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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해적
시모다 마사카츠 지음, 봉봉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5년 9월
평점 :
미운오리새끼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바다에서 싸우던 해적이 칼에 찔려 깊은 바닷속으로 던져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지요. 천천히 가라앉는 해적에게 바다 생물들이 다가와 무언가를 요구하지요. 처음에는 거부하던 해적도 차례로 자신의 것을 내어주게 되고, 이야기는 점점 더 깊은 바닷속으로 이어지지요. 과연 해적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바다 생물들은 해적에게 모자, 이, 손톱, 눈, 머리카락을 하나씩 달라고 하지요. 겉으로만 보면 빼앗기는 장면 같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그것은 남은 자들에게 건네는 선물처럼 다가오지요. 마치 죽은 몸이 흙으로 돌아가 숲을 키워 내듯, 해적의 몸 또한 바닷속 생명들에게 이어지고 다시 태어나는 것이지요. 해적의 여정은 끝났지만, 바다는 여전히 생명을 품고 있고, 그 안에서 그는 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요.
처음엔 죽음을 거부하며 빼앗기지 않으려 하던 해적은 바다 생물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달라지지요. 이 모습은 마치 한 사람의 마지막 길을 천천히 따라가는 듯한 장면처럼 다가와요. 늘 남의 것을 빼앗으며 살던 그가 이제는 차례로 자기 것을 내어주는 존재로 변해가는 과정은 묘한 울림을 남기지요. 죽어가는 존재가 마지막까지 세상과 관계를 맺으며 남겨주는 선물 같았어요.
이 장면들을 보면서 ‘무엇을 남기고 떠나는가’라는 물음을 떠올리게 되지요.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나누는 작은 친절과 사랑, 그리고 남겨 두는 말과 행동이 결국은 사라지지 않고 이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요. 해적은 더 이상 두려움에 휩싸이지 않고, 오히려 평화를 얻으며 바다와 하나가 된 듯 남아 있지요.
죽음을 다루지만 이 책이 전하는 울림은 삶에 있지요. 무엇을 가지는가 보다 무엇을 나누고 남기는가, 그 질문은 지금의 시간을 더욱 소중히 바라보게 하지요. 그래서 이 책은 삶을 더 깊고 단단하게 바라보게 하고, 독자에게 사유의 시간을 선물해 주지요.
흑백의 표지와 달리 책장을 펼치면 깊고 짙푸른 바다가 끝없이 이어지지요. 그림은 점차 어두워지지만 동시에 빛을 품고 있어요. 책장을 넘길수록 바다는 더 깊어지고, 해적의 모습은 서서히 사라지지만 그 자리에 은은한 빛이 번지지요. 죽음을 향한 길 같지만, 동시에 또 다른 세계로 들어서는 문 앞에 선 듯한 기운이 감돌아요.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연결일 것 같아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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