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8일, 조력자살 - 나는 안락사를 선택합니다
미야시타 요이치 지음, 박제이 옮김 / 아토포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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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자 '미야시타 요이치'는 일본인 저널리스트로, 프랑스와 스페인을 거점으로 세계 각지를 취재하였고, 고단샤 논픽션상을 수상한 "안락사를 이루기까지'가 이 책의 전작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전작이 안락사라는 이슈로 일본에서 화제가 된 것 같아 찾아보았으나, 우리나라에는 출간되지 않은 듯 하다.


일러두기

안락사 : 의사가 약물을 투여하여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조력자살 : 의사가 제공한 치사약으로 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

#라이프서클 : 여의사 에리카 프레지크가 2011년에 스위스 북서부에 설립한 안락사 단체


나는 안락사를 선택합니다.

#조력자살

단어의 뜻 자체가 주는 묵직함과 엄숙함..

11월 28일이 바로 그 날일 것이다.

저자는, 안락사를 권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다.

단지, 수많은 죽음의 한 방식으로 제시하고, 서양과 일본이 삶과 죽음의 방식을 둘러싼 가치관의 차이에 대해 소개할 뿐이였다.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할 생각입니다' 라는 제목의 메일 보낸 고지마 미나

난치병을 앓고 있는 고지마는 저자의 책을 읽고 안락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저자는 처음에 안락사에 관한 상담 메일로 생각했다.

하지만 첨부되어온 라이프 서클에 보낸 문서를 보고 그녀의 고통을 이해하고, 스위스에 가기 위한 도움을 주기는 어렵지만, 고지마가 왜 안락사를 원하는지 독자와 의료 관계자에게 전하는 취재하고 싶다는 답변을 보낸다.

'다계통 위축증'

이름도 생소하다. 지각과 운동 기능을 관장하는 소뇌 등의 변성으로 다양한 신체 기능이 장애를 일으켜 사지의 자유를 빼앗긴 채 인공호흡기를 한 채 누워 지내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2018년 9월 병실에서 만난 고지마와 첫 만남..

고지마는 이미 일반인의 절반 정도의 속도로 말했고 구음 장애가 있었다.


고지마는 독신으로 한국의 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한국어를 익혀 번역과 통역으로 생계를 이어오다 40대 중반들어 몸에 이상을 느껴 방문한 병원에서 48세에 난치병 선고를 받았다.

이후 첫째 언니와 형부네 집에 살면 보살핌을 받지만, 계속된 고지마의 자살시도로 결국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무엇이든 스스로 해온 내가 이번에는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이 되어 간다'

고지마는 가족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나가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독립적인 인간이였다.

그런 고지마이기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줄어 결국엔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상태가 되기만을 기다리는 자신을 용납할 수 없었으리라.


안락사를 선택하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립심이 강한 학구파였다.

이는 내가 취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

어느 정도 수입이 있고 아이가 없는 사람 중에 안락사 희망자가 많다.

고지마는 모든 사항에 해당되었다.

p.38


가족이 있지만, 책임지지 않아도 되기에 홀가분한 걸까..

저자에게 스위스로 가는 도움을 받고자하지만, 저자는 도움(죽으라 등 떠미는 것 같은)을 줄 수 없음을 확실하게 밝힌다.

고지마는 병을 앓는 동안 블로그에 자신의 상태와 고뇌 등을 기록한다.

같은 병을 앓는 환자의 블로그를 보고 자신도 시작하게 되었다.

큰 언니의 집에서 살게되면서 점점 일상 생활이 어려워지는 이야기를 적으며 병의 진행을 기록했다.

제일 괴로운건 자신을 잃어가는 고지마 자신이였겠지.

그러다 여러번의 자살 시도를 하게 되지만 실패로 끝나고 '안락사'라는 다른 대안을 찾게되된다.

그 과정 중에 저자를 만나게 되고 도움 받길 희망하지만, 또 다른 목적은 일본 사회에 안락사의 필요성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것, 그 것을 알리는데 저자가 나서주길 바랬다.

안락사가 유일하게 고통을 끝내는 방법이라 생각한 고지마는 라이프서클에 가입하고 자신이 더 이상 추해지기 전,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밝힐 수 있을 때 안락사를 진행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라이프서클은 최소 4개월 후에 논의 해 보겠다는 답변을 받는다.

이에 고지마는 자신의 상태가 그때 까지 벼텨줄지 낙담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라이프서클에 자신의 상태가 급함을 전하고 안락사를 희망한다는 메일을 보낸다.

이후 갑자기 라이프서클의 여의사 '프레지크'는 가까운 날짜에 안락사가 가능함을 알려온다.

11월 28일...

고지마는 그 날짜를 받아들여 언니들과 스위스로 향한다.

그리고 그 날이 왔다.

"엄...청...행...복...했...어..."

언니들의 오열과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며..

고지마는 51년간 이어온 삶을 자신의 방식으로 끝을 낸다.



만약 저처럼 다계통 위축증을 선고받았다고 치자구요.

당연히 죽음을 맞을 각오는 필요없지요?

하지만 몸져누워 말도 못하게 되고, 최악의 경우 눈도 깜박일 수 없게 되고 인공호흡기와 위로를 달 각오도 필요하죠.

그와는 달리 만약 의사에게 암 선고를 받고 말기가 되었다면 시한부라는 각오가 필요하죠.

어떤게 더 좋으세요?(p.213(고지마의 질문 中))


나는 말기 암이었다면 아마 안락사를 선택하지는 않았을 거야.

왜냐하면 기한이 정해져 있고 요새라면 완화 치료로 통증도 없앨 수 있다고 하잖아? 하지만 이 병은 달라. 앞이 보이질 않거든.(p.214)


고지마는 한결 같이 자신의 원하는 죽음이 타당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족들 또한 고지마를 이해하고 고지마의 뜻에 따라준다.

책을 읽는 동안 안락사와 관련된 2개의 기사를 접했다.



고통을 끝내고자 안락사를 희망하지만 거부당한 프랑스인..

식음을 전폐하고 자신이 죽어가는 모습을 페이스북으로 중계하려하지만 게정을 차단당한다.

오늘 다시 검색해보니 연명 치료를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요양보호사로 생계를 이어가던 중국 교포 부부 중 아내가 쓰러졌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연명치료를 이어가던 중 남편은 비용을 이유로 호흡기를 뗐다.

생전 연명치료는 거부한다는 아내의 뜻에 따랐다고 하지만 배심원 재판에서 남편은 살인죄로 5년형을 언도받는다.

무엇이 옳은 것일까?

죽음을 선택할 권리는 없는 것일까?

안락사, 조력자살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 본 적은 없지만,

책을 읽으며 내가 고지마 미나였다면...하고 여러차례 고민해 보았다.

결론은..

그 때 나에게 스위스에 갈 재력이 있기를 이였다.

책에 안락사에 대한 논재가 될만한 수많은 내용이 나온다.

- 안락사 하지 않고 완화 치료라는 방법을 선택지.

-동서양의 차이

동양에서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안락사를 택한다면,

서양에서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의미에서 안락사를 택한다고 한다.

- 의사로서 안락사를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 안락사를 받아들인 후 남은 가족들의 삶은 어떠한가?

등등..

위 두 기사처럼 대한민국에서는 개인의 의사보다는 생명존중원칙을 고수하고,

감히 남의 목숨을 뺏앗는다는 사실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며..

안락사라는 것이 단지 생명을 끝내는 살인의 의미로 받아 들이는 것이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의 연명치료가 과연 환자를 위한 것인지 환자의 죽음이후 남겨질 가족들의 마음의 짐을 덜고자하는 것인지..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은 고지마와 같은 병을 앓는 환자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일까?

절대적인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겠지만, 안락사와 연명치료..

그 어떤 선택이든 존중 받아야 하고, 환자 개인의 의사가 중요 판단 기준이 되길 바란다.

고지마씨의 선택이 무조건 옳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지만, 존중 받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소설 같은 이야기..

고지마씨,

만나서 반가웠어요!


#에세이 #11월28일조력자살 #미야시타요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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