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표범 - 야생에서 끌려온 어느 표범 이야기
강무홍 지음, 오승민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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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 이 책의 배경이 된 역사적 사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도 있지만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한 역사적 내용

- 출처 : 출판사 제공 책소개 내용 중-


《새끼 표범》은 110년에 이르는 대한민국 동물원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은 한국 표범의 이야기다.

일제에 의해 창경궁이 창경원으로 둔갑했던 시절, 조선의 땅 이곳저곳에서는 창경원에 전시할 맹수들이 포획된다.

바위산에서 사로잡힌 새끼 표범도 그중 하나다. 새끼 표범은 덫에 갇힌 채 사흘을 굶고,

동물원에 온 다음에도 닷새 동안 먹이를 먹지 않으며 저항하지만,

낯설고 차가운 우리에서 살아가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그러나 관람객들의 눈요깃거리로 이용된 것도 잠시,

세계2차대전이 종전으로 치닫고 물자가 부족해지자, 동물들의 먹이 공급이 제한된다.

동물원 동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굶주리고, 동물 수는 급격하게 줄어든다.

인간의 잔인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종전을 20여 일 앞두고, 동물들에게 독을 먹인 것이다.

폭격으로 맹수들이 우리를 뛰쳐나올 때를 대비한다는 명목이었다.
<한국동물원 80년사>는 1945년 7월 25일, 창경원 동물원에서

한국 표범을 비롯해 21종 38마리에 이르는 맹수들을 독살했다고 기록한다.

고통에 찬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밤새 창경원 전체를 울렸다는 기록이다.

​역사적 배경을 알고 책을 읽으면 더 도움이 되고 마음이 너무 아파요.

강무홍작가님이 쓰신 서문으로 책은 시작됩니다.

'오늘도 우리에 갇힌 동물들을 본다.
한때는 자연의 아들로 산과 들을 누비던 야생동물들.
그들에게 자유를 빼앗은 인간의 한 사람으로서,
인간으로 인해 고통 받는 야생의 형제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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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나무와 비바람을 피할 동굴, 험준한 바위들이 솟아 있는 산.
그곳은 표범의 땅이었다.
사람들이 파 놓은 함정에 새끼 표범이 빠져있다.
어미는 사흘 낮과 밤을 구덩이 주위에서 울부짖고 날뛰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그렇게 새끼 표범은 굵은 밧줄과 올가미에 사로잡혀 표범의 땅을 떠나왔다.
동물원 우리를 탈출하려 미친 듯이 날뛰며 울부짖었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그곳을 벗어날 수 없었다.
새끼 표범은 여기저기 벗겨지고 피투성이가 된 채 동물원 우리 바닥에 쓰러졌다.
봄인데도 뼛속 깊이 한기가 느껴졌다. 어미도, 바위산도, 그곳에 없었다. 새끼 표범은 혼자였다.
"저 표범, 집에 못가? 엄마한테도?"라고 말하며 아이는 눈물이 후두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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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책 위: 한울림 출판사 / 아래 : 웅진주니어 )​
차가운 철망 우리에 갇힌 새끼 표범을 위해 누군가 울고 있었다.
새끼 표범은 아이의 눈에서 어미를 떠올렸다. 언젠가는 바위산의 품으로 돌아가리라.
그 꿈을 간직하며, 동물원에 온지 닷새만에 사육사가 놓고 간 먹이에 입을 댔다.
사육사는 살아 있는 토끼를 구해 오고 나무 위에 먹이를 놓아두고
영역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도록 청소를 했다. 새끼 표범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었다.
좁은 우리 안에서 뛸 수도, 성큼성큼 걸을 수도 없었지만
사람들은 '표범이 재주를 부린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사육사는 애처롭게 바라보곤 했다.
어느 해 봄. 동물원의 모습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많은 동물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7월이 되자 온갖 새들이 장관을 이루던 큰물새장도 휑뎅그렁해졌다.

값싼 동물, 쉽게 구할 수 있는 동물부터 버려졌다.

새들은 운 좋게 풀려났지만, 힘 없는 약한 동물들은 굶어죽거나 맹수의 먹이로 쓰였다.
햇빛이 눈부시게 빛나던 어느 여름날,
적막한 동물원에 구슬픈 울음소리 번져 나갔다.
사육사가 우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사육사가 표범 앞에 말없이 먹이통을 놓아두고 돌아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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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은 간신히 몸을 일으켜 사육사가 준 먹이를 물었다.

먹이에서 쓰고 독한 맛이 났다.

위험한 신호였으나, 너무나 배가 고팠던 표범은 그대로 삼겼다.

곧 혀가 타는 듯하더니, 내장이 뒤틀리는 듯한 통증이 찾아왔다.

아침부터 어디선가 시작된 구슬픈 웃음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이웃 우리의 호랑이와 사자의 울음소리가, 기린과 코끼리, 원숭이와 늑대들의

서글픈 울음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표범은 한순간 목을 길게 뽑고 캥하는 짧은 울음을 토해 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울음소리 속에서 우리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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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사가 우리 문을 열었다.

표범은 눈을 뜨고 사육사를 보았다. 뿌연 시야 너머로 사육사가 몸짓하고 있었다.

'어서 나가. 바위산으로 가야지. 네 어미가 있는 곳으로'

표범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사윳사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표범은 온힘을 다해 사육사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가르르릉 하는 가냘픈 소리가, 표범의 목을 타고 흘러나왔다.

표범은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 오랜 굶주림으로 먼지처럼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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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가장 아팠던 세 페이지..
책을 세 번째 읽고 있지만 역시 이 세 페이지에서 다시 눈물이 글썽글썽 그려졌어요.
책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가슴 아픈 구절이 너무 많았어요.

책을 읽는 중간중간 눈물이 났지요.
동물에 관한 많은 그림책들이 생각나고,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함께 흘러버린 눈물.

왜 그리도 인간은 이기적인지? 본인의 입장에서 동물이 이럴 거다 저럴 거다 생각을 하는 건지?
얼마 전 읽은 '내 이름은 도도'라는 책에서 헤어나지도 못한 채 또다시동물의 아픔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위에 있는 동물원들의 상업성이 그저 밉기만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제가 한심하기만 합니다.
동물원의 존재의 이유?
차가운 철망, 그 차갑고 사막한 시멘트 바닥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을 아이들...
얼마나 겁이 날까요? 얼마나 두려울까요?
인간의 탐욕의 끝이 있을까요? 왜 지금의 행복은 행복이 아니고 더 나은 행복만 찾아가는 걸까요?
인간도 동물입니다. 지능이 있어서 도구를 사용하고 언어를 구사하지요. 그래서 그들과 다르다고요?
배가 부르면 동물은 먹지 않습니다. 인간은 어떤가요? 소화제를 먹어가면 다른 먹거리를 찾아가지 않나요?
오늘 하루 배불리 먹고 쉬면서 나도 모르게 다른 누군가에게, 동물에게 오만함을 보이지 않았는지 반성을 해보게 됩니다.

미사여구가 아닌 ... 작가의 감정이 아닌 사실을 기록한 듯했어요. 그래서 간결하고도 강렬함이 느껴지는 글이었지요.
아이들이 역사 속의 실제 일들을 알 수 있어 좋았어요..

이 책의 '강무홍'작가님은
엄마들이라면 한 번쯤은 모리스 샌닥의 그림책 '괴물들이 사는 나라'와 '깊은 밤 부엌에서'을 보셨겠지요.

이 책을 옮긴이가 '강무홍'작가님이시네요. 저도 오늘 알았답니다.

이런 작가님은 나이가 꽤 많으실 거 같아서 고리타분할 꺼라 생각했는데.

우리 집 아들들이 읽고 뒤로 넘아간 책이 '까불지 마!(2015년 출간)' 어쩜 이리 아이들의 맘을 잘 알고 계시는 걸까?

아마도 늙지 않으시나 봐요. 그래서 작가님이시겠지?라는 너무나 당연한 생각을 했어요.

역시 작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라는 결론과... 1962년 경주에서 태어난 여자작가님이시다.. 우왕.
이름을 듣고 당연히 남자분이라고 생각했는데....(죄송합니다.)
또, 우리나라 어린이 책 번역본 중 원작에 가까운 느낌을 주는 유명한 '햇살과 나무꾼'의 주간이시다.
햇살과 나무꾼은 동화를 주로 번역하고 있어요.

1000권이 넘는 책의 번역도 하셨지만 요즘은 집필 작업을 한 책들도 종종 보이더라고요.

작가님의 책 중에 번역된 유명한 책이나. 작가님이 집필한 책들이 있어서 제목만 소개해 드려요.

이건 제가 읽었던 책이거나 읽어보려 메모했던 책입니다. 작가님의 책이 정말 많습니다.
그린이가 더 유명한 에드 영의 종이학
유리 슐레비츠의 비오는 날, 비밀의 방, 새벽
다이앤 딜론의 무슨 일이든 다 때가 있다
나머지는 작가님의 집필 책입니다.

까만 나라 노란 추장. 까불지 마! 우리가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 소록도 큰할매 작은할매,

천사들의 행진, 자유의 노래, 가진 것이 많을수록 나눌 것은 적습니다.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꽤 하신 것 같아요.

이렇게 강무홍 작가님의 책을 만나게 되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지난주부터 그림책을 잘 알지 못한 제가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벽', '절벽'에 부딪친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제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tip. '새끼 표범'은 웅진주니어에서 2012년에 출간했던 책입니다. 재출간된 책이지요...

이렇게 좋은 책들은 자꾸 재출간이 되면 좋겠어요..

내용은 바뀐 게 없어요. 책의 표지와 크기, 그리고 본문의 위치와 글자의 배열 정도...

어느 책의 느낌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새책이라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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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앞과 뒤의 면지랍니다. 기존 책도 같아요.

마치 표범의 땅에 들어간 듯합니다. 마지막엔 엄마 표범과 함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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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자주 접해 보지 못한 단어가 있어서요.. '휑뎅그렁하다'

1. 속이비고 넓기만 하여 매우 허전하다.(비슷한 말:휑하다/ 어근 :휑뎅그렁, 북한어)
2. 넓은 곳에 물건이 아주 조금밖에 없어 잘 어울리지 아니하고 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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