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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너랑 말 안 해! ㅣ 한울림 꼬마별 그림책
백혜영 지음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5년 9월
평점 :
한울림어린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늘색 새 민트와 분홍색 새 핑크는 둘도 없는 친구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핑크가 무심코 던진 말들로 민트의 마음을 깊이 상하게 되지요. “다시는 너랑 말 안 해!” 민트는 차갑게 얼어붙은 마음으로 단단한 벽을 세우고 핑크와 멀어지지요.
핑크는 그저 장난이라고 생각했는데, 민트가 상처받을 줄은 전혀 몰랐어요. 서로의 마음은 점점 멀어지고, 두 친구 사이에는 차가운 얼음벽이 쌓여만 가지요. 과연 두 친구는 이 벽을 어떻게 마주하게 될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말’의 무게였어요. 가볍게 던졌다고 생각한 말이 누군가의 마음에는 얼음처럼 날카롭게 꽂힐 수 있다는 것, 그 경험은 저도 수없이 겪어봤어요. 동료들과 대화를 하다가, 혹은 가까운 사람과 이야기하다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로 서로 서운해진 기억이 떠올랐지요.
이야기 속 민트와 핑크를 보며, 우리는 늘 다르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어요. 누군가는 장난으로 웃으며 넘길 수 있는 말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오래 남는 상처가 되기도 하지요. 그래서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의도한 말보다,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였는가라는 점이겠지요.
저는 민트처럼 말 한마디에도 오래 마음을 쓰는 사람이에요. 예전엔 핑크처럼 솔직하고 직선적인 사람이 부러웠지만, 언젠가부터 그런 말들이 내 안을 긁는 걸 느꼈어요. 이제는 모든 사람과 깊이 공감하거나 끊임없이 소통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알고 있지요. 적당한 거리에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며 흘려보내는 것도 서로를 존중하는 또 다른 방식이더라고요.
제가 만난 핑크의 성격을 가진 이들은 타인의 말이나 행동을 하나하나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그들의 방식이 있더라고요. 나와 결이 다르다고 해서 그들이 틀린 건 아니지요. <다시는 너랑 말 안 해!>도 그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해주었어요. 완전히 벽을 녹이지 못하더라도, 그 벽 너머에 여전히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화해란 결국 이해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남아요. 말의 무게를 알고, 다름을 인정하며, 관계의 온도를 지켜 나가는 법, 두 마리 새를 통해 그 어려운 마음의 연습하고, 정리할 수 있게 되었지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