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런틴 - 코로나19와의 사투와 생존 과정을 새긴 40일간의 기록
김어제 지음 / 마음의숲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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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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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런틴

코로나19와의 사투와

생존 과정을 새긴 40일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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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저자가 여성 분인 걸 알고 너무 놀랐다.

힘있는 문체와 필명인 듯한 저자명(김어제), 건축공학 전공했으니 남자일거라 생각되었다.

그의 이력이 궁금해 검색을 해 보았지만, 따로 알려진 것이 없는 분이었다.

인터뷰한 글에서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었다.

글이 주는 느낌에서 더 멋짐을 품고 있을 것 같은 궁금증을 자아내는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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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http://naver.me/5ykJkqiY

 

‘쿼런틴Quarantine’

격리, 검역을 일컫는 말로, 14세기 유럽 흑사병이 대유행할 당시 베네치아 의회가 입항하는 선박과 선원들을 40일 동안 격리 및 검역한 일에서 유래


책은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인 2019년 12월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1장

2019년 12월

뉴욕에서 네 번째 맞은 평화로운 겨울이었다.

그리고 기억 속 가장 힘들었던 해(19년)가 될거라고, 미래는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2장

2020년 1월

미국의 무시무시한 의료보험 이야기가 나온다.

청구되기 전 알 수 없는 진료비와 보험사가 거절하면 의료보험도 소용없다.

그래서 온갖 상비약을 쟁여놓고 질병 정보를 검색하는 것으로 병원 방문을 대신하며,

‘Netflix and ill(아플 때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넷플릭스를 무한정 보며 쉬는 것)’을 하는 사람이 된다.

놀라운 사실은 미국인의 파산 사유 1위가 의료비라고 할 정도로 미국의 의료보험은 빈익빈 부익부가 확실해 보인다.

아프면 안된다는 생각에 평소 위생과 건강관리를 철저히 한다.

그리고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는 많은 가짜 뉴스와 인종 혐오로 이어지고 저자 역시 그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코로나가 걸리지 않길 바라며, 공들여 손을 씻기 시작했다.

 

3장

2020년 2월

2월이 되자마자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희생자들을 매장하지 말고 화장할 것을 권고하였다.

장례 과정에서 감염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들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노부부가 함께 코로나에 걸렸는데 아내가 먼저 죽어 치료 받느라 남편은 장례를 보지도 못하고, 시동생 혼자서 아내의 마지막을 지켰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가족들의 유무는 상관없다. 코로나로 세상을 떠난 사람의 장례는 바로 화장이고 그 절차도 가족대표 1인만 방호복을 입고 참관할 수 있다고 했다.

혹자는 이를 두고 개죽음이라고 했다. 운이 나빠 걸려 마지막 가는 길에 가족 친지나 친구들과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한 줌 재로 사라지니 말이다.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들조차도 장례식장에서 감염된 사례들이 속속 알려지며, 가족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사례도 있었다.

매우 서글픈 마지막이다. 하지만, 남은 사람들은 또 살아내야 한다.

코로나가 아직 미국에 위협적이지 않았지만 저자는 장보기는 횟수도 줄이고, 먹을 거리를 조금씩 비축했다.

미뤄둔 집수리도 했다. 블로그에 글도 열심히 썼다

그 와중 뉴스 챙겨보는 일도 빼먹지 않았다.

한참 전 주문한 마스크는 오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시작된 사재기로 인한 계속되는 품절 현상과 가격 폭등.

예상 가능하면서도 코로나로 모든 것이 멈추는 지금 대책은 없다.

그리고 인종 차별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미국에는 집합적인 이민자, 독일에는 터키계 이민자, 프랑스에는 아프리카계 이민자, 영국에는 인도, 파키스탄계에 대한 증오 선동을 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p.64)


‘신천지 = 코로나’

이 공식은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신천지 교인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했다.

코로나와 관련이 없더라도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누구나 공격받고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잘못된 일부로 인해 집단 전체가 욕을 먹는 상황은 옳지 못하지만,

일부 종교인들의 의아하기까지한 주장(기도로 코로나를 물리 칠 수 있다 등..)으로 특정 종교에 대한 혐오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자기 자신들이 최대의 피해자가 됨과 동시에 다른 공동체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입히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p.82)

 

종교 성인들의 가르침은 인류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였던가?

종교인들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4장

2020년 3월

하루 하루 모든 상황은 더 나빠진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항공권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뉴욕의 확진자 소식에 본격적인 사재기가 시작되어 장보기는 더욱 어렵게 되었다.

인종차별, 혐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코로나19의 전 지구적 대유행이 오고 난 뒤로, 적절한 때에 한국을 돌아가지 못하면 미국에서 인종차별의 대상이 됨과 동시에 제대로 된 치료도 받을 수 없을 거란 공포감이 들었다.

(p.115)

 

이방인으로 느꼈을 적대감과 코로나의 공포..

저자는 빨리 집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바이러스는 우연적인 사건으로 감염되는 것으로 출신이나 지역과 상관없이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건 차별과 배제가 아니라 협력과 연대”라며

“확진자를 낙인찍고 허위, 왜국 정보를 유포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행동은 삼가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발표했다.

(p.116)

 

이 브리핑에 대한 저자의 칭찬은 발표자 옆의 수화통역자도 놓치지 않는다.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되었다.

코로나를 겪으며 질본이 더 많은 권한을 가진 상급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다.

 

5장

2020년 4월 코로나19 생존일지

 

4월, 뉴욕은 코로나19에 함락당했다.

글을 쓰며 사실을 과장하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이 표현만큼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p.155)

 

의료진들과 위험에 노출되고, 경찰과 응급구조 요원들 조차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

치료제가 없기도 하지만, 현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대통령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이 모든 일들을 전문가들이 예측하지 못했을 리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상황을 파악하고 예측하는 능력은 있어도 그에 대처할 수 있는 권력은 없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리더십이다. ......

수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큰 그림을 그리고 세부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였다.

(p.159)

 

그러나 몇몇 국가 지도자들은 모든게 아주 잘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의 몫이었다.

3월 31일

P가 아프다.

저자의 남편에게 코로나 의심 증상이 발생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생활 공간을 분리한다.

하지만 저자의 남편이 저자와 접촉할 때 마스크를 쓰려하지않아 다툼을 하게 된다.

 

“털이 곤두설 정도로 머리끝까지 화가 났지만 아픈 사람에게 제대로 화를 낼 수도 없었다.

불평할 곳도 없었다.

세상에 내 편이 하나도 없다.“

코로나 감염에 대한 위험과 간병은 저자를 지치게하고, 고립된 생활은 힘들기만하다.

(p.186)

 

4월 18일

P의 열은 완전히 사라졌다.

코로나 검사를 받지 못해서 정확한 확진이라고도 아니라고도 할 수 없었지만, 저자의 남편은 몸을 회복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6장

2020년 5월

인천공항에 도착해 남편의 코로나 의심 증상을 알리고 동거인으로 함께 검사를 받게되고, 남편은 확진으로 안산의 생활치료시설로 음성인 저자는 집으로 향한다.

책 곳곳에 저자가 손을 꼼꼼히 씻고, 소독제를 사용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동거인임에도 음성인 것은 그 노력이 보상받은 것 같다.

이후 저자의 남편은 생활치료시설 입소 10일 만에 격리해제가 되고 저자는 2주간의 자가격리를 무사히 마친다.

너무도 다행이다.

 

7장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세계

이제 그 누구도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 갈 수 없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저자 역시 그 염려를 보낸다.


사람이 자연과 직접 부딪히는 곳에서 동물에게는 별 큰 문제가 아니었을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넘어와 치명적인 바이러스 되는 사건을 ‘스필오버 이벤트’라고 한다. ......

지난 50년간 인수공통감염병은 끊임없이 증가해왔다.

숲을 파괴하고 행해지는 농업, 목축업, 그로 인해 일어나는 야생 동물의 생태 변화가 주 원인이었다.

(p.275)

 

결국 자연에 대한 인간의 침략(?)과 파괴가 인류에게 화살이 되어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만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멈추지 않는 이상 ‘스필오버 이벤트’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우리 모두에게 당부한다.

 

여러분 자신에게도 책임이 따릅니다.

우리가 이 전염병을 정말로 끝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전염 과정의 일부라는 것을 알고 사회적 책임을 느껴야 합니다.

(p.286 미국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앤서니 파우치 박스)

 

책 말미에 부록으로 ‘셧다운에 대비하는 자세’라는 내용이 실려 있다.

마스크, 식품, 약품, 개인 위생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정확한 정보’부분은 공포를 이용한 마케팅, ‘카더라’통신,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생산되는 가짜 뉴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출처가 명확하지 않으면 믿지 말고, 아무리 저명한 교수가 한 말이라고 해도 정말로 그러한 말을 했는지 확인해 보라고 한다.

한 사람의 전문 분야는 생각보다 좁고 깊어서, 바이러스학 교수가 의학 분야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한다면 신경쓰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코로나 블루와 후유증..

주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셀프 격리로 인한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다행히도 나는 이렇게 책을 읽으며 머리를 식힌다.

하지만, 티비를 보며 대리만족하고, 넷플릭스에 영혼을 빼앗긴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안전하자고 집에 있지만, 정신은 욕구 불만으로 안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또한, 간간히 만나게 되는 코로나 후유증에 대한 기사는 평소 건강하지 못한 나를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기저질환이 없지만, 면역상태를 비롯한 기본 수준의 건강도 장담하지 못하겠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스스로가 ‘전염 과정’이 되지 않게 조심하고, 하루 빨리 코로나 백신이 빨리 개발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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