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사상가들과 동양의 사상가들은 같은 시기에 뿌리를 내렸지만 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상당한 차이를 보여 준다. 예를 들어서 서양은 개인주의적인 사고를 하고 ‘십계명‘ 같은 절대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다. 십계명에서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은 일상에서 적용하면 말이 되지만 전쟁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법칙이다. 그럼에도 서양의 법칙은 상황과 상관없이 절대적인 명제를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해서 동양은 집단의식이 강하고 ‘중용‘ 같은 상대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동양에서는 경우에 따라서 행동에 대한 가치가 결정 난다. 두 문화권은 건축 공간을 대하는 방식도 다르다. 서양의 건축은 벽 중심의 건축을 하면서 내부와 외부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공간의 성격을 갖는 반면, 동양은 기둥 중심의 건축을 하면서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모호한 성격의 공간을 갖는다. 이 두 문화는 공통적으로 농업에 기반을 두고 발생한 문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두 문화의 ‘생각의 유전자‘는 다르게 만들어졌을까?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생각의 틀이 어떤 과정으로 다른 특징을 가지게 되었는지 살펴보자.
- 2장. 문명을 탄생시킨 기후 변화 - P56
여러분은 ‘원숭이, 사자, 바나나‘라는 단어를 두 그룹으로 묶으라면 어떤 것끼리 묶겠는가? 탈헬름 교수는 농사 품목이 가치관을 결정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재미난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중국 한족 학생1,162명을 상대로 ‘기차, 버스, 철길‘ 세 가지 중에서 같은 종류끼리 묶으라는 문제를 냈다. 중국은 대륙이 크기 때문에 중부와 남부 지역에서는 비가 많이 내려서 벼농사를 짓고, 북쪽으로 가면 비가 적게 내려서 밀 농사를 짓는다. 이 실험에서 중국 내 밀 농사를 짓는 지역 출신의 학생은 ‘기차와 버스‘를 하나로 묶은 반면, 벼농사를 짓는 지역의 학생은 ‘기차와 철길‘을 하나로 묶는 비율이 높게 나왔다. 벼농사를 짓는 지역의 사람들은 ‘철길 위를 달리는 기차‘를 생각하면서 개체 간의 ‘관계‘에 집중해 기차와 철길을 하나로 묶었고, 밀 농사를 짓는 지역에서는 관계가 아닌 각 개체가 가진 성질의 공통점을 찾아서 교통수단이라는 범주에 속하는 ‘버스와 기차‘를 하나로 묶은 것이다. 같은 역사적 배경과 같은 유전자적 특징을 가진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농사 품종에 따라서 가치관의 차이가 만들어진 것이다. 비슷한 실험으로 자신의 크기를 동그라미 그림으로 그리라는 질문에 벼농사 지역의 사람들이 밀 농사지역의 사람들보다 자신을 나타내는 원을 작게 그렸다. 심리학자는 자신을 나타내는 원을 작게 그리는 것은 개인인 ‘나‘보다는 ‘우리‘라는 집단을 우선시하는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실험에서는 일본사람들이 원을 가장 작게 그렸다고 한다. 같은 벼농사라고 하더라도 일본은 섬나라라는 제한적인 공간 내에서 다른 곳으로 갈 곳이 적기때문에 지금 속한 집단이 절실하게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더 집단 공동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 3장. 농업이 만든 두 개의 세계 - P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