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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작아작 손톱 ㅣ 올리 그림책 61
이현영 지음 / 올리 / 2025년 10월
평점 :
올리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림책을 읽고
호호는 뭐든지 잘 먹는 아이지만, 손톱까지 오독오독 깨무는 버릇이 있지요. 처음엔 별일 아닌 듯했지만 손톱이 점점 짧아지고 보기가 흉해지자 부끄러움이 커져요. 특히 좋아하는 친구 슬아 앞에서는 손을 감추게 되지요. 부모님이 밴드를 붙이고 식초를 뿌려도 소용이 없어요. 하지 말라 하면 괜히 더 해보고 싶은 게 우리 마음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네가 그렇게 손톱을 잘 깨문다며?” 하며 마녀가 나타나요. 과연 호호는 손톱 깨물기를 멈출 수 있을까요?
그림책을 펼치면 먼저 들려오는 소리, “아작아작!”
이게 무슨 소리냐고요? 바로 호호가 손톱을 깨무는 소리지요. <아작아작 손톱>을 읽다 보면 웃음이 먼저 나요. “손톱을 먹는다고?” 싶다가도, 어느새 ‘나도 그럴 때 있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요.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마음, 그건 어른도 마찬가지잖아요.
“네가 그렇게 손톱을 잘 깨문다며?” 하고 등장하는 마녀의 말투부터 어쩐지 웃음이 나요. 무섭다기보단, 장난스럽게 놀리는 느낌이에요. 마녀가 손톱 깨물기 응원단이라니! 상상만 해도 웃기지요. 게다가 마녀 손톱 뒤에는 세균이 자라고, 발톱까지 뜯는 프랑켄슈타인, 못생긴 손톱을 망토로 가리는 드라큘라, 거기다 붕대를 칭칭 감은 미라까지 등장하니 이쯤 되면 웃음이 터지지요.
하지만 호호는 그 순간에 멈춰 서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이건 진짜 내가 싫다’는 마음이 생긴 거지요. 그리고 그 마음이 바로 ‘자존감’의 시작이에요. 손톱깎이를 들고 싹둑 잘라내는 장면은 작은 승리의 순간처럼 느껴지네요. 깔끔해진 손끝처럼 마음도 한결 산뜻해지고, 좋아하는 슬아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가 생기지요.
<아작아작 손톱>은 단순히 ‘손톱 깨물지 마!’라고 잔소리하는 책이 아니에요. ‘하지 말아야지’라는 다짐보다 ‘이제는 내가 다르게 해볼래’라는 결심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책이에요. 호호의 변화는 누군가의 지시가 아니라 스스로의 자각에서 비롯되지요. 작지만 중요한 선택을 통해 자기 안의 용기를 발견했어요.
특히 뒤표지의 해골 바코드까지 책 구석구석 놓치면 아까운 장난기 가득한 디테일이에요.
이런 디테일, 꼭 놓치지 말고 봐야 해요. 이 책의 유쾌함은 면지와 바코드까지 ‘아작아작’ 씹히니까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