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그림책 숲 37
밥 길 지음, 민구홍 옮김 / 브와포레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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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 밥 길 / 민구홍 역 / 브와포레 / 그림책 숲 37 / 2025.02.24 / 원제 : The Present



그림책을 읽기 전


표지의 회색빛 옷장 사이로 붉은 리본이 감긴 선물이 눈에 띄어요.

단정하고 조용한 그림 속에서 그 하나의 선물만이 유난히 빛나지요.

누군가를 위해 준비된 마음, 혹은 오랫동안 잊고 지낸 무언가의 조각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림책 읽기




며칠 전 아서는 아빠의 옷장에서 뭔가를 찾다가 상자 하나를 발견했어요.

상자 속에는 틀림없이 깜짝 생일 선물이 들어 있을 거라고요.

이제 2주만 있으면 아서의 생일이었으니까요.




선물은 케이크 아닐까? 생일에 케이크가 빠지면 안 되잖아.

고리 던지기 세트라면 매일 연습해서 세계 챔피언이 될 거야.




그렇게 아서는 매일 선물이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했어요.

아서는 아빠의 옷장에서 선물을 꺼냈어요. 그리고... 아주머니에게 선물을 건넸답니다.





그림책을 읽고


주인공 아서는 아빠의 옷장에서 반짝이는 별무늬 포장지와 빨간 리본으로 묶인 상자 하나를 발견하지요. 곧 다가올 자신의 생일 선물이라고 생각한 아서는 상자 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상상하기 시작해요. 케이크일까, 돛단배일까, 배구공일까. 아서의 머릿속에서는 매일매일 새로운 선물들이 펼쳐지지요. 하지만 생일날, 아서는 상자를 열지 않았고, 집에 방문한 아주머니에게 그 선물을 건네지요. 과연 그 안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요?


상자는 열리지 않은 채 이야기의 중심에 놓여 있고, 아이는 그 안에 케이크가 들어 있을까, 배구공일까, 돛단배일까 상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지요. “상자 속에 뭐가 있을까요?”라는 질문은 책장을 넘길수록 호기심을 넘어, 무언가를 갖고 싶은 마음으로 쌓여가며 기대감에 반짝이지요.


그렇게 기다림으로 가득했던 선물을 아서는 결국 열지 않고,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장난감을 모으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기부하기로 결심하지요. 사실 저는 이 부분에서 너무 놀라 약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아이가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현실에서는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요. 하지만 밥 길은 어쩌면 그 ‘비현실적인 선택’을 통해, 현실에서는 어렵지만 누군가의 마음속에는 존재할 수 있는 결단을 보여주려 한 건 아닐까 싶었어요. ‘순수한 선택’을 통해 ‘진짜 선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어요.


가끔 선물을 받았을 때 저보다 그 선물에 더 잘 어울릴 누군가가 떠오를 때가 있어요. 저는 받았다는 그 행복감만으로도 이미 선물의 의미가 충분했거든요. 그런 마음으로 생각하면, 아서가 상자를 열지 않은 채 기부하기로 결심하는 장면은 어쩌면 그가 상상 속에서 이미 충분히 선물을 받았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물론 그런 마음이 제 안에 생긴 건 아이였을 때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더욱 놀랍게 느껴졌고, 조금은 의아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남보다 먼저, 더 크고, 더 새것을 가지려는 세상 속에서 밥 길은 ‘선물의 가치’를 ‘소유’가 아닌 ‘나눔’의 시선으로 바꾸어 놓았지요.


밥 길의 그림은 단순하지만 단순함 안에 힘이 있어요. 굵은 선, 대비되는 색, 과감한 여백이 상상의 공간을 열어주지요. 아이의 머릿속에서 번쩍이는 장면들이 별무늬 포장지처럼 반짝이며 펼쳐지지요. 옮긴이 민구홍 작가님의 글도 마음에 남아요. “우리가 주고받는 건 결국 물질이 아닌, 그 선물을 마주할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 이 한 문장이 책 전체의 여운을 완성해 주지요.


아이는 상자를 열지 않았지만, 그 마음이 세상에 닿는 순간 선물은 비로소 완성되었다는 걸 느끼게 되지요.. 밥 길의 <선물>은 조용한 그림책이에요. 하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잊고 있던 ‘진짜 선물’의 의미가 들어 있어요. 무엇을 줄까 보다, 누구를 생각할까를 먼저 묻는 책이지요. 그래서 이 이야기는 결국 ‘주는 사람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이자,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마음의 방향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 민구홍 번역가님이 건네는, 또 하나의 선물 -




이번 QR코드에는 어떤 마법이 담겨 있을지 궁금했어요. 마치 민구홍 번역가님의 놀이터로 초대받는 기분이에요. 페이지의 QR코드를 따라가면 언제나 작은 놀라움이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이번 그림책 <선물>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어떤 기쁨이 그 안에 숨어 있을까요? 상자 속에 담긴 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마음을 건네는 또 하나의 이야기일지도 몰라요.





- 밥 길(Bob Gill) 작가님의 그림책 -



밥 길(Bob Gill)은 1931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1962년, 동료인 앨런 플레처와 콜린 포브스와 함께 디자인 스튜디오 ‘플레처/포브스/길’을 세웠고, 이곳은 훗날 세계적인 디자인 그룹 ‘펜타그램(Pentagram)’으로 발전했습니다. 이후 그는 교사이자 영화감독, 그리고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며 평생 아이디어의 힘과 단순한 아름다움을 탐구했습니다. (출판사 작가 소개 중)


펜타그램에서는 밥 길을 ‘아이디어 중심의 디자이너’, ‘유머와 개성을 지닌 그래픽 아티스트’로 소개하고 있어요. 그는 단순한 선과 색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으로 세상을 바라본 디자이너였지요. 이렇게 1960년대를 대표한 디자이너의 그림책을 우리말로 만날 수 있다는 건 참 귀한 일이지요.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사색의 여운을 남기는 그의 작품을 번역해 우리에게 전해준 브와포레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밥 길 작가의 철학 그림책을 한 권 한 권 정성껏 우리말로 옮겨온 브와포레는 어느덧 네 번째 책을 선보였어요. 그중에서도 <세상은 무슨 색일까요?>는 영어판이 절판된 지금,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새 책으로 판매 중인 한국어판이라고 해요. 이 이야기를 알고 나니 <선물>이라는 제목이 한층 더 깊게 느껴지네요. 밥 길의 철학과 브와포레의 손끝이 이어져, 한 권의 그림책이 세상을 향해 마음을 건네는 선물이 되었지요.


<연주회> : https://blog.naver.com/shj0033/223670803788



<개들도 우리와 똑같아요> : https://blog.naver.com/shj0033/223459254524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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