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창이 너무 좋지만 '책이 다~아 변색되겠네'라며 걱정이 돼요.
한편으로 책을 한 권 뽑아 저 창가에 앉았다 누웠다 하며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져요.
책을 덮어보니 저마다의 스물네 곳의 집들에 이야기가 있어요.
책머리에 질문과 답이 다시 생각나네요.
p.11
좋은 집이란 어떤 집일까? 각자마다 정의는 다르겠지만 이 책을 통해 가능해 보면
첫째, ‘소박한 집’이라 한다.
필요한 것은 있고 불필요한 것은 없는 집에 들어섰을 때 ‘정말 좋은 집’이라는 감탄이 흘러나온다.
둘째는 ‘시간이 쌓인 집’이다.
오래된 집에는 풍성한 이야기가 있다.
셋째로는 ‘예술이 태어나는 집’이다.
예술가가 사는 집, 그들이 작업하는 공간은 늘 흥미롭다.
마지막 넷째로는 ‘공동체를 향해 열린 집’이라 소개한다.
자신의 사적 공간을 개방함으로써 이웃, 사회와 더불어 지식과 경험, 무엇보다 즐거움을 나누려는
이들의 집에는 환대라는 소중한 가치가 들어 있다.
스물네 곳 중 어느 집이 좋다. 어느 집이 나쁘다는 없어요.
단지 글을 읽는 독자의 눈에 난 이런 집에 살고 싶다.
난 이런 집에 쉬고 싶다가 아닐까요?
핸드폰이나 MP 안의 음악이 나의 취향을 나타내고
책장 속의 책들이 주인의 사고와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것처럼
집은 일, 관계, 취향, 가치관, 살아온 시간, 경험, 추억까지 이 모든 것을 다 나타내고 있지요.
아파트에서만 살고 있는 저는 이런 이야기가 있는 집이 그립네요.
결혼하기 전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는 아파트에서 살아 본 적이 없는
저.
아파트로 처음 이사 와서는 너무 편하고 깨끗하다고 생각했어요.
아파트 생활 16년 차인 지금은 한옥. 양옥에서 살았던 결혼 전 그 시절이 그립네요.
그때는 무슨 일이든 움직여야 하는 한옥.
양옥들의 집들의 구조가 싫었어요.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새삼스레 커다랗던 화단도 그립고
작은 수돗가도 이층으로 올라가던 그 계단.
옥상에서 뜨거운 여름 햇볕에 말리던 옷들. 비가 와서 급작스레 걷던 이불빨래.
동생들과 숨바꼭질을 하며 숨었던 옥상 위의 공간들
나름 참~ 많은 추억들이 있네요.
TV프로그램 중 한끼줍쇼를 보면서 집에 대한 생각을 가끔 하기는 했었는데
집은 부부를 나타내고 집은 그 가족을 나타내고 있다는 걸
아파트보다는 한옥이나 단독 주택이 주는 그 느낌이 더 좋다는 걸
문을 열어 남을 맞이한다는 게 쉽지 않을 일일 것이다.
언젠간 나도 소박하고 이야기가 있고 예술가스럽고
공동체를 향해 열린 집에 사는 걸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