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집은 평평하다. 그래서 균형을 잡으려 한다. 집뿐만 아니라 그곳에 있는 사람도 물건도 시소에 타고 있는 것처럼 균형을 잡고 살아가려 한다.
아내의 물건이 줄어들면 집이 기울어져 간다. 그러면 어느새 남편도 말없이 정리를 시작한다. 뒤따라 가족들도 정리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렇게 정리가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순간을 자주 봐왔다.
그래서 꾸짖거나 잔소리하지 않고 그저 잠자코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라는 것이다. 나는 이 방법을 이솝우화「해님과 바람」에서 따와 해님 작전이라고 부른다.
상대방의 태도에 짜증을 내기에 앞서 자신이 먼저 행동하면 점차 상대방도 달라지기 시작한다. 상대의 장점과 단점을 알게 되고, 그러면 어떻게 대해야 할지 또렷이 알게 된다. 이러한 이치는 정리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똑같다.
준페이 씨는 순식간에 바닥에 놓인 물건들을 정리했다. 대부분을 버렸지만 그의 표정은 아주 밝았다. 준페이씨가 정리를 끝내자 식탁에는 밥그릇에 담긴 갓 지은 밥이 놓였다. 옆에는 4년 묵은 된장으로 만든 두부 된장국이 있다.

- ROOM3 다투는 키친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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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소중한 것을 잃고선 살아갈 수가 없다. 살아갈 수없다고까지 말하는 것은 과장일지도 모르지만, 보다 나은삶은 살 수 없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올바른 길을 벗어나는 사람도 있다.
보이스 피싱의 말단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런 사람이 많을지도 모른다. 소중한 것을 지키는 방법이 틀려선 안된다.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함과 동시에 가해자가되지 않기 위해서도 조심해야만 하는 것이다.......

- 보이스 피싱 사건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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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자석으로 붙여놓는 메모게시판에는 이미 친구, 동료들의 청첩장이나 약혼식 카드가 수두룩하게 붙어 있다. 그것은 무슨일이 있더라도 그보다 못해서는 안 된다는 기준이다. 결혼식이 더 이상 삶의 가장 아름다운 날이 아니라,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람의 삶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해마다 높아지므로 더욱 서두르게 된다. 단순히 100퍼센트를 달성하는 것 하나만으로는 안 된다.

- 연인 사이에도 성과가 필요하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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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일을 하다 보면 쌓여 있는 물건들 속에서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의 마음이 불현듯 드러날 때가있다. 그 마음은 그냥 쌓인 채로 있는 게 아니라 분명 남겨진 사람에게 닿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거다. 물건을 정리하면서 먼저 간 그의 마음을 오롯이 받아들이면, 그로써 그는 남겨진 사람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살아가게 된다.

- ROOM2 노래하는 서재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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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더위로 목이 마를 때 라거 맥주의 가볍고 산뜻한 맛은 매우 인기가 높다. 여름뿐만 아니라 일 년 내내 라거맥주를 애호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가을이 깊어가고 차가운 맥주의 고마움이 희미해지기 시작할 무렵 흑맥주의 씁쓸함에 섞여 있는 목 넘김과 단맛이 기쁘게 느껴진다. 흑맥주의 진가를 잘 아는 시게루선생이 기뻐하는 건 당연하다.
카오루가 곧바로 맥주를 가져와서 시게루 선생의 잔에 따랐다. 밤의 어둠을 연상시키는 진한 갈색은 맥아를 확실하게 태워야만 하기 때문에 입에 머금으면 에일 맥주 특유의 단맛과 초콜릿과 비슷한 향기, 그리고 희미하게 쓴맛이 느껴진다. 시게루 선생은 그 단맛과 쓴맛의 절묘한 균형을 즐기면서 연어 완자를 젓가락으로 집었다.

- 가을 휴가 불꽃놀이 대회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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