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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뿜는 건 금지라니까!
일라리아 페르베르시 외 지음 / 하우어린이 / 2025년 9월
평점 :
하우 어린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연기 나는 바위라는 도시는 용들이 사는 곳이에요. 그런데 용들은 싸울 때마다 불을 뿜어 도시가 늘 불길에 휩싸이곤 했지요. 결국 시장은 ‘불 뿜기 금지’라는 규칙을 내놓았습니다. 모두가 억지로 화를 참고 살아가며 그 규칙에 적응하는 듯했어요.
하지만 어린 용 카밀라는 화가 치밀 때마다 참지 못하고 불을 뿜어버려요. 꿀을 탄 우유를 마셔도, 요가와 발레를 해도, 그림과 도자기를 만들어도 화는 사라지지 않았지요. 그런 딸을 바라보던 엄마의 마음에도 점점 불씨가 쌓여 갔고, 마침내 두 모녀의 불길은 한순간에 폭발하고 말아요.
와~ 시원하게 터졌어요.
엄마와 카밀라가 함께 불을 뿜어내는 장면은, 표지에서부터 이어져 온 억눌린 저의 감정을 단숨에 해방시켜 주었지요. 카밀라의 입장도 이해가 되었지만, 저는 오히려 그런 딸을 지켜보던 엄마의 마음에 더 몰입하게 되었어요. ‘나라도 꾹 참아야지’ 하며 화를 억누르던 엄마의 마음속에도 불씨가 켜켜이 쌓여 갔을 거예요. 그리고 더는 다스릴 수 없는 순간, 결국 모녀의 불길은 함께 터져 나왔지요.
특히 빨강, 주황, 노랑이 겹겹이 번져 나가는 불길은 페이지를 가득 채우며 감정의 폭발을 눈앞에 펼쳐 주었어요. 카밀라의 불은 장난스러우면서도 거칠고, 엄마의 불은 묵직하고 무겁게 번져 나가는데, 두 불길이 만나 서로를 비추는 순간은 감정이 대립을 넘어 이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 주었지요. 파괴가 아닌, 따뜻한 화해로 이어지는 반전이 마음에 오래 남아요.
이 책이 좋았던 건 화를 ‘금지해야 할 것’이 아니라 ‘다룰 수 있는 감정’으로 보여 준다는 점이에요. 우리는 흔히 화를 참는 게 옳다고 배우지만, 억눌린 화는 결국 더 크게 터져 나오곤 하지요. 카밀라와 엄마의 이야기는 바로 그 과정을 보여 주면서, “가끔은 폭발해도 괜찮다”라고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불꽃처럼 강렬한 색채들은 감정을 두려운 것이 아니라 내 안의 힘으로 바라보게 하지요.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내가 화내도 괜찮아”라는 안도감을, 어른들에게는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위로는 건네지요.
저 역시 이 책을 읽으며, 화를 억누르느라 오히려 더 지치고 힘들었던 순간들을 떠올렸어요. 결국 중요한 건 화를 없애는 게 아니라, 어떻게 꺼내고 어떻게 나누느냐라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되었지요.
앞 면지에서의 카밀라는 화가 잔뜩 난 모습이었지만, 마지막 면지에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만족하는 얼굴이 담겨 있지요. 우리에게도 감정을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생각해 보내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