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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무룩, 갑자기 아득해져요 ㅣ 동시향기 5
김보람 지음, 홍솔 그림 / 좋은꿈 / 2022년 12월
평점 :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일때는
1연, 2연 연을 정해서 번갈아가면서
동시 읽고 그림도 보면서 이야기도 많이 나눴었는데
초등학교 2학년이 되고나서는
서서히 글밥있는 창작동화로 눈을 돌리다보니
동시로 소통하는 시간이 많이 줄어든것 같아요
이제 겨울방학을 보름남겨둔 시점
사이좋게 읽으면서 바른글씨를 위한
필사동시용으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김보람 동시집 선택했어요^^
김보람 동시집이 참 특이한 부분은....
글을 쓴 분의 자녀가 직접 동시에
맛을 더해주는 그림들을 하나하나 그렸다는 점이예요
아이와 동시 읽다가.. 요거~~~
너보다 한살 많은 아이가 그런거야~~^^
라고 이야기해주니까 진짜 신기해하면서..
자기도 열심히 책 만들어 본다면서 ㅎㅎ
오늘도 비밀의 숲에....4칸 만화와 스토리를
끄적끄적~~^^
엄마는 김보람 작가님처럼.. 글재주가 없으니까~~
니가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다 하거라~~~ 뭐 이런거죠^^

아이와 함께 동시집을 읽다보면...
주로 아이가 공감될 내용들이 많았었는데
김보람 동시집은... 굳이 나이를 가리지 않아도 될것이...
소재자체가 그냥 난데? 라는 느낌이 많이 들 정도로
공감대 형성이 팍팍 되더라구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저 역시
시골에서 농사일로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서
할머니 손에서 자란터라....
글쓴이님이 경험한 것들 다 경험했거든요..
특히. 저를 추억속으로 퐁당하게 해준 동시는
"산수유 꽃"이예요..
할매(우리쪽은 할머니라 안하고 할매라고 해요^^)랑
산에는 몇번 간적이 없었는데.
아주 예전에 두어번 갔을때..
그때 산수유 나무 아래서 쉬면서
이야기 나누던 기억이 있거든요
시침 핀 쿠션에
노란 핀을 톡톡톡 꽂는다
이른 봄 햇살 아래
예쁜 봄꽃 수놓는 할머니.....
작가님이 한줄한줄 써내려간 동시를 읽고 있자면..
따스한 봄보다 더 따스했던 울할매 품
그 품에 안겨서 밤이 깊은줄도 모르고
옛날 이야기 듣던 것이 떠올라요.
코로나 시국에 임종도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
얼마나 속이 상할까...
그런 마음들이 동시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걸 보니 그 시를 읽으면서
그림 하나하나를 그렸을 아이의 마음은 어땠을까....
깊은 이야기라 초2 아들래미와는 이야기 나누지 못했지만..
혼자 티타임 하면서 새록새록 옛기억 회상했답니다.

아이가 푹 빠진 동시는 바로 요거~~
"탕후루"인데요..
제목이랑 찰떡인 그림 보고서는..
바로 읽고 싶다면서 앞쪽 다 넘겨서 처음 읽은 동시였어요
제목처럼 아주 가볍게 읽으면 되는 동시인지 알았는데..
한줄한줄 읽어내려가다보면
이것도 어른들을 위한 동시..
초3 아들래미는 역시나 이 깊은 뜻을 모르고...
"탕후루" 먹고 싶다면서 철없는 소리만
(치아때문에 탕후루는 완전 금지상태거든요^^)

샛노란 호박죽을 달님의 정성가득 보약이라고 빗댄
"달님 죽"이라는 동시예요
요즘 아이들이야.. 호박이라고 하면..
초록색의 애호박만 떠올리지만..
사실 호박하면.... 큼지막한~~ 늙은호박 아니겠어요?^^
어릴적에는 맛보기도 싫었던 그 호박죽이
요즘 간간이 생각나는거보면...
나이가 그만큼 들었다는 증거^^
맛나게 먹을 손주, 자식들 생각에
달콤한 호박죽 눌지 않게
한시도 자리 비우지 못한채
구부정하게 달님 죽 한가득 만드는 모습
김보람 작가님의 멋진 글과
홍솔 작가님의 귀염 터지는 그림들
동시가 더 맛깔스러워지는 두 작가님 조합의
동시들을 읽고 있으면
수십년전으로 돌아가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아이와 함께 읽은 뒤..
조용히 나혼자 펴서 다시 읽으면 더 좋은
행복한 우리동시 읽기 동시향기 시리즈
겨울방학을 맞이하는 아이들
글밥 많은 도서도 좋지만...
요런 짧은동시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