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9급 공무원입니다 - 88년생 요즘 공무원의 말단 공직 분투기
이지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완독서평] 나는 9급 공무원입니다
가까운 분들이 공직생활을 하고 계신다.
확실히 안정된 직장이라는 이점은 있지만
천재지변이이나 조류독감과 같은 전염병이 발생하면
주말마다 비상근무를 나가게 되어
일반인은 보기 힘든 것들과 마주하는 일도 자주 있으시다.
( 가령 땅에 묻혀버리는 돼지들 같은 광경... ㅠㅠ )
코로나19로 난리인 지금 얼마나 더 비상근무를 서고 계실까 싶다.
언젠가 한번은 주말에 버스를 탔는데
남자 두명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엿들으려 한 것은 아니었지만 버스 안은 워낙 조용했고
대화의 주인공인 남자 둘은 흥분되어 있었다.
(내 느낌이지만 자신이 말하는 사실을 버스 안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보였다. )
대화 내용을 들어보니 둘 중 하나는 공무원 인 듯 보였다.
정확한 대사는? 가물 가물 하지만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사람들은 공무원, 공무원 하며 좋은 줄만 아는데 시키는 일이 많은 줄 몰라.
비상근무는 자주 나가고 받는 돈도 실제로 많지 않다는 걸 모른단 말이지.
그냥 공무원이 되어서 배부른 소리 한다고만 생각해.
비상근무 참 많이 했는데 이번 수당은 얼마나 나올지 궁금하다."
이 에세이를 읽으며 공무원을 업으로 삼은 가까운 분들과
버스 안에서의 대화가 떠올랐다.
어디 보여지는 것이 전부이겠느냐 싶었고
그러려니 했었다.
어떤 대상 자체에는 관심이 없어도
그 대상을 하는 사람들의 삶과 문화에 대해서는
궁금할 때가 있는 것처럼
그렇게 이 에세이를 보게 되었다.
들어가보면 세세한 건 다 다르긴 해도 전반적으로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더군다나 단체를 이루는 곳은 더더욱 비슷한 것 같다.
공직생활이나 사기업이나 조직적 분위기는
젊은 사람들이 많은 기업이나 스타트업 정도 아니고서야 비슷비슷 한 거 같다.
(근래에 좀 나아진 면도 크다. ex) 술자리 감소, 술강요 감소, 워라벨 분위기 등)
공무원은 형의 선고,징계
또는 이 법에서 정하는 사유가 아니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휴직,강임
또는 면직을 당하지 아니 한다.
지방공무원법 제 60조
위의 법령을 말하며 잘릴? 위험은 없다는 것과 의견은 잘못이 아니니
저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하였는데
사실 목소리를 내는 건 참 당연한 것이다.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이기심을 부리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내는 것이니 말이다.
분위기에 눌려, 문화에 눌려 그렇지 못하니 이렇게 까지 말하는게 아닌가 싶다.
동네 청소며 짐 나르는 일이며 하루 종일 여기저기 불려 다니다
땀 범벅이 되어 주민센터로 돌아와도 숨 돌릴 틈이 없다.
구청 전화, 민원, 민방위 교육 문의, 제출할 공문들이 반긴다.
8, 9급에서의 단순 업무와 몸으로 뛰는 일을 보며
적성이 아닌 이상 저 시기는 버티기로구나 싶었다.
어떤 부귀영화를 바란 것은 아닐지 몰라도
열심히 몇 년을 공부한 대가로
하는 일이 시원치 않다면 실망스러울 수 밖에..
10년을 버티니 7급으로 좀 일 다운 일을 한다니.
인생은 마라톤 이라는데 이것이 그 표본이 아닐까 싶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고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무엇이든 제대로 해보려고 들어가 보면
모두 그것 만의 깊이와 어려움과 노력이 필요하다.
공무원 시험 합격 후 탄탄대로가 준비된 것이 아니며
퇴사 후 지상낙원이 펼쳐지지도 않고
이직 후도 마찬가지다.
물론 좀 더 나아지는 경우와 같은 상대성은 있겠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근본적인 얘기다.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하든
내게 맞닥뜨린 상황을 당당하게 마주하는 건 필수라는 것이다.
어떤 어려움과 고난이 있을지라도 .
어떤 노력과 끈기가 들지라도.
지금 현재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조직을 떠날 결심을 하려는 그들
인수인계는 하루 만에 끝나 버리고 누구 하나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
상사들의 기대치는 높고, 민원인들은 그 자리에 맞는 역할을
당장 요구하니 미칠 노릇이다.
여기에 막내라서 온갖 허드렛일, 미미한 발언권,
열심히 해도 성과를 인정받기 힘든 조직구조까지 더해진다.
이건 정말이지 보통 사기업도 똑같다.
사회는 학교생활과 같은 충분한 교육과 메뉴얼 대로
우리에게 친절하게 가르쳐주지 않는다.
인수인계라는 건 말 뿐인 경우가 많다.
일반기업에서도 퇴사예정자는 단 몇일 만을 인수인계 하거나
바빠서 제대로 알려줄 수 없기도 하다. (물론 긴 시간 인수인계 하기도 하지만)
모든 것은 스스로 자발적으로 해쳐 나가야 하고
모르는 것도 스스로 쟁취해내야한다.
(도움을 얻는 것 조차도)
가만히 있는데 누가 다가와서 가르쳐주는 곳은 학교 뿐이다.
나에게 학습된 존중은 사회의 존중 과도 다르다.
밑바닥부터 나의 평판도 직위도 경험치도 쌓아 올려 나의 힘이 되는 것이다.
그 힘이 존중 받음, 능력치, 신뢰도, 내공 등이 될 것 같다.
조직은 생각보다 공정했다.
하지만 조직은 침묵하는 자를 돌봐주지 않는다.
수동적인 태도에 관하여 의무교육의 문제점이 많이 제기되지만 하지만 어쩌겠는가.
준비되지 않았어도 습관이 배이지 않았어도 목소리를 내어 버릇 해야한다.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였지만 분위기는 딱딱하다.
아무도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냉랭한 상황.
소통을 위한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원탁과 음료, 샌드위치..
최소한이라도 소통의 티는 내려고 한 형식적인 것들 뿐 아닌가?
진정 진심이라면 돗자리 깔고 동그랗게 둘러 앉아 스스럼 없이 대화하는게 빠르겠다.
30년 경력 국장에게 배운 것들
자신의 위치를 지켜오면서 그가 가장 힘들었던 점은
동료와 상사에게 자신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상대를 설득해서 자신의 논리를 믿게 만드는 것.
이를 위해 수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고뇌,
결국 그의 논리도 끊임없는 업무에 대한 공부와 고민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어디든 살아남아 버티고 올라간 자들은 다르다.
보이는 모습은 버티는/독한/멋진 이미지지만 보이지 않는 점들이 얼마나 많을까?
꾸준함, 인내심
그리고 무엇을 꾸준하고 인내심을 가지며 했느냐가 중요하겠다.
내가 접한 몇몇의 공무원을 예로 전체 공무원이 그럴 것이다 라도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진상 민원인들이 있는 것처럼
마음 따뜻한 사람들도 있다는 건 사실이다.
상대적인 사람들은 항상 있다.
공무원들 중에서도 매너리즘에 빠진 사람도 있을 것이고
처음부터 불성실과 게으름으로 업무를 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저자도 열심히 하는 소수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나라의 손과 발이 되어 열심히 때로는 지치는 그분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