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어 보이는 것도 모두 쓸모가 있다는 <장자>의 ‘무용지용(無用之用)‘이 생각난다. 이는 <장자>의 <인간세편>에 나오는 말로, 계수나무는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잘리고 옻나무는 그 칠을 쓸수 있기 때문에 베어지듯, 쓸모 있음의 용도는 알고 있지만 쓸모 없음의 용도는 알지 못하는 이들을 나무라는 말이다. 이처럼 나이 들면 나이 든 대로 할 일이 있다. 오히려 뒤늦게 시동이 걸린 인생도 의외로 많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당신이 있어야 할 자리는 분명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최고의 순간의 아직 남아 있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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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사상가들과 동양의 사상가들은 같은 시기에 뿌리를 내렸지만 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상당한 차이를 보여 준다. 예를 들어서 서양은 개인주의적인 사고를 하고 ‘십계명‘ 같은 절대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다. 십계명에서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은 일상에서 적용하면 말이 되지만 전쟁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법칙이다. 그럼에도 서양의 법칙은 상황과 상관없이 절대적인 명제를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해서 동양은 집단의식이 강하고 ‘중용‘ 같은 상대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동양에서는 경우에 따라서 행동에 대한 가치가 결정 난다. 두 문화권은 건축 공간을 대하는 방식도 다르다. 서양의 건축은 벽 중심의 건축을 하면서 내부와 외부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공간의 성격을 갖는 반면, 동양은 기둥 중심의 건축을 하면서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모호한 성격의 공간을 갖는다. 이 두 문화는 공통적으로 농업에 기반을 두고 발생한 문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두 문화의 ‘생각의 유전자‘는 다르게 만들어졌을까?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생각의 틀이 어떤 과정으로 다른 특징을 가지게 되었는지 살펴보자.

- 2장. 문명을 탄생시킨 기후 변화 - P56

여러분은 ‘원숭이, 사자, 바나나‘라는 단어를 두 그룹으로 묶으라면 어떤 것끼리 묶겠는가? 탈헬름 교수는 농사 품목이 가치관을 결정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재미난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중국 한족 학생1,162명을 상대로 ‘기차, 버스, 철길‘ 세 가지 중에서 같은 종류끼리 묶으라는 문제를 냈다. 중국은 대륙이 크기 때문에 중부와 남부 지역에서는 비가 많이 내려서 벼농사를 짓고, 북쪽으로 가면 비가 적게 내려서 밀 농사를 짓는다. 이 실험에서 중국 내 밀 농사를 짓는 지역 출신의 학생은 ‘기차와 버스‘를 하나로 묶은 반면, 벼농사를 짓는 지역의 학생은 ‘기차와 철길‘을 하나로 묶는 비율이 높게 나왔다. 벼농사를 짓는 지역의 사람들은 ‘철길 위를 달리는 기차‘를 생각하면서 개체 간의 ‘관계‘에 집중해 기차와 철길을 하나로 묶었고, 밀 농사를 짓는 지역에서는 관계가 아닌 각 개체가 가진 성질의 공통점을 찾아서 교통수단이라는 범주에 속하는 ‘버스와 기차‘를 하나로 묶은 것이다. 같은 역사적 배경과 같은 유전자적 특징을 가진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농사 품종에 따라서 가치관의 차이가 만들어진 것이다. 비슷한 실험으로 자신의 크기를 동그라미 그림으로 그리라는 질문에 벼농사 지역의 사람들이 밀 농사지역의 사람들보다 자신을 나타내는 원을 작게 그렸다. 심리학자는 자신을 나타내는 원을 작게 그리는 것은 개인인 ‘나‘보다는 ‘우리‘라는 집단을 우선시하는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실험에서는 일본사람들이 원을 가장 작게 그렸다고 한다. 같은 벼농사라고 하더라도 일본은 섬나라라는 제한적인 공간 내에서 다른 곳으로 갈 곳이 적기때문에 지금 속한 집단이 절실하게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더 집단 공동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 3장. 농업이 만든 두 개의 세계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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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짧게는 하루에서부터 길게는 1년 이상을 얼핏 보면 전혀 쓸모없고 필요도 없어 보이는 일들에 골몰하며 실패를 거듭했다. 저런 걸 왜 하나, 저렇게 해서 대체 뭘 얻나 싶은 엉망진창 공부법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면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순수한 기쁨을 느꼈다. 그렇게 무엇을 배울지 전혀 알 수 없는 가운데 내 하루와 여러 계절들을 던져 보는 경험에서 나는 더 자주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아니, 이런 거창한 다짐 없이 나는 그저 이 하루를 견디고 살아가기 위해 매일 무수히 작고 소소한 시도들을 했다.

- 예술 대학 가려고 사표까지 냈는데 - P75

엉망진창 얼렁뚱땅 우당탕탕 늘 준비는 되지 않았고, 하는 과정은 시끄러웠으며 결과는 허무하기가 이를 데 없었지만 나는 이를 통해 가볍게 시작하는 법을 배웠다. 무겁고 버겁게 느껴지던 삶의 무게도 많이 덜 수 있었다. 이제 그 엉망진창이었던 행보를 하나씩 펼쳐 보이려 한다. 사소하고 별것 아닌, 심지어 주로 실패로 끝난 에피소드들을 꺼내 보이는것은 ‘시작‘을 망설이는 두려움 많은 누군가에게는 아주 작은 힘이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이다. 좀 쓸모없고 엉망진창이면 또 어떤가. 그런 마음에서.

- 예술 대학 가려고 사표까지 냈는데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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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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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마다 살아온 환경도, 하고 싶은 일도 모두 달라 나는 한 입으로 백 마디 천 마디를 하는 기분이었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답했지만 그것이 과연 아이들에게도 최선일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하는 말들이 두려워졌다.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경험에 근거해 최선의 답을 찾아 전해도 ‘삶‘이라는 불확실하고도 거대한 소용돌이 앞에서 내가 하는 말들의 무게는 한없이 가벼웠다.

- 내 앞길은 모르는 진로진학 전문가 - P43

어머, 선생님 이름이 자소서야?
아, 그건 아닌데요...

웃으며 말하긴 했지만 분명 내 목소리 어딘가에 미묘한 불편감이 섞여 있었을 것이다. 아이는 그것을 알았을까. 머쓱하게 뒷머리를 북북 긁다가 아이가 겸연쩍게 웃었다. 나도 마주 웃어주며 작은 소리로 ‘내 이름은... 하려다가 관두었다. 첫날에도 내 이름을 번호와 같이 적어 주었더랬다. 애초에 적지 않았다면 이유가 있겠지. 잠시 스쳐가는 인연에게 뭐그리 의미 있는 이름과 서사를 부여할까. 나는 아직 멀었구나. 이렇게 아이들에게 기대를 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고 오래 남고 싶어 하니 이것도 병이다. 아니, 인정받고 싶다기보다는 그래도 내 이름이 자소서는 아니니까요. 그게 아직 덜 되었다는 거다. 아니, 그게 아니라...

- 아이는 내 이름을 ‘자소서‘로 저장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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