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도 계절이 있다. 한 계절만 지속되지 않는다. 사계절이 몇 번이고 반복된다. 의욕을 품고 새로운 것을 배울 때도 있고, 눈부시게 성장할 때도 있고, 좋은 사람을 만나 꽃 같은 한때를 보내기도 하고, 실패에 좌절하기도 하고, 숨죽여 때를 기다릴 때도 있는 법이다. 인생은 굽이치고 이번 모퉁이를 지나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눈 덮인 산과 꽁꽁 언 강만 보이는 겨울이라도 그 시간이 지나면 따스한 봄이 찾아온다. 눈 덮인 땅속에서도 씨앗은 싹을 틔우기 위해 홀로 분주하다.
단단히 옷을 여미고 겨울을 버티고 나면 포근한 봄이 선뜻 다가오기도 하는 법이다. 곧 다가올 봄을 못 보고 가버린 고인이 못내 아쉽다.
- 겨울 다음 봄 - P132
점점 나빠지는 건강 상태도 느꼈을 테고, 다가오는 마지막도 예감했을 것이다. 예견된 죽음이었고, 스스로 선택한 결과였다.
"사는 동안은사는 것처럼."
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그 공간에서 고인은 제대로 살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죽지만, 고인은적극적으로 죽음을 마중 나갔다. 안다.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을 만큼 아무런 의욕도 생기지 않고, 기력도 없을 때가 있다는 걸.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정말 작은 일부터 해나갈 필요가 있다. 술을 사 먹을 기운이 있었다면, 쓰레기를 치울 기운 정도는 짜낼 수 있었을 것이다. 주변이 조금만 정리돼도 기분이 달라진다. 다시 한번 잘 살아보고 싶다는 태도의 전환도 일어난다. 아주 사소한 변화에서 삶의 의욕은 조금씩 회복되기도 하는 법이다.
딱 한 걸음만. 죽음으로 달려가지 말고, 딱 한 걸음만 삶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면 어땠을까. 아쉬운 마음에 오늘도 애꿎은 술병에 길게 눈길을 보낸다.
- 죽음을 마중 나가지 말기를 - P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