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야 알 것 같아 - 엄마가 되어서야 알게 된 엄마의 시간들
박주하 지음 / 청년정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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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시 만나게 된 저자, 박주하!

첫 번째 책 <이제 꼬리표는 떼겠습니다>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 책은 엄마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엄마가 되어서야 알게 된 엄마의 시간들..

 

막상 엄마라는 존재가 되었을 때, 나는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주인공으로서의 삶이란 먼 나라 이웃나라 이야기에 불과 하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되었다. (프롤로그 중에서..)

 

너무 공감되어 줄을 그어보고 몇 번이나 다시 읽어보았다.

온 몸으로 체감 중인, 내겐 너무 슬픈 말이었다.

 

자신의 삶이 힘겨워 돌아보지 못한 엄마의 인생을..

저자는 기억을 더듬어 이해해 보려고 한다.


1장 아픔은 기억을 조작한다.



어린 시절 이유를 알 수 없던 엄마와 아빠의 전쟁..

그 속에서 저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달을 보며 엄마 아빠가 싸우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소원을 빌고 숨 죽인 채 겁에 질려 덜덜 떠는 것일 뿐..

가난이 싫어 군인 된 아빠의 월급은 넉넉지 않았고, 근무지를 따라 스무번도 넘게 이삿짐을 싸고 풀던 엄마의 고단함..

국밥집 셋째 딸로 살며 고단했던 삶을 탈출해 아빠와 결혼하지만 아빠의 직업이 곧 엄마의 인생을 결정하게 될 줄이야.. 엄마가 바란 것은 안정적으로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사는 것이였을진대, 가난과 잦은 이동으로 더 고단한 삶을 살게된 엄마..

상처를 안고 다시 만난 엄마와 딸은 서로에게 고단했던 삶을 가슴에 안고 서로를 향해 소리치며, 서로를 괴롭힌다.

하지만, 저자는 엄마를..

 

어린 여자 아이는 종종 천정이 무너져내릴 것만 같은 고함소리와 함께 자랐지만 사랑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누가 그러더냐고? 내가 그렇게 답을 내렸다.

머리가 하얗게 새어 백발이 된 엄마는 무엇이든 자신보다 자식새끼 입에 들어가는 것을 봐야 속이 편하다는 사람이니까. (p.26)

 

다행이다.

서슬퍼런 모습으로 소리지르던 엄마의 모습이 아닌 누구보다 자식이 우선이였던 어미의 모습으로 기억하니 말이다.


2장 엄마의 엄마


여덟 살..

외갓집에서 눈 뜬 어느 날 아침, 엄마는 말도 없이 나를 남겨두고 가버렸다.

할머니는 엄마가 나중에 온다는 말을 할 뿐 이유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렇게 외가살이가 시작된다.

시골의 국밥집이었던 탓에 배도 부르고 피아노도 배울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이유 모를 행동들은 할머니와의 다툼으로 이어지고, 그런 할머니의 모습에서 엄마의 모습을 발견한다.

한 번도 보러 오지 않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이불속에서 눈물로 견뎌낸다.

 

엄마는 외가에 홀로 나를 떼어두고 추운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동생을 낳아 키우고, 가슴앓이를 하며 살았다.

어린 딸을 떼어 놓아야 했던 지난한 삶을 견디기 위해 엄마는 독해져야했다.

나는 그럼 엄마로 하여 어떤 상황에서도 홀로 견뎌낼 수 있는 힘을 키워냈다. (p.84)

 

운동회, 소풍 날 친구들이 엄마와 함께하는 모습은, 8살 아이에게는 엄마의 고함조차 그리워하게 만들었다.

온 동네가 알아주는 큰 국밥집 손녀에게도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해줄 것이 없었다.

하지만, 저자는 그 힘든 시간을 이겨낸 보상으로 내공을 얻는다.

 

3장 돈이 원수다.

 

엄마가 왔다. 3살인 동생과 함께..

 

십년을 혼자 커온 내가 동생을 오로지 이해하고 돌보는 언니가 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동생과 엄마를 만나게 되어 기뻤던 마음은 곧 피곤함과 나도 모를 서운함으로 뒤섞여 또 다른 감정의 세계로 들어가기 시작했다.(p.90)

 

너무도 외로웠던 저자는 동생이 생긴 것이 너무 좋았지만, 이내 모든 화살은 어린 저자에게 돌아온다.

나는 현재 저 상황의 엄마로 존재하고 있다.

 

첫째는 늘 혼나야 한다. 자신이 잘못하지 않아도 말이다.

주위에서는 늘 동생에게 양보하고, 참으라 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해본다.

내가 뭘 하든 쪼르르 옆에와서 내 것을 뺏는 동생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나도 모르게 동생을 밀자, 동생이 엄마를 보고 너무 서럽게 운다.

동생을 밀었다고 엄마는 나를 혼낸다.

밀지 않고 내걸 양보하지 않아도 동생은 운다.

그래도 엄마는 나를 혼낸다.

 

첫째는 이런 생각을 할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프다.

이제 둘째가 제법 말귀를 알아듣지만, 일단 울고 보는 버릇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너무 곤욕스럽다.

아직도 해법은 찾지 못하고 시간은 흘러간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릴 방법을 모르겠다.

나는 죄를 짓고 있는 것 같아 괴롭다.

반성하지만 도돌이표 같은 일상이다.

 

짧게 전학을 갔던 저자는 다시 외갓집을 돌아온다.

이번엔 혼자가 아닌 엄마와 동생과 함께다.

아빠가 서울로 발령이나서 이사를 가기까지 할아버지가 지은 집에서 엄마는 식당을 운영한다.

그리고 저자가 중학교 2학년이던 겨울, 엄마는 셋째, 그리도 바라던 아들을 낳았다.

 

4장 엄마의 삶

 

저자의 엄마는 셋째였지만, 언니와 오빠는 일을 하지 않았고, 동생들은 어렸으니 국밥집 일손을 도와야 했다.

학교가고 싶단 저자의 엄마는 연탄집게로 죽지 않을 만큼 맞았고, 일곱 살 딸이 콩나물을 다듬지 않았다고 아버지는 몽둥이를 들었다.

식당의 온갖 허드렛일도 모자라 저자의 엄마는 치매 걸린 할머니의 수발을 8년이나 감당한다.

결혼이라는 탈출을 감행해보지만, 현실은 더 벼랑 끝인 것만 같다.

 

아직은 60, 남들은 아직 젋다 말하는 나이였다.

그런데 머리카락이 백발로 변한 지 십 년이 지났다.

퀭한 눈빛, 초점을 잃은 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다.

무엇으로 삶을 지탱할 것인가?’

답을 찾기가 어려울 때, 나는 그날부터 엄마가 무슨 말을 쏟아내든 다 들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p.136)

 

저자는 고단했던 엄마의 삶을 알아가며, 엄마가 지금껏 삶을 견뎌온 것에 감사한다.

엄마와 드디어 화해할 수 있게 되었다.

 

5장 큰 따옴표 안의 말들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한 둘째 딸, 아이와 혼자 살아가야하는 큰 딸 그리고 어린 막내 아들..

엄마는 자주 쓰러지고, 울분을 참지 않고 폭발시켰다.

엄마의 눈치를 보며 같이 살지만 엄마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아이와 집을 나온다.

하지만,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던 아이와 저자를 버티게 했던 엄마 품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시간이 지나 엄마도 하나 있는 아들, 하나 있는 손자, 하나 남은 딸과 함께 다시 삶을 살아내고자 다시 힘을 낸다.

 

6장 내 아들, 내 동생

 

온몸에 열이 들끓어도 내 잘못이었고, 아이와 먹고살고자 일하는 것도 아이를 외롭게 만드는 지름길이 되었다.

일에 치여 자신에게 시선을 두지 못하니 엄마가 옆에 머물러도 엄마가 고팠다.

나를 찾는 아이에게 오히려 나의 엄마가 내게 소리를 질렀던 것처럼 나는 아이에게 버럭버럭 고함을 치기도 하였다.(p.169)

 

지난 시간들 아이에게 자신도 어쩌지 못하고 저지른 잘못을 책망하고 아이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지 못할까봐 늘 초조하고 불안해하며 살았다.

하지만 저자는 있는 힘을 다해 엄마가 되려 노력한다.

 

너에게 아빠가 없다면, 내게는 남편이 없어. 없는 것에 집중하면 있는 것을 놓치고 살아. 엄마는 네가 있어서 살 수 있는 걸. 엄마는 최선을 다해 너를 키울 거야.”(p.170)

 

아이에게 다짐하듯 보통 삶을 잘 살아보자라고 말한다.

 

이제 하나밖에 없는 동생!

열세살 되던 해 둘째 누나의 죽음과 마주하고, 큰 누나의 아이에게 둘도 없는 삼촌이 되어 준 동생..

그 동생의 상처를 한 번도 위로해주지 못한 못난 누나는 글로서 마음을 전한다.

 

용서해달라는 말을 하고 싶지만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어린 나이에 삼촌이 된 너는 평생 내 자식의 아버지 노릇을 할 터이니.

내 자식을 사랑하는 것만큼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주길 바란다.

네 인생은 훨훨 날았으면 좋겠다. 누나가 응원한다.

사랑한다.(p.191)

 

 

 

7장 엄마를 품에 안다

 

아픈 기억을 두 팔 벌려 끌어안고자 하니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내가 안고 잇는 문제가 작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숨을 쉬고 있는 지금, 내가 보내고 있는 이 시간이 소중하기만 하다.(p.215)

 

엄마는 점차 일상을 회복하며 저자에게 기적을 보여준다.

먼저 문자를 보내 커피를 마시자고도 하고, 여행도 하고, 가끔 사랑한다 고맙다고도 한다.

이제 서로를 위로하고 진짜 서로에게 힘이 되는 모녀가 된다.

 

8장 엄마를 알아간다는 것

 

단단한 나무가 되는 길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모진 시간을 견디었다.

내가 엄마를 몰랐을 때 나의 엄마가 견딘 것처럼. ...

엄마는 그런 존재였다.

험한 풍파가 와도 시간이 지나니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

엄마가 되어서야 엄마를 이제 누구보다도 가장 잘 알게 되었다. (p.248)

 

전작에서 밝힌 저자의 삶은 너무도 고단한 시간들이었다.

그럼에도 자식을 희망 삼아 견뎌내고 이겨내고 버텨왔다.

그런 저자의 기억 속 엄마는 자신보다 훨씬 더 고단한 삶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누구보다 악착같이 살아냈고, 버텨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둘째 딸이 죽고, 큰 딸은 애 딸린 이혼녀가 되어 돌아온다.

스스로 조차 돌보지 못할 정도로 자신을 잃어버렸던 엄마의 삶..

자신이 그러했듯, 자식과 손자를 보며 힘을 내는 엄마!

또한, 그런 엄마가 힘을 냈듯, 저자도 자식과 힘을 내 준 엄마와 동생을 위해 행복해지려 노력한다.

 

완벽한 치유는 아니더라도 저저와 엄마는 좀 더 단단해진 채로 한 발 한 발 세월의 시간을 걸으며, 과거에 머물렀던 시간 보다 현재에 감사하고 다가올 미래를 향한 기대로 채워가는 저자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저자의 삶이 동화처럼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끝나지 않더라도 나를 응원하고 힘이 되어주는 가족이 있는 한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것이다!

 

지금 엄마로 여자로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며 깊은 공감을 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저자와 나의 상황을 비교해서 누가 더 힘들고 덜 힘들고를 따질게 아니라, 그 고단함도 언젠가는 지나가리라 믿고,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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