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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사막
박경진 글.그림 / 미세기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끝없는 모래사막이 있었어. 대머리 사막이었지.
천년 동안 버려둔 사막에 사람들이 드나들었지.
사람들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황금을 가져가고,
서쪽에서 동쪽으로 보물을 가져가고.
동쪽 나라는 오랜 가뭄이 들어 식량이 바닥났어.
서쪽 나라는 오랜 장마가 져서 돌림병이 돌았지.
나라가 망할지 모른다는 흉흉한 소문이 떠돌자
사람들은 대머리 사막에서 오도 가도 못했지.
동틀 무렵, 동물들이 다함께 울었어.
그 울음소리가 불길한 예감만 같은데.
곧바로 전쟁이 터졌어.
동쪽나라 군대가 몰려오고.
서쪽 나라 군대가 몰려오고.
왜 싸우는 줄 모르고.
그러다 죽는 줄 모르면서.
하나 둘 쓰러지고.
점점 더 쓰러지고.
대머리 사막은 차리리 눈을 감았어. 온 세상이 잠잠해질 때까지.
용케 한 아이가 살아남았어.
어린 당나귀도 살아남았지.
쓰러진 사람들을 편히 묻어주고.
쓰러진 동물들을 고이 묻어 주었지.
아이와 당나귀는 멀리 떠나갔지.
그리고 아무도 없었어.
은하수 끝없이 펼쳐진 밤이었어.
올빼미가 홀연히 나타났지.
올빼미가 나타나곤
아이와 당나귀가 돌아왔어.
사람들을 데리고.
동물들을 데리고.
함께 모여 나무를 심었지.
날마다 몇 그루씩.
날마다 몇 십 그루씩.
세월이 흐르고.
또 흘렀어.
아이는 호호백발 촌장이 되었어.
대머리 사막은 푸른 들판이 되었지.
천년동안 꿈꾸어 온 푸른 들판.
많은 글이 들어 있지는 않아요.. 여기에 쓴 글이 전부예요...
인간의 욕심. 더 많이 가지고 더 성공하려하는 경쟁적인 삶에서 나오는 불안...
이 모든 것들이 전쟁을 일으키고 그 전쟁에서 딱 한 명만이 살아 남았다는 잔인함..
그리고 모든 것을 덮어야 하는 아픔...
그 자리에서 많은 걸 지켜 보아야 하는 대머리 사막..
이 모든 것들은 그림에서 말하지 않아도 그대로 느껴지네요.
'왜 싸우는 줄 모르고. 그러다 죽는 줄 모르면서.'라는 글에서..
뭘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쫓기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네요..
세밀한 연필화로 전쟁을 그린 부분이 제 맘을 울리네요.. 잔인함과 아픔을 어찌 잘 표현해 그렸을까요?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 곳에서
덩그러니 혼자 서 있는 아이와 놀란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당나귀..
그렇지만 다른 이야기에서는 채색으로 전쟁의 그림과는 대조적인
느낌에... 가슴이 아리네요.
대머리사막과 함께 읽어 보아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