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는 지어낸 것, 그러니까 거짓임을 알았지만 한편으로 그런 것들이 실재한다고 믿는 마음이 조금 있었다. 아니, 나는 정말로 믿고 있었다. 책장과 책장 사이, 그 어둑하고 좁은 장소에 존재하는 것들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두더지 아주머니의 집과 다락방 요정이 없는 세상은 생각하고 싶지도, 살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어른들이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물으면 알쏭달쏭한 미소로 무사히 테스트를 통과할 때와 마찬가지로, 없는 것을 있다고, 혹은 있는 것을 없다고 믿는 척해야 어른들을 안심시킬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도서관에서 사라진 아이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 역시 알았다.
내 마음속 오목한 어딘가, 어쩌면 짙은 나무색 책장이 있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것들은 그곳 맨 위 칸에 꽂혀 있다. 여간해서는 꺼내 보지 않아 그러다 보니 어느새 없는 일처럼 되어 버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아주 드물게 문득 떠올라 누군가에게 견딜 수 없이 말하고 싶은 날이 찾아오는 것이다.
- 우산은 하나로 족하다 - P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