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을 허물다
공광규 지음, 김슬기 그림 / 바우솔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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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을 허물다 / 공광규 시 김슬기 그림 / 바우솔 201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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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돌아와

오래된 담장을 허물었다.

기울어진 담을 무너뜨리고 삐걱거리는 대문을 떠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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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없는 집이 되었다.

눈이 시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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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텃밭 수백 평이 정원으로 들어오고

텃밭 아래 사는 백 살 된 느티나무가 아래 둥치째 들어왔다.

그늘 수십 평과 까치집 세 채도 가지고 들어왔다.

...

연꽃과 구름과 해와 별들이 담긴 연못이

나의 정원이라는 생각에 뿌듯하였다.

...

​(제가 뽑는 최고의 장면... 이 멋진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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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에 올라서면

보령 땅에서 솟아오른 오서산 봉우리가 가물가물 보이는데

나의 정원으로 내놓으라고

나중에 보령 군수와 다투어볼 참이다.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하늘에 울타리를 쳐서

보령 쪽으로 흘러가는 구름과 해와 달과 별과 은하수를 멈추게 할 것이다.

기울어가는 시골 흙집 담장을 허물고 나서

나는 큰 마을을 정원으로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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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림책을 다 읽고 내가 생각한 한 줄은 '매일 매일 내 맘의 담장을 허물어야 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시작하는 그림의 면지에..

'나를 허물어 더 큰 나를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라고 쓰셨네요..

ㅋㅋ 작가님의 생각인지 디자이너의 생각인지... 칭찬하고 싶고. 아무튼 너무 좋네요.

tip. 그림 작가님이 김슬기 작가님이세요.. ㅋㅋ 딸기 한 알, 줄 하나...


작가님의 그림에 대한 정성은.. 이미 다른 책 들을 보고 알고 있습니다.

역시 이번 작품도 작가님 온 몸을 녹아냈을 것이 느껴집니다.


출판사에서 이야기 하는 그림 '찍고 찍고 또 찍어낸 다색쇄 판화 그림!'

드넓은 자연을 책에 담기 위해 화가,

출판사가 함께 작품의 배경이 되는 보령과 청양을 답사하며 자연 곳곳을 찍어왔습니다.

김슬기 작가는 하나의 이미지를 판 위에 새겨 찍고,

다시 같은 판 위에 다른 이미지를 새겨 같은 종이에 찍는 수고를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그런 정성과 정성이 더해져 책의 그림 속에는 보랏빛 맥문동, 나뭇가지에 매달린 벌레 한 마리,

밤하늘 영롱한 별빛마저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리놀륨을 이용한 다색쇄(多色刷) 판화 기법은 피카소가 처음 만들어낸 방법으로

컬러 도수가 올라갈수록 색이 중첩되면서그림에서 깊고 그윽한 느낌이 납니다.

초록·노랑·보라·분홍 등 다채로운 색감으로 펼쳐지는 환상적 자연은 독특한 생동감을 주며, 예술적 감각을 키워줄 것입니다.

tip. 바우솔에서 나온 공광규 시인의 시 그림책

- 구름 / 김재홍 그림 / 2013.08 : 구름 속에 12지신이 있는 그림책

- 청양장 / 한병호 그림 / 2016.04

- 흰 눈 / 주리 그림 / 2016.05 : 흰 눈은 사계절에 모두 있어요..

모두 모두 좋아요. 정말 정말 맘의 여유를 느낄 수 있게 해 주거든요.

그리고 여유를 조금 더 느끼고 싶어서 삶을 돌아보게 하지요.

'구름'을 학교 책읽기 엄마들에게 소개를 한 적이 있는데. 반응이 엄청났지요.
한동안 저희 밴드에는 구름 사진 찍기가 유행이었지요..

구름만 보면 제가 생각난다던. 아는 동생의 한 마디.. ㅋㅋ
또,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읽어 주었을 때 가까이 보던 그림보다는 멀리 보니 발견해 내는 것도 많고..
아이들의 도랑도랑 눈을 오랜만에 볼 수 있던 즐거운 책읽기 였어요.


tip. 창비 시집

'담장을 허물다'는 2013년 8월에 출판사 창비에서 나온 공광규 시인의 시집 중 하나의 시예요.

저는 평소 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공광규 시인의 시는 그림책으로 몇 권 접해 봤지요.

시를 접할 때마다 저에게 크게 다가오는 그 큰 파장이 항상 저를 멍~하게 만들더라고요.

인생을 돌아본다고 해야 할까요?

창비 시집에 있는 시와 그림책의 시를 비교해 보았어요. 다른 부분은 다 같고 뒤 부분이 좀 다르네요.

연못에 담긴 연꽃과 구름과 해와 별들이 내 소유라는 생각에 뿌듯하였다

(연꽃과 구름과 해와 별들이 담긴 연못이 나의 정원이라는 생각에 뿌듯하였다.)​

미루나무 수십그루가 줄지어 서 있는 금강으로 흘러가는 냇물과

(미루나무 수십그루가 줄지어 서 있는 금강으로 흘러가는 냇물과​)

냇물이 좌우로 거느린 논 수십만마지기와

(냇물이 양쪽으로 거느린 논밭과)​

들판을 가로지르는 외산면 무량사로 가는 국도와

(들판을 가로지르는 무량사로 가는 국도와)

국도를 기어다니는 하루 수백대의 자동차가 들어왔다

국도를 기어다니는 하루 수백대의 자동차가 정원으로 들어왔다)

사방 푸른빛이 흘러내리는 월산과 청태산까지 나의 소유가 되었다

(​사방 푸른빛이 흘러내리는 월산과 청태산까지 나의 정원이 되었다)


마루에 올라서면 보령 땅에서 솟아오른 오서산 봉우리가 가물가물 보이는데

(마루에 올라서면 보령 땅에서 솟아오른 오서산 봉우리가 가물가물 보이는데)

나중에 보령의 영주와 막걸리 마시며 소유권을 다투어볼 참이다

(나의 정원으로 내놓으라고 나중에 보령 군수와 다투어볼 참이다.)​

오서산을 내놓기 싫으면 딸이라도 내놓으라고 협박할 생각이다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그것도 안 들어주면 하늘에 울타리를 쳐서

(하늘에 울타리를 쳐서)​

보령 쪽으로 흘러가는 구름과 해와 달과 별과 은하수를 멈추게 할 것이다

(보령 쪽으로 흘러가는 구름과 해와 달과 별과 은하수를 멈추게 할 것이다​)


공시가격 구백만원짜리 기울어가는 시골 흙집 담장을 허물고 나서

(기울어가는 시골 흙집 담장을 허물고 나서)

나는 큰 고을 영주가 되었다

(나는 큰 마을을 정원으로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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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우연히 보게 된 예고편에서 대문이 열리니 정원을 만나게 되네요.

딱.. 이 책이 생각났어요..

81부 : 우리 동네, 대문 열리는 날

http://www.kbs.co.kr/1tv/sisa/andpeople/view/preview/2554050_110137.html?articleIndex=undefi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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