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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희네 집 - 30주년 기념판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
권윤덕 글 그림 / 길벗어린이 / 2026년 1월
평점 :
길벗어린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만희네 집 - 30주년 기념판 / 권윤덕 / 길벗어린이 /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 / 2026.01.03
그림책을 읽기 전
달라진 표지에서 가장 먼저 30주년 기념판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오네요.
오래 버텨온 시간만큼 표지도 조금 달라진 모습이에요.
활짝 핀 꽃과 열린 대문, 그 앞에 잠시 멈춰 서서히 집에 차곡차곡 쌓인 이야기를 떠올리게 돼요.
그림책 읽기

만희네는 할머니 댁으로 이사 갑니다.
만희와 엄마, 아빠는 마루 끝에 부엌이 딸려 있는
좁은 연립 주택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나 할머니 댁은 집도 넓고 개도 세 마리나 있습니다.

안방에는 옛날부터 쓰던 물건이 많습니다.
할머니께서 쓰시는 가위는 증조할머니 때부터 쓰시던 가위랍니다.

마루로 올라서서 오른쪽을 보면 만희 방이 있습니다.
놀 때는 마루까지 만희 방이 됩니다.
없어진 장난감은 틀림없이 개집에 있습니다.
그림책을 읽고
이 그림책을 읽으며 오래 머문 건 이야기보다도 공간이었어요. 만희가 어디로 가는지 보다, 그 자리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를 자꾸 보게 되더라고요.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신발들, 부엌 한쪽에 놓인 그릇들, 광에 쌓인 물건들까지. 말없이 제자리를 지키는 것들이 이 집의 시간을 대신 말해 주는 것 같았지요.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 먼저 무채색으로 그려진 할머니 집의 모습이 펼쳐져요. 대문은 완전히 닫혀 있지 않고, 한쪽만 열려 있어요. 그 사이로 색을 가진 안쪽 풍경이 살짝 보이는데, 아직 들어가지 않았지만 이미 이 집 안으로 한 발 들여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줘요.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집이 먼저 말을 거는 장면처럼 느껴졌어요.
그리고 본격적인 집 탐험은 만희가 문틈 사이로 세 마리 개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부터 시작돼요. 늙은 복실이, 양쪽 귀가 너풀거리는 가로, 가장 어린 꼭지까지. 설명이 많지 않아도 그림만으로 이 집의 분위기가 단번에 전해지지요. 읽어 주지 않아도 볼거리가 가득한 그림책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라요.
만희는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요. 그저 집 안을 돌아다니고, 바라보고, 만지고, 느낄 뿐이에요. 하지만 그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집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많은 기억을 품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돼요. 누군가의 손이 닿았던 자리, 매일 반복되었을 하루, 그리고 그 하루들이 쌓여 만들어진 풍경 말이에요.
계단에 앉아 있는 엄마와 아들의 모습에서는 그림 밖의 시간이 겹쳐 보이기도 해요. 그림책 속 만희는 남자아이이고, 작가의 아들 만희의 모습이기도 하지요. 그래서인지 장면 하나하나가 꾸며진 이야기라기보다, 아이와 지내는 실제 하루를 들여다보는 느낌에 가까워요.
인트로에 등장하는 좁은 연립 주택의 공간은, 할머니 댁으로 이사하기 위해 짐을 꾸리던 작가님의 당시 모습이 그대로 옮겨진 장면이라고 해요. 속표제지에 등장하는 지도 역시 안양에서 수원으로 향하는 이사 경로를 담고 있지요. 이런 정보들을 알고 나니, 만희네 집은 상상의 공간이 아니라 실제 사람이 살았던 장소로 더 또렷해져요.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장면 속 무채색이 다음에 펼쳐질 공간을 조용히 예고하고 있다는 것도 눈에 들어와요. 소개되는 공간의 문은 열려 있고, 아직 다다르지 않은 공간의 문은 닫혀 있지요. 아이의 시선과 이동에 따라 집이 조금씩 열리는 방식이 무척 섬세하게 느껴져요.
30주년 기념판이라는 문구는 이 책이 얼마나 오랫동안 독자들 곁에 머물러 왔는지를 말해 주지요. 이야기가 크거나 극적이지 않아도,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살아봤거나 지나온 집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까요. 아이에게는 탐험의 공간으로, 어른에게는 기억의 공간으로 읽히는 책이에요. 세월이 흐르며 집의 형태는 달라졌을지라도, 그 안에 깃든 정과 기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걸 이 그림책을 통해 느끼게 되네요. 그래서 이 책은 읽는다는 느낌보다, 한 번 천천히 들여다보고 나오는 경험에 더 가까웠어요.
책장을 덮고 나니 집 안의 사소한 것들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늘 거기 있어서 지나쳤던 것들, 말없이 자리를 지켜온 것들 말이에요. 아마 이 그림책은 그렇게, 우리 각자의 ‘집’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 아닐까 싶어요.
-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시리즈의 30년 -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시리즈는 현재까지 163권이 출간되었어요.
그 시작을 알린 첫 번째 그림책이 바로 <만희네 집>이지요.
1995년 첫 출간 이후, 이 책은 2026년에 30주년을 맞이했어요.
이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은 이억배 작가님의 <솔이의 추석 이야기>예요.
두 책 모두 아이의 시선으로 가족과 일상의 풍경을 담아내며, 시리즈의 방향을 또렷하게 보여주는 출발점이 되었지요.
<만희네 집> : https://blog.naver.com/shj0033/222399557679
- <만희네 집> 30주년 기념판, 이렇게 달라졌어요 -

새로운 표지 - 30년이 흐른 지금의 시간을 담은 그림으로, 책의 현재를 보여줘요.
노출 제본 방식 - 책장이 180도로 펼쳐져, 그림을 끊김 없이 감상할 수 있어요.
작가의 말 수록 - 책이 만들어졌던 시간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함께 만날 수 있어요.
출판사 길벗어린이SNS : https://www.instagram.com/gilbutkid_book/
--> <만희네 집> 30주년 특별판 출간 기념 작가 인터뷰
2008년 권윤덕 작가 인터뷰
https://blog.naver.com/gilbut_kid/140054473504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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