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장길산 1~4 세트 - 전4권 - 특별합본호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완독서평] 장길산4




‘장길산’이라는 대하소설은 분명 제목처럼 장길산이 주인공이지만 약하고 고통받는 천민 백성 하나하나가 모두 주인공으로 생각되어지는 소설이다. 장길산은 그의 이름이 조선 팔도 방방곡곡의 백성들이 역병과 굶주림에 죽고 싸우며 이룬 이름이지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 하였다. 비록 그의 작은 육신이 죽어 썩어져버린다 한들 장차 수없이 생겨날 장길산이 있을 것이라고 한 것처럼 말이다. 과거 어려운 때의 백성들의 모습을 백성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여러 마음이 가는 등장인물들이 많았다. 그 중 만신 원향과 여환스님의 스토리는 인연이라는 것이 참 신기하게 느껴질 만한 내용이었다. 우연같은 운명적 만남과 고통스러운 삶의 모습이 잔인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만들어져가는 환경과 상황 속에서 그것과는 별개로 사람과 사람의 연이 이어지고 서로에게 닿아지는 모양이 모순적이면서도 그것이 삶이고 운명이라고 생각하였다.


“너희는 모르는 소리를 하는구나. 원래가 넋이란 것은 육신에 다르는 것이니라. 원향이는 아예 제 육신을 비우고 넋이 나가버린 것이 아니라, 넋이 상하여 변하였지. 상심이 지나치면 실성하는 것이 바로 그 이치다. 육신의 정과 마음의 정이 다른 것이 아니다. 여환스님은 먼저 그 몸을 달래고 상한 넋을 생생하게 하여 몸에 담으려는 것이다.


나도 미친 사람과 더불어 굿을 할 적에는 죄책으로 인하여 미친 사람은 풀리도록 때려주고, 정으로 하여 미친 사람은 함께 곡하여 달래주고, 육신으로 하여 미친 사람은 안고 쓸어준단다. 우리 원향이는 참으로 큰 무당이 될 터이니 여환스님의 정성이 어찌 고맙지 않겠느냐.”




오랜시간이 지나서 만난 길산의 친아버지와의 재회는 조금 충격적이었다. 비록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분명 마음에 있을 감정이 있을 터인데 오가는 대화는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설령 그것이 척이어도 그게 될까 싶지만 장길산이라는 총4권의 책을 돌아보면 마음의 표현이라는 것이 지금의 시대와는 조금 다른 것이 아닌가도 생각되었다. 시대적 상황이 한몫 하겠지만 더 신중하고 더 큰 것을 바라보며 자신의 것을 잠시 내려놓는 듯한 성숙한 표현처럼 느껴졌다.


허, 잔망스러운 것! 묘향산을 못 보는 놈이로다. 그런 놈이 어찌 무엇을 새로 바꾸겠단 말이냐. 네 어미가 종으로 노중에 죽은 것만 알고 네 아비가 혈육을 건사하지 못한 설움만을 보겠다는 말이냐. 네 이놈, 자기도 부지하지 못할 녀석이 무슨 역적질이냐. 어느 백성이 네 말을 믿을까. 썩 없어져라. 명근스님의 어조는 나직했지만 차갑고 날카로웠다. 길산은 고개를 숙이고 차마 얼른 일어나 나올 수가 없어 자신의 격정을 억누르려고 애를 썼다. 다시 방바닥에 물기가 떨어져서 번졌다.


피가 변하여 살을 이루고 살은 기름을 이루고 기름은 뼈를 이루고 뼈는 골수를 이루고, 골수는 정액을 이루는구나. 이들의 윤회가 몸이니 어찌 번뇌 없으랴. 인연으로 이루어진 모든 것이여 무상하다.




배신의 아이콘이 된 고달근은 읍내의 한복판에서 드넓은 땅을 차지하여 양반이 되어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는 언제나 장길산이 관군에게 잡히지 않고 달아난 사실을 잊지 않고 있어서 늘 그를 두려워하였다. 고달은 불안에 빠져 있었다. 사람을 져버리고 얻은 보상은 온전한 자기 것이 아니기에 문제가 생기거나 그것이 없다면 정신적인 문제라도 생기는 것인가 싶었다.


이제 네 목을 베려 한다. 너를 죽이는 것은 사사로운 원한을 갚고자 함이 아니라, 피붙이와 동기간을 저버리고 신의를 팔아 부귀를 얻은 씻지 못한 죄를 만백성의 이름으로 징치하려는 것이다. 너는 특히 우리와 같은 천민으로 한때에는 검계에 들어 형제들의 죽음을 목격하였고 산에 올라가 녹림당이 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너는 다른 누구보다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모였으며 우리가 피로써 맺어져 있었음을 잘 알 터이다. 네가 토포군의 앞잡이가 되고 나서 목숨이나 부지하여 참회하며 살아남았다면 우리는 너를 다시는 찾지 않았으리라.




길산의 징치는 모두 사사롭지 않았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는 개인의 것이 아닌 백성을 위한 대변자의 것이었다. 그것이 이름을 떨친 명화적이 된 힘이라고 생각한다. 백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삶은 개인적인 희생과 그 주변 가족들의 희생을 동반한다. 활빈당의 선행에 백성 모두 감사할 수 밖에 없지만 그것을 이루어가는 과정은 슬픔이 가득한 가시밭길이었다.


길산 :


나는 나라에서 이르기를 명화적이라고 하우. 그러나 백성들은 의적이라고도 하고 녹림당이라고도 부르며 또는 활빈당이라고도 불러줍디다. 우리 스스로 자처하여 활빈도라고 부르지요. 우리는 이제부터 팔도 천민의 선봉군을 자처할 셈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길산 3 - 특별합본호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완독서평] 장길산 3권

구월산 산사람들의 순박하고 꾸밈없는 정은 그들이 앞으로 맞이하게 되는 잔인한 사건에 대하여 더더욱 가슴 아픈 마음이 들게 한다. 가족, 동료, 이웃에 대한 의리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때로는 현실에 꺾여 버린 ‘배신’의 행위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게 된다. 심지어 자진하려던 사람이 다시 살 기회가 생기자 순식간에 다짐한 마음이 변하는 모습을 보며 진정한 인간 본성의 모습을 잘 담았다고 생각하였다.

기근이 전국을 휩쓸어 팔도가 모두 굶주림과 병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활빈행 녹림당의 활동이 시작된다. 관군의 입장에서는 화적당의 활동이 시작되었다고 보겠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녹림당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일반이 아닐까?

구월산 장두령과 그 활빈당은 부자를 쳐서 곡식을 백성들에게 나누어 줌에 있어 철두철미하고 완벽했다. 김기의 지략과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힘과 검에 통달한 장정들, 거기에 힘 뿐만이 아닌 지혜가 있었고 마지막으로 그것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신뢰’가 있기에 단단했다. 속고 속이는 배우 뺨치는 연기력과 설정에 놀랐고 그것이 가능한 것은 참된 앎과 통찰이라는 것이 느껴져 모든 능력은 스스로를 갈고 닦는 배움에서 나오는 것임을 생각했다.

활빈당 활동 중 김기가 한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김기는 선비가 아니라 도인이었던 것인가?

"재물이란 예로부터 천하의 공번된 것이라, 쌓아두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쓰는 사람이 있고, 지키는 사람이 있으면 역시 가져가는 사람도 생기는 법이외다. 주인장 같은 분은 쌓아두는 사람이요 지키는 사람이라면, 우리 같은 자들은 쓰는 사람이고 가져가는 사람들이 분명하외다. 줄어들고 자라나는 이치와 차고 기우는 변화는 곧 조화의 상도라, 주인장 역시 이러한 조화 중에 한낱 기생하는 셈이지요. 어찌 자라나기만 하고 줄어들지 않으며 차기만 하고 기울어지지 않으려 하오? 그동안 힘없는 백성들 가운데서 재물을 모으는 사이에 저지른 죄는 죽어 마땅하겠으나, 본시 이러한 죄는 생명을 빼앗아 값하는 것이 아니고 그 재물을 옳게 쓰는 일로 값하는 것이라, 목숨은 보존토록 할 터이니 부드럽고 온화한 마음으로 받아들이시오."

한편 어느 노비 신분인 북성이는 양반놈들에게 당한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일을 기억하며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이 세상 양반놈들을 모두 죽이겠다며 어둠 속에서 다짐한다. 살주계 활동을 하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의 주인에게 걸리고 만다. 북성이네가 당한 수치 가득한 억울한 일들과 자신마저 매맞아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그가 느꼈을 절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지고 용기를 내는 그의 당당한 행동과 눈빛이 멋져 보였다.

사람으로 바로 선다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 희생을 요구하는 일인가.

이제야 그는 상전과 대등해진 것이다.

주인은 기르는 개가 돌연 이빨을 드러내고 짖어 대면 그때에는 의외의 분노로 마구 두둘겨대지만 다음부터는 지나친 주인 행세를 곧 포기하고 개의 개다움을 일종의 두려움과 함께 인정하는 법이다.

북성

김기의 아내가 마지막에 한 말이 있다. “이웃과 이웃이 서로를 아끼고 아무 차등 없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마을이 모든 세상에 걸쳐서 이룩되어야 한다.” 이다. 이 말이 이루어지기까지 북성이의 말처럼 얼마나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일인지 생각됐고 과거의 희생의 끝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라고 느껴졌다. 지금 시대의 우리 또한 바로서기 위해 희생으로 쌓아 가야하는 것이다.

활빈당과는 반대편인 관군 최형기가 마음이 허전하고 참을 수 없도록 답답해하여 생각한 부분이 있다. “정말 내가 택한 사람들은 하늘이 용납한 자들인가? 하늘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과연 어떻게 수백 년간이나 굳건하게 수천 리의 국토를 다스려왔던 것일까. 최형기는 그의 전립 꼭대기로 아득하게 뻗어나간 조정의 불가항력적인 힘과 높이를 가늠해보는 것이었다.” 그의 마음 속에 든 물음이 울림이 되어 너의 편 나의 편을 넘어 무엇이 진정 중요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 부분이었다.

장길산 3권 마지막의 싸움은 영상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고 장길산 1,2권의 정이든 만큼 마음도 아픈 권이었다.

약하고 보잘것없는 많은 목숨을 위하여 그 의를 바쳐 스스로 희생하는 자는, 폭포를 거스르는 고기처럼 스스로의 생명력을 갖추어, 세상 물건과 자신의 목숨을 전혀 새롭고 풍부하게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장길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프레드 아들러 - 건강한 인간의 긍정적 노래와 도전을 위한 용기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심리학 3대 거장
알프레드 아들러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완독서평]



꼭 읽어야 할 심리학 3대 거장

‘알프레드 아들러’




프로이트나 융의 이론에 대해서는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어 어느정도 인식이 된 상태에서 책을 펼쳤다. 그러나 알프레드 아들러에 대해서는 이번에 접한 도서를 통해 그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처음이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만큼 그가 대단해서인지 아들러에 대한 입문서를 통해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었다. 그는 사람은 본디 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사회적 도움 없이는 혼자서 세상을 살아갈 수 없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돕거나 도움을 받으면서 인생을 살아간다고 말한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이 알고 있는 정보에 가깝지만 그 뒤에 본격적으로 주장하는 ‘협력’에 대한 글을 읽게 되면 협력이라는 단어의 깊이와 중요성을 알 수 있게 된다.




그가 말하는 포인트와 포커스를 함께 집중하다 보면 자신이 주장하는 대로 삶을 살아온 그가 더욱 인간적이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아들러가 생각하는 인간은 자신이 가진 열등감을 극복하고 남보다 우월한 역할을 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이 그의 인식이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우월하다는 의미는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의 가능성을 더 많이 실현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자신의 가능성을 더 많이 실현하려는 우월감은 세상 혼자사는 듯한 자신만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아들러는 인간이 타인에 대한 관심, 배려, 공감, 협동심 등 공동체 의식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났다고 보았다. 이러한 본성이 바로 열등감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인간이 혼자서는 생존할 수 없기에 타인에게 의존하고 타인을 돕기 위한 본성을 갖게 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는 최초로 열등감과 우월감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사람이었다.





열등감은 인류가 자기 자신을 개선하려 하는

모든 노력의 결과이다.

아들러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열등감과 우월감의 의미보다 이 용어들을 최초로 사용한 아들러의 말에 좀 더 귀 기울여질 수 있는 건 당연한 순서가 아닐까? 심지어 그 내용은 희망적이기까지 하다. 그가 바라보는 시선에서 군더더기 없는 본질이 느껴지며 그게 가능함은 그의 태도에 있다고 생각된다. 협동을 중심으로 한 그의 태도가 인간사회를 바라보는 맑은 시야을 얻게 된 이유라고 보여진다.




현상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갖는 의미와 초점에 따른 기억 그리고 꿈에 대한 주장까지 아들러의 글은 모두 흥미롭게 이어진다. 또 환경은 천재로 키워질 수도 있을 만큼 중요하지만 결코 환경이 전부가 아님을 태도와 협동을 통해 설명한다. 단순히 협동해야한다가 아닌 것이다. 협동하지 못했을 경우에 생기는 부작용들이 많다.




아들러가 말하는 3가지 인연에는 우리 삶의 터전과 인류 그리고 이성이 있다. 마지막의 사랑과 결혼편을 보면 우리 시대의 현 시점에 정말로 필요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의 강요와 상처받은 개인도 분명 존재하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오로지 개인의 성공에만 관심이 있으며 인생에 무엇을 공헌할 수 있는가 하는 점보다는 인생으로 부터 무엇을 획득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있다. 만일 어느 한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진심으로 관심이 있다면 그 관심에 부합되는 모든 희생을 각오할 것이다. 결국 자신을 진실하고 책임감 있는 성실한 사람, 신뢰할만한 가치 있는 사람으로 가꾸어 나갈 것이라는 말이다. 협력적인 태도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래의 질문들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프레드 아들러의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인생은 왜 필요한 것인가?

나는 인생으로부터 무엇을 획득할 수 있는가?

인생에는 어떠한 보상이 있는가?

다른 사람들은 나의 일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가?

나는 정당하게 평가받고 있는가 ?

나는 결혼으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길산 2 - 특별합본호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장길산2

장두령과 결의 형제를 맺으면서 모여 앉았던 것이 3년전이다. 그동안에 그들은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강선흥이는 그 뒤 한번도 구월산에 오른 적이 없었고 우대용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다시 만나 지난 3년 동안의 묵힌 뜻을 펴나가기 위해 다시 모이게 된다.

첫째로는 우리가 활빈당이요,

둘째로는 백성들의 병졸이며

셋째로는 어지러운 나라를 평정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오.

결의내용

장길산 2권은 뿔뿔이 흩어진 각각의 인물이 3년간 어떤 우여곡절을 겪게 되는지 풀어낸다. 길산은 운부대사를 만나 정좌와 수련의 나날을 보내게 된다. 비록 옥에 갇혔을 때 천한 백성들의 고난을 보고 깨달은 바도 많아 입산하였지만 갑작스런 깨달음이 그를 일관되게 하지는 못했다. 생각은 앞서고 몸은 따르지 못하였다. 그러나 몇 해를 거쳐 눈보라 속 ‘범’과 편안하게 한식구가 되어 지낼 정도가 될 정도의 수련을 한다. 결의 형제를 맺은 이들과의 재회와 시작에서 한껏 성숙해지고 깊어진 장두령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 나는 이제부터 수도자가 아니며,

혼자가 아니며, 광대도 아니다.

나는 지금부터 칼을 들고 일어선 도적이며,

아이를 가진 아버지며,

숱한 힘없는 자들과 함께 있는 것이다.

장길산

한편 우대용은 도사공이 되어 그를 우두머리로 인정하지 못하는 사공과 물속에서 싸움을 하게 된다. 남자들의 호기 어린 싸움과 그 결과승복의 깔끔함이 멋지게 느껴진다. 리더가 될 그릇과 리더가 겪어내고 감당해야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잊혀지지 않는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지금이라도 불만이 있으면 내게 말하여라.

나는 구태어 도사공직을 놓더라도

강화에 배 가진 이가 있으니 낭패가 될 것두 없다.

우대용

결의를 맺은 그들 중 갑송이는 아직 모두와 만나지 못하고 있다. 그에게는 충격적인 가정사가 생겨버렸다. 부부의 연을 맺은 도화의 바람과 시어머니를 죽인 것이다. 문제행동을 일삼는 도화에 대해 주변에서 말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것과 그것도 모르고 제 아내를 끔찍하게 여기는 갑송이였다. 하지만 제 손으로 도화를 죽이고 스님이 되겠다 하는 기막힌 운명의 흐름이 되어가고 있었다.

복수를 하는 과정 속의 김기는 과거 친우였던 자의 목을 베어 바침에 대하여 이것은 우정에 대한 것만이 아닌 자연의 밝은 덕을 본받아 가라지를 제거하여 곡식을 가꾸려는 이치와 같다고 말한다.

벗들끼리의 원한을 갚는 일로 그치지 말고 이런 짓이 세상의 정의를 드러내는 일로 나아가게 하옵소서.

혼자 살아남은 나는 오늘밤의 일로

벗들과의 약속에서 벗어나는게 아니요,

더욱 굳게 맺어졌으니 내 스스로 배신할 제

누가 나의 목을 베리까.

김기

위 대사를 통해 김기의 깊은 그릇이 보인다. 하지만 죽이고 싶지만 죽일 수 없고 품고 싶지만 내쳐야하는 김기의 입장을 보면 삶의 모순적 상황들이 저런 것이고 그것이 운명의 장난으로 보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장길산이 김기와 진정으로 함께 하게 됨에 한 말이 있다. 동지를 얻는 일이란 천하를 얻는 일만큼 무겁고도 귀한 일이다. 이 말에서 사람의 가치와 그 마음을 얻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또 든든한 일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장길산과 그와 함께 하는 사람들은 그른 세상 속에서 평범히 섞여 살 수 없는 입장이며 직접 일어서서 나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되려 그런 역경이 그들을 강하게 하고 모이게 하는 것이다. 주어진 삶이란 다른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도 대신 해결해줄 수도 없다. 각자의 그릇대로 스스로 이겨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보이는 인간적인 모습과 의리, 정이 가득한 모습에서 어려운 나날 속에서 가장 인간답게 살아가는 그들이라고 느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칼 구스타프 융 - 영혼을 파고드는 무의식 세계와 페르소나 탐구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심리학 3대 거장
칼 구스타프 융.캘빈 S. 홀 지음, 이현성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꼭 알아야 할 심리학 3대 거장 '칼 구스타프 융'




‘마음’이 없으면 지식도 통찰도 있을 수 없다는 발견을 하게 된 융은 정신의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한다. 그의 연구는 여론에 휘둘리지 않았으며 인기 없는 의견도 응용하는 등 거침이 없었다. 그는 실용주의자였다. 이렇듯 유연한 사고방식을 지닌 심리학자 융은 무의식에 집중함으로써 인간을 이해하고자 했다. 또한 우리에게 잘 알려진 MBTI는 융의 심리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성격유형검사이다. 그는 개인의 성격을 유형화 하였으며 콤플렉스라는 개념도 만들었다.




융이 직접 들려주는 자신의 성장과정과 프로이트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융 자신이 겪었던 사실들과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요인이 되어 자신의 생각의 방향에 영향을 끼쳤는지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다운 모습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다.




심리학의 3대 거장 중 하나로 일컫는 융 또한 여러 철학자로부터 영향을 받고 그들을 연구했다. 융에게 위대한 발견을 준 철학자와 그 작품에 대한 소개는 반가웠다. 지금의 시대에도 잘 알려진 작품을 보며 생각했다는 것에 그와 동질감이 느껴졌고 동시에 같은 것에서도 깊은 것을 깨우치는 통찰에서 과연 거장은 거장이라고 생각했다. 어려움과 감탄이 대부분인 작품들을 비판적 사고로 바라보는 시야를 통해 융의 내공이 보통이 아님을 보았다. 우리들의 거장이 또 다른 누군가의 거장이 되는 모습을 가능케 하는 ‘책’ 이라는 기록의 힘을 보며 책이라는 것이 다시 한번 멋지다고 느껴졌다.




단순히 심리학자로 유명한 거장들은 나열하듯이 알고는 있었지만 그들의 관계는 잘 알지 못했다. 프로이트의 후계자가 될 뻔했다는 그의 글과 그것을 반갑게 여기지 않았던 융의 사고과정을 보며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융은 개인적 명성보다는 진정 진리 탐구에 관심이 있었고 그것에 몰입하는 일에 열심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존경하는 프로이트에 대하여 반할 수 있는 견해 조차 결국에 그는 용기 있게 표현해내고야 만다. 그렇게 자신만의 독자적 노선으로 분석심리학을 만들어 나간다.




우리가 친밀해졌을 때 프로이트는 내가 자신의 후계자임을 자주 비추었다.

이런 암시는 오히려 내게 짐이 되었다.

프로이트에 대한 존경심이 너무 커서 생각을 이해 받기를 강요할 수도 없었다.

나는 무리의 우두머리라는 무거운 짐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성격에 맞지 않으며 자신의 지적독립성을 희생할 수 없었다.

칼 구스타프 융



융은 인간을 위협하는 위험은 외부 조건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 집단의 마음에서 온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마음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겼다. 칼 쿠스타프 융에 관한 도서를 통해 그의 생각을 살피면서 느낀 것은 그의 사람에 대한 연구의 자세와 태도를 보면 마음이 간다는 것이었다. 마치 그의 편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을 연구하기 위해 귀 기울이고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고 신중하고도 깊게 분석하는 그 모습에서 배려심과 섬세함이 느껴진다. 이 도서를 통해 융의 이론과 융이라는 사람을 좀 더 가까이서 바라보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