 명언 혹은 언어관련 필사를 했었는데

"작가들이 사랑한 단 하나의 교과서"라는 소개를 보고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우리나라 단편소설을 필사하게 되었답니다.

사전정보가 전혀 없던 덕분에 작품에 대한 편견 없이

김승옥 작가님의 <무진기행>을 한줄씩 음미하면서 필사할 수 있었어요

만약 사전정보가 있었다면 눈에 보이듯 선명하게 묘사된 것이

머릿속으로 들어오기도 전에 불륜이라는 것에 흠짓하며

책을 넘기기 바빴을 것 같더라구요~

태생이 깡촌인 내게 있어서 주인공의 무진행 버스에서의 풍경은

아주 어린시절 대학교를 다니며 잠시 집을 벗어났을 때의 자유와

그 자유가 길어지며 외로움이 찾아왔을 때까지

딱 수십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더라구요

같은 표현이라도 어떤 어휘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작품을 읽을 때 맛과 멋이 달라지는데

왜 작가들도 필사하는 책이라고 소개되어 있는지

몇장 읽다보면 단박에 이해가 되더라구요

두어달에 한번씩 가는 시골

눈을 감고 있어도 버스 안으로 스며든 분뇨 냄새에

지금 집까지 몇분 남았는지가 그러졌었는데

딱 그런 표현들이 적혀 있어서 어린시절 추억소환도 되고

필사 하는 내내 문장 하나하나 음미하며

어린시절로 돌아가서 미소지으며 필사할 수 있었어요

몸의 회복을 위해 무진행 버스에 탄 주인공

그리고 한적한 버스 속에서의 대화들

무진만의 매력을 아는 주인공이 이야기해주는 무진의 풍경

특히나 매력적인 것은 표지에 나와 있는 안개자욱한 모습이였는데요

안개에 유배 당해 버린다, 여귀의 입김

바람이 머금고 있는 입자가 수면제를 품고 있어

조용히 상쾌하게 잠이 든다는 표현

정말 요즘 나오는 책들과 달리 우리말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그려낸 작가의 솜씨에

읽는 내내 주인공이 되어서 바다태생도 아니면서~

덜컹거리는 버스 창으로 드어오는 바다내음 같이 맡게 되더라구요

단편소설 필사는 아주 생소하고

보통의 필사도서보다 적을 내용은 많고

필사하는 손은 물론 몸에도 힘이 들어가는지라

어깨까지 아파오는 고통이 있지만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써내려가다보면

그게 또 그렇게 힐링이 되어 통증은 잊게 되더라구요

짧은 명언이나 몇문장의 필사만 하다가 만난

단편소설 모음 <무진기행 필사북>

소설 읽기와는 깊이감이 다른 소설필사

무진기행 뿐만 아니라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필사하며

세련되고 감각적인 우리말을 오롯이 느껴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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