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고 해서 무슨 말이든 다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푸념을 늘어놓는 것도, 부주의한 말을 하는 것도 응석의 일종이다. 네가 남편의 푸념을 듣고 싶지 않은 것처럼 남편도 너의 독한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모모코는 조용히 생각에 잠긴 후 2층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아마도 남편에게 전화를 걸러 갔을 것이다. 잠시 후, 후련해진 표정으로 내려온 모모코가 그만 돌아가겠다고 했다고 한다. "역시 모모코 씨는 대단해요.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곧바로 사과하니까요."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모모코는 신조의 말을 듣고 자신도 잘못한 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곧바로 사과했다.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고집스러운 학꽁치 - P53
"인간은 실수할 수밖에 없어. 하지만 그걸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정해지는 거니까."
- 고집스러운 학꽁치 - P54
푸념도, 다른 사람의 험담도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편해질 수 있다면 전부 들어줄 것이다. 분명 남의 험담을 하는 사람은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평소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이 견디다 못해 하는 험담은 조금 다르다. 그런데 선술집 주인을 그렇게까지 배려하는 카나메가 다른 사람의 험담을 하고 싶었다는 얘기는 그만큼 견디기 힘들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카나메라는 손님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이 마음이 그 사람에게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이 미네에게는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무리해서 전부 속으로 삼킬 필요는 없잖아. 겉으로는 예쁘고 멋진 말만 늘어놓으니까 학꽁치가 되는 거라고."
- 고집스러운 학꽁치 - P55
-나도 인간이니까 가끔 침울해질 때도 있고, 주저할때도 있지. 내가 진심으로 푸념을 늘어놓으면 눈도 못 마주치게 될 거야. 온갖 욕설을 내뱉을지도 모르니까. 지난번 카나메는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사실 그는 그런 생각들을 전부 마음속에 가둬 두고 있는 힘껏 깨끗한 모습만을 보이려고 애쓰고 있었다. 모모코가 하고 싶은 대로 다 말하고, 모모코의 남편이 약한 소리를 해대는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그 신뢰에 너무 기대면 안 된다는 것은 맞는 말이고, 신조와 나눈 대화 내용을 통해 짐작해 보면 카나메도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약한 부분이나 지저분한 모습은 보이지 않을 거예요, 말도 모습도 아름다운 것만 봐 주세요, 라는 것우 억지로 무리를 해야만 하는 일이고 고집스럽게 느껴진다.
- 고집스러운 학꽁치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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