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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탄원한다 나를 죽이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김수미 지음 / 용감한까치 / 2024년 12월
평점 :
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된 리뷰입니다 ㅡ

화면에서 보던 친근한 연예인들의 죽음
송해선생님부터 시작해서 김수미 배우님까지
갑작스런 비보가 뉴스속보로 뜰때면
삶이 참 허무하기도 하고 멍하게 되더라구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억척스럽고
욕을 입에 달고 있는 캐릭터를 많이 해서 그런지
누구에게나 친근했던 송해선생님과는 다르게
그녀의 이미지는 제게 조금은 달랐는데요
비보를 접하고 난 뒤 아들같았던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누구보다도 여리여리한 소녀의 모습이였고
하나라도 더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해했었다고
책의 제목에서도 보이듯 그녀의 삶은
많이 억울했을 것 같아서 추모의 시간을 가지고자
간절한 마음을 담은 책을 펼쳐들었어요

어린 나이에 엄마를 여의고
혈혈단신 홀로 상경해서 배우의 길에 접어든 그녀
일흔을 넘어 이제 손주재롱 보는 낙에
편안한 삶을 살고 있는지 알았는데
속으로는 여전히 곪을대로 곪아 있던 그녀의 삶
어렸을 때부터 새벽이면 일어나서
짧게라도 일기를 썼기에 이렇게 그 기록을 보면서
그녀의 삶을 이해할 시간을 가지게 되었네요
지독하리만큼 외로웠던 그녀의 삶에
따스한 눈길과 손길을 전해주지 못했음에
누구라도 좋으니 5분만이라도
내 얘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간절함
지금은 평안에 이르렀길 ...

김수미 배우하면 누구나 떠올리는게 바로 드라마 전원일기지요
전원일기를 하면서 있었던 일들과 그때 당시의 심정도
당연히 에세이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데요
그 이후 프란체스카나 마파도, 가문의 영광까지
드라마와 영화를 그렇게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케줄이 없을때 다음 작품에 대한 간절함이
출연료때문이라는 것. 그게 좀 충격적이였어요
재능이 없었더라면 차라리 그때의 삶보다는
마음이 조금은 편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답니다.
차량 급발진 사고로 어머님같이 따르던 시어머니의 사망
그로 인해 한없이 무너졌다가 다시 재기하기까지의 이야기
가족도 친구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을 그 상황이
어쩌면 2024년 그녀의 죽음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종교적인 이야기가 나오는 책은 애초에 읽지를 않는데
김수미에세이에는 그녀의 간절함이 주님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특히 많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부감이 들지 않은 것은
그로 인해서 그나마 그녀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데요
늘 바쁘게 살았던 그녀가 생의 마지막을 맞기 전까지도
챙김을 받을 나이에 남편 병수발에 자식 뒷바라지
회사소송에 촬영스케줄 걱정까지 ㅠㅠ
그녀가 붙잡고 있었던 주님이 없었다면
프란체스카, 수미네반찬 등등 좋은 프로그램속의 그녀를
우리는 만날 수 있었을까?
쫓기는 듯한 삶 속에서도 개나리 꽃이 피는 3~4월이 되면
저절로 우울증이 사라졌다는 이야기에
지금이 딱 그 계절이라 지금쯤 하늘에서
평생 소원이였던 엄마 만나서 따뜻한 밥 해드리고
영화 시나리오도 쓰면서 사랑만 받으며
그간의 아픔들을 다 잊고 있길...
유언같은 그녀의 에세이에 담긴 간절함
여리여리한 소녀가
억척스럽게 변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
하늘에서 맞는 첫봄이 한없이 따스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